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오빠 유기혅, 나 소개팅 나간다고 하면 약간 우습다는 듯이 듣고 있을 것 같음. 나는 이 인간 질투 하는지 안하는지 떠보려고 그러는 거고. 근데 유기혅 애초에 내가 왜 이런 거 물어보는지 그 의도가 뻔히 질투유발이라 대꾸 안하고 있다가 막상 나 소개팅 나간 날 대각선 테이블 앉아있는 거지.
과외샘 유기혅 보고싶다.
-샘 저 진짜 네달 뒤면 성인이에요.
🦈세달 뒤면 수능이에요.
-아 샘!
🦈너 이러면 진짜 어머님이랑 통화 걸어놓고 과외한다.
맨날 연하가 플러팅 날려도 시큰둥하게 반응 하는 거. 그러면서도,
🦈수능 잘치고 와서 말해.
-그럼요?
🦈그때가서 생각해볼 일이지.
하는 거.
-아 무슨 남자가 과외냐고!
여중여고를 나온 내게 있어서 남자 과외샘이란 엄마가 내게 내린 재앙과도 같았으니... 유기혅의 실력이 워낙 우리 아파트에 소문이 나서, 지인이 소개를 해야만 그 과외를 받을 수 있다나 뭐라나... 덕분에 유기혅의 과외를 사실상 엄마들 사이에선 간택이라고 불렀다.
🦈남자도 과외를 아주 잘 합니다.
-...
🦈선생이 공부 가르치는데 성별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이미 집에 와있으면 말을 해줄 것이지... 처음 만남부터 유기혅과는 잘 맞지가 않았어. 정말 딱 저런 표정. 그 때도 정말 뭐 어쩌라는 거냐는 식의 표정. 늘 들고 있는 태블릿을 보면서 말하는 그 표정. 그때만 해도 그게 그렇게 재수가 없었는데 말이야.
-근데 샘은 왜 맨날 태블릿 써요?
🦈공책 아까워서.
-엥? 태블릿이 더 비쌀듯.
🦈문제 하나 다섯번씩 풀려면 이게 더 나아.
-...
🦈뭐 불만있어?
이 인간의 독기는 늘 그런 식이었다. 근데 뭐 이맘때의 학생들이 다 그렇지 뭐. 남학생들도 그리고 우리같은 학생들도 다 이성과 자주 마주치다보면 좀 잘생겨서, 그리고 좀 좋은 향기가 나서... 이런 식으로 '좀'만 괜찮은 사람이면 좋아하게 되잖아.
-샘 저 오늘 쪽지 시험 엄청 잘쳤어요!
🦈그럼 뭐해 나랑 하는 수업에서 맨날 틀리는데.
-아 좀! 잘했다고 말하면 어디 덧나요?
🦈덧나요.
그러고는 또 태블릿을 켜고, 내 책장을 펴줘.
🦈이거 풀어봐.
그러더니 자기 가방을 뒤적뒤적. 나는 그런 유기혅을 얄밉게 쳐다보면서도 사실 유기혅의 말이 틀린 건 없었기에 입을 모로 물고 문제를 풀 수 밖에 없었다. 일부러 꽤 어려운 문제를 풀라고 한게 분명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겨우 유기혅에게 보여줘. 그러면, 유기혅의 입꼬리가 올라가.
🦈잘 풀었네.
기분 좋게 내가 푼 문제에 동그라미를 쳐주더니 포장이 된 작은 상자를 내밀어.
-뭐에요?
🦈선물.
놀라서 얼른 풀어보면, 언젠가 갖고 싶다고 말했던 특이한 모양의 핸드크림이 나와. 놀라서 핸드크림을 한 번, 그리고 유기혅을 한 번 쳐다봐. 이걸 어떻게 기억하고 사왔지? 내가 좋아한다던 아이돌 멤버가 쓴다는 말에 갖고 싶다고 한 때 노래를 부르던 거거든.
-이거 어떻게 기억했어요?
🦈니가 하도 귀가 빠지게 말했으니까.
-... 헐.
🦈그거 못 풀었으면 안줄랬는데 풀었으니까 주는 거야.
-... 샘.
🦈왜.
-그 뭐지... 츤데레 뭐 그런 거 같아요.
🦈고맙다.
-칭찬인가.
🦈칭찬인 것처럼 말했으면 칭찬이지.
-진짜 고마워요, 잘 쓸게요.
혹시나 학교에 가져가서 도둑이라도 맞을까 아니면 가지고 다니다가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걱정이 되는 마음에 가지고 나가지도 못하는 거야. 매일 집에서 샤워하고 기초 다 바르고 머리까지 다 말리고서야 겨우 조금 짜서 바르는 정도. 어느날은 유기혅이 묻겠지.
