좌측 상단은 캐주얼한 옷차림을 한 20-30대의 두 사람입니다. 관복이 아닌 편안한 옷을 입은 채로, 가장 내밀한 순간까지도 공유하게 된 ‘연인’으로서의 시작점이지요.
정확한 시기는 184-188년, 丕丕가 잠시 낙향해 있던 동안입니다. 삼십 년에 걸친 장구한 서사에서는 지극히 찰나에 불과하나…… 어찌 보면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기간이기도 해요.
서형이 자신만의 경력을 갖게 되고, 丕丕는 다시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결심을 하는 등 두 사람의 ‘현재’가 사실상 이때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시에 어쩌면 둘의 미래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었던 분기점이기도 하고요.
물론 가장 큰 변화라면 丕丕가 낙양에서 살던 시절보다 서형에게 물러졌다는 점이 아닐까 해요. 철없는 연인의 도발에도 한결 너그러워진 남자라니, 이보다 달콤할 데가…….
어제는 키스데이였지요? 여름의 초입, 간만에 타임라인을 뜨겁게 달궈볼 겸 해서 특별히 치명적인 매력을 선보일 수 있는 그림으로 골랐습니다.
길고 방대한 서사 정리본과 함께 의뢰를 드렸는데, 꼼꼼히 읽어주셨는지 丕丕와 서형의 서사 전반을 톺아볼 수 있는 다양한 착장과 구도로 그려주셨어요.
함께 선곡한 노래는 좋아하는 가수의 곡이라, 평소처럼 듣다가…… 당신은 세상을 가졌지만 어떤 대가를 치렀느냐고 묻는 가사가 문득 귀에 걸려서 선곡하게 됐네요.
바다에 슬쩍 발끝을 담가도 보고, 장난스레 얼굴에 물을 튀겨도 보고, 해가 저물고 달이 뜨는 그 순간까지 하염없이 저 멀고 먼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두 사람은 과연 무엇을 생각할까요? 丕丕와 서형의 속내가 완전히 같을 순 없겠지만, 이 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하는 마음만큼은 하나일 거예요.
염원하는 바와 달리 휴가는 길지 못할 겁니다. 아마 丕丕를 찾는 이들이 많을 거예요. 집중된 권한만큼 그가 해야 할 일도 많아졌고, 또 그를 적대하는 이들도 많아졌으니까요. 세력을 유지하고 휘하의 식솔들을 건사하는 일만으로도 분주한데, 이제 천하를 목전에 두고 있으니 더더욱 박차를 가할 수밖에요.
그러나 잠깐의 말미를 내어 바닷가에 다녀온 짧은 여행의 추억만큼은 아주 오래 남을 듯싶어요. 일에 지치고, 세상에 지치고, 서로에게 지칠 때면 어김없이 서로의 눈 속에서 그날의 바다를 찾을 테지요. 丕丕도, 서형도, 그런 순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