🦈너 저거 아직도 써?
-... 그럼요?
🦈보통 핸드크림 한두달이면 다 쓰지 않나.
그도 그럴 것이 유기혅은 손을 많이 써서 자주 부르트기도 했거든. 집에선 연필의 서걱거림이 좋아서 문제를 풀 때 보통 연필로 쓰다보니까... 손날이 금방 까맣게 변해서 손을 좀 자주 씻기도 했어.
-샘, 핸드크림 많이 써요?
🦈많이 씻으니까.
-... 저도 많이 씻거든요?
그 나이대의 애들이 그렇지 뭐. 작은 오해를 받으면 괜히 크게 반응 하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강한 척을 하고 싶고 쎈 척을 하게 되고 정작 좋아하는 사람은 원래 그런 성격인가... 싶어서 별 반응도 없는데 말이야.
🦈그래.
늘 이런 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훅 가라앉히는 대답만 하는 사람이기는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어. 유기혅은 학교에서 배울 때보다 더 쉽게 내게 공식을 알려줬고, 학원에서도 집중 못하던 나를 완전히 그 시간동안에 완전히 수학 천재가 된 것 마냥 집중하게 만들었으며 어떤 과외 선생님이 와도 친해지지 못하고 낯을 가리던 내가 이렇게 장난을 치고 먼저 말을 걸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으니.
-근데 샘.
🦈응.
-어?! 오늘은 응. 이라고 한 거 알아요?
🦈어.
-아 또! 방금처럼 응 이라고 해봐요!
🦈쓸 데 없는 소리 하지말고 왜 불렀는데.
그러면 괜히 입술이 삐죽 튀어나와. 그야 당연하지. 내게 이미 유기혅은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그 순간부터 남자가 되어있었는데 유기혅은 그런 나를 그냥 정말 자기가 돈을 받고 가르치는 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봤으니까.
-... 아니에요.
괜히 마음이 훅 가라앉아서 더이상 말을 하지 않기로 해. 그러면 한 번이라도 더 물어볼 줄 알았으나...
🦈그래.
유기혅도 두 번은 안 물어봐. 유기혅이 집에 돌아간 그 날 밤 침대에서 어찌나 속상한지 요새 들어서 유기혅이 가고나서도 잘 보이고 싶어서 매일 같이 들여다보던 수학 문제집도 보기가 싫은 거야. 그리고, 학교에 가서도 충격이라면 충격이 될 일이 생겨.
-... 너도 기혅샘한테 과외받아?
👤응! 엄마가 엄청 어렵게 소개 받아오셨어.
-... 그렇구나...
👤기혅샘 진짜 다정하고 좋은 분 같아.
그 말에 2차 충격. 유기혅이 다정한 사람인가. 좋아하고 있는 본인의 시점에서 봐도... 아니었다. 아, 물론 챙겨주는 건 있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정말 과외중인 학생의 성적이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챙겨주는게 맞다고 볼 수 있지... 그걸 다정이라고 볼 수 있나...
-어디가 다정해?
괜히 궁금함이 생겨서 친구에게 물어봐.
👤다정하시지 않아? 문제 보면서 계속 진도 못나가고 있으면 어디가 막히냐고 물어보고 다시 공식 알려주시고, 그거에 맞춰서 그 다음 수업때 비슷한 문제 가져와서 풀어주시고...
-...
👤그리고 이번 중간고사 잘보면 밥도 사준다고 하셨어.
-밥?!
자신에겐 그런 소리를 한 적이 없었기에 충격일 수 밖에 없었지. ... 이건 사실상... 편애 아닌가. 입술이 쭉 튀어나올 수 밖에 없어. 어릴 땐 괜히 상대와 나를 비교하게 되는 게 더 심하잖아. 뭐 나이먹는다고 고쳐지는 건 아니라지만... 그래도 어릴 땐 그런게 더 심하니까.
-하긴 넌 예쁘니까.
유독 그런 마음이 더 들 때라서 그랬다.
👤응?
-어? 아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툭 튀어나와. 그런다고 과외에 와서 물어볼 수도 없고. 수업에 와서 문제지를 보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 내가 유기혅은 신경이 쓰여.
🦈어디 잘 안 풀려?
-... 아뇨? 잘 풀려요.
요새 들어서 막히는 문제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유기혅과 과외를 하고나서 엄마가 용돈을 계속 올려줄 정도로 시험의 성적은 잘 나오고 있었고 내 학구열도 엄청 났거든. 내가 좋은 성과를 내면 유기혅이 나를 더 좋게 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가 더 열심히 하기도 했고...
🦈근데 왜 이렇게 한숨을 쉬어.
그 말에 인상을 찡그려. 그런 나를 유기혅 계속 쳐다보고있는 거야. 보통 이러는 애가 아니니까.
-한숨도 쉬면 안되는 거에요?
🦈뭐?
-... 잘 안풀리거나 하면 한숨도 쉴 수 있죠.
🦈그니까 어디가 안풀려 베베야.
-...
🦈너가 알려줘야 나도 알려주지 너한테.
사실 문제가 안풀리는게 아니라서 뭐라 말을 할 수도 없어. 사실 유기혅도 어디가 안풀리는 건지 감을 못 잡겠어. 막힘없이 문제는 술술 잘만 풀고 있거든. 그러면 나는 그 말에 더이상 대답을 안하고 그냥 풀던 문제를 마저 푸는 거야.
🦈너 뭐가 화났어.
-... 네?
학생이라고 해서 그런 감정을 갖지 않는 것 뿐이지, 유기혅이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영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까부터 할 말이 있는 것처럼 한숨을 푹푹 쉬어대고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안풀리는 것은 아니고... 유기혅도 대충 눈치챘지 뭔가 기분이 안좋은게 있다고.
🦈맞네.
유기혅의 물음에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되묻는 나를 보며 확신해. 지금 내가 화가 난 건 분명히 유기혅 본인에 대한 화가 맞다고 말이야. 근데 당최 종잡을 수가 없어. 뭐 어디에서 화가 난건지 알 수가 있어야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거나, 아니면 그게 아니라고 오해라도 풀지. 아니 근데 사실...
🦈내가 너한테 잘못한 상황이 있어?
좀 이상하긴 해. 돈을 받고 과외하는 입장인 유기혅이 나에게 서운한 상황을 줄 일이 있을리가 없기는 했다. 그래서 물어보면서도 좀 이해가 안가기는 해. 성적도 잘 오르고 있고... 수업 내내 자신이 반응을 좀 안하기는 해도 화기애애 하게 수업을 잘 진행하긴 했으니까.
-... 아뇨.
근데 또 그 대답을 하면서 울먹거려. 이 나이땐 다 그렇잖아, 자기 감정 잘 못 숨기고 그게 얼굴에 드러나고. 유기혅은 모르는 척 해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을 정도로 보여. 내가 너무 사무적으로 반응했나. 근데 일단 성적을 올려야 하는데 어떡해. 본인이 가르치고 있는 학생 중 내가 가장 성적이 잘나와서 사실 지금 나보다 유기혅이 조금 더 과열된 상태기도 했거든.
🦈그럼 뭐가 문제야.
-... 딱히 문제랄 건 없어요.
🦈핸드크림이 그 셙우? 걔가 쓰는게 아니야?
-... 아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그거말곤 사실 생각나는 이유가 없어. 사실 내가 그 때 한번 말하고 좀 헷갈려서 매장에 가서도 직원에게 이게 그 멤버가 쓴다는게 맞냐 물어보고, 심지어 그 매장 한복판에 서서 그 멤버 인터뷰까지 뒤져가면서 이 모델을 쓴게 맞는지 찾아봤거든. 아니 걔가 쓴 것도 맞는데 그럼 뭐가 화나.
-왜... 저랑은 밥...
🦈밥?
-... 아니 진짜...
근데 또 묘하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해. 아니 왜 나랑만 밥을 안먹어? 내가 너무 좋아하는게 티가 났나? 사실 과외샘이랑 학생이 밥을 먹는다는 건 내기를 걸어두고 그거에 맞춰서 성적을 내면 독려 차원에서 먹는 밥에 가까웠으나... 이미 사랑에 빠진 고등학생의 입장에선 그냥 서럽고 서운한 일이지 뭐.
🦈알아듣게 말을 해야 알 거 아냐.
-... 왜 저랑은 밥을 안먹냐구요.
🦈...
-c랑은 밥도 사준다고 했다면서 왜 저랑은...
🦈...
-맨날 무슨 말만 하면 다 툭툭 뱉고...
결국에는 모양 빠지게 눈물이 뚝뚝 떨어져. 이런 말 좀 우습기는 하겠으나, 유기혅은 늘 명랑한 애로 날 봤다해야하나... 그렇기에 이렇게까지 서럽게 우는 날 보면서 조금 당황해. 아니 사실 좀 많이. 근데...
-... 왜 웃으세요?
골때리게 귀여운 거야. 그 모습에 미안하다 사과를 해야할 것 같기도 하고, 또 달래주기도 해야할 것 같기는 한데... 밥 한끼 안사줬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서러워서 울고 있는 걸 보니까 그 맘때의 애들 같기도 하고 또 너무 귀엽기도 하고.
🦈니가 잘하니까.
진짜 미안하게도 웃음이 안멈춰. 이렇게까지 계속 웃는 걸 보는 게 처음이었다. 사실 유기혅도 과외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웃어본 건 처음이야. 푹 패인 인디언 보조개를 자랑하며 웃고 있으면 어느새 연하의 눈물이 그치고 그런 유기혅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어.
🦈걔네는 성적이 잘 안올라서 그렇게라도 해서 할 수 밖에 없었어.
-...
🦈너 말이 맞다, 잘 하는 애한테도 상을 줘야하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네.
사실 반박을 하고 싶기는 했다. 유기혅 자기가 핸드크림 사준 건 좀 자랑하고 싶거든. 과외없는 날은 집에서 완전히 지쳐서 자는 사람이야, 약속도 안잡고 말이야. 그런데도 그 날 씻고 나가서 백화점에 가서 그 핸드크림을 너한테 잘했다고 칭찬해주려고 나가서 사왔는데...
🦈그래 밥먹자.
연하에겐 그 노력의 핸드크림보다 밥 한끼가 더 중요한 거였다니. 그 대목이 유기혅은 좀 골이 때려. 노력하는 거 의미 없었네.
-언제요?
그러면 눈가를 벅벅 소매로 닦으면서 물어봐. 유기혅 그런 날 쳐다보면서 자기 소매로 내 눈가를 안아프게 톡톡 해주는 거야.
🦈그래서 피나겠냐.
-...
🦈이번 시험 끝나고 사줄게.
사실 자기가 얻어먹어도 모자랄 판에 밥을 사주는게 맞나 싶기는 해. 뭐 이치적으로 따지는 사람이었기에... 그러나 이렇게까지 서럽게 우는데 어쩌겠어 사줘야지. 그리고 또 너무 웃기도 했으니까 그 정도는 해야할 것 같았다.
🦈그래서 먹고 싶은게 뭔데.
-... 생각한 거 없는데요?
이것 역시도 대단한 일이었다. c는 유기혅과 과외를 하는 그 날에 과외를 조금 일찍하고 밥을 먹었지만, 유기혅은 나와 밥을 먹는 날을 자신이 과외하지 않는 날로 정해줬거든. 아무래도 그런 메리트를 줘야 섭섭해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럼 저기 가자.
-... 아뇨? 저 고기 알레르기 있는데요?
🦈어머님이 너 고기 없으면 밥 안먹는다던데.
아 왜 엄마는 그런 쓸데없는 걸 말하고 난리야... 유기혅 혹시나 엄마가 오해할까봐 그 전날 착실하게 내가 너무 공부를 잘해서 밥을 사준다며 보고까지 해뒀거든.
-아니 근데 여기는 좀 비싼 거 같은데...
🦈니 과외비가 더 비싸서 괜찮아.
유기혅은 고액과외비를 받는 사람이었으니... 뭐 그정도야 그냥 그랬어. 그럼 나는 또 고개를 끄덕끄덕. 그런 나를 쳐다보며 유기혅은 또 어이없어서 웃으며 가게에 들어가. 사주는 밥이라 메뉴를 못 고를게 뻔하니 본인이 알아서 비싸고 맛있는 메뉴를 시켜주고는 이런저런 스몰토크를 하는 거야.
🦈너 어디어디 썼댔지.
-... 저...
1지망은 유기혅이 다니고있는 대학이었다. 사실 내게 있어서 몇 지망은 의미가 없었어. 오직 유기혅이 다니고 있는 그 대학만 내게는 의미가 있었거든.
-근데요 샘.
🦈응.
-... 진짜 cc하면 다 깨져요?
처음으로 태블릿 없이 보는 유기혅이었다. 유기혅은 생각보다 과외하지 않을 때는 사람의 눈을 많이 보는 사람이야. 덕분에 나만 우왕좌왕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지.
🦈그것도 cc 나름이지, 나 아는 선배는 결혼하던데.
-진짜요?!
🦈근데 열에 여덟은 깨지더라.
-...
🦈근데 그게 cc라서 깨지는 건가.
조금 우울해져. 사실 유기혅은 나랑 사귈 생각도 없어보이는 눈친데 나 혼자서 지레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 건 맞지만 말이야.
🦈그냥 너무 어린 나이에 사랑이라고 착각해서 사귀고,
-...
🦈사귀다보니까 내가 생각한 사랑이랑 달라서.
-...
🦈뭐 그래서 헤어지는 경우가 더 많겠지.
-...
🦈내가 널 앞에두고 이런 소리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그 말에 뭐라 대답하지 못하고 있으면 음식이 타이밍 좋게 나와. 음식이 세팅 되는 걸 쳐다보는 유기혅과 달리 나는 그런 유기혅을 쳐다보고 있는 거야. 근데 묘한 자신감이 있거든요 나는. 왠지 내 앞에 있는 사람은 내가 생각한 사랑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
-잘 먹었습니다.
🦈너 얼마 먹지도 않던데.
그건 맞는 말이었다.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먹을 생각이었거든. 도저히 이 사람 앞에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잘 못 먹겠는 거야. 편하게 먹기엔 혹시나 오늘 공들여서 바른 틴트가 지워질까 걱정이 되는 거지.
-샘, 혹시요.
🦈응.
-... 커피는 제가 사면 안될까요?
카페에 가자는 말을 하고 싶은데, 싫다고 할까봐 좀 돌려서 말해. 그냥 밥은 비싼 거 사줬잖아요. 그니까... 제가 커피 정도는 사줘야 할 것 같아서...
🦈카페 찾아둔 데 있어.
-네?
🦈그럼 뭐 밥만 먹고 갈 생각이었어?
-... 네.
🦈그럼 집에 가고.
-아뇨!
연하는 말하면 말하는 대로 반응이 나와서 그걸 보는 게 즐거웠다. 사실 그맘때의 애들이 다 그렇겠지만 유독... 그래 정말 유독 귀여운 것 같은 기분. 괜히 과외가 없는 날을 빼뒀겠냐고. 유기혅 근처의 요새 핫하다는 카페까지도 찾아놓은 거지.
-샘 이런데 좋아해요?
🦈아니.
-그럼요?
🦈그냥... 카페 굳이 안오는데.
-엥?
🦈집에서 커피 내려마시면 되니까.
사실 이해하지 못했다. 카페에서 공부한다는 말을 들으면, 유기혅은 굳이 자신의 집이 더 조용한데 왜? 차라리 공부할거면 스터디카페나 도서관, 독서실 이런데를 가야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 그게 아니라도 카페는 시끄러워서 자신과 잘 안맞았고.
-그럼 저때문에 오신 거에요?
🦈...
-... 좀 오바했죠, 죄송...
🦈맞아.
-...
🦈그럼 여기를 너랑 왔는데, 나는 카페를 안좋아하고.
-...
🦈너때문에 온게 아니면 왜 와.
그 말에 심장이 어디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쿵쿵 심장이 요동을 치는게 느껴지는 거야. 그런 연하가 미칠 소리를 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건 유기혅 오로지 한명이었다.
🦈너 근데 이제 진짜 수능 얼마 안남았다.
-... 그 얘기 안하면 안되겠죠?
🦈근데 수능 망쳐도 돼.
-...
🦈진짜 망치면 혼낼 거긴 한데, 그래도 너무 부담갖지 말라고.
조금만 덜 어른스럽게 굴었으면 좀 덜 사랑했을 것 같기도 한데 왜 이렇게 이 사람은 어른스럽게 굴어서 자꾸 더 좋아하게 만드는 건지.
🦈부담만 안가지면 잘 볼거야.
유기혅의 따뜻한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끄덕. 그러면 유기혅은 그런 나를 웃으며 쳐다봐. 그러나 나에겐 망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유기혅과 같은 학교에 가고 싶었으니까. 유기혅이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이 사람에게 고백을 하고 싶었으니까.
-여보세요.
🦈현관 열어봐.
아무것도 귀에 들리지 않고, 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수능 전날. 일부러 유기혅에게는 일주일 전부터 과외를 그만하자고 했어. 그 얼굴을 보면 더 집중이 안될 것 같았거든. 대신 풀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전화해서 물어보기로 정말 딱 그것만 하기로 했지. 근데 갑자기 전화가 온거야.
-이거 뭐에요?
🦈나 수능날 입었던 가디건이랑 뭐 엿이랑 초콜렛.
눈을 깜빡이며 쇼핑백을 쳐다봐.
🦈아, 엿이랑 초콜렛은 수능치는 애들 다 준 거야.
그 말에 나만 준걸까 싶어서 확 좋아졌던 기분이 훅 가라앉아. 차라리 그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근데 수능때 입은 가디건은 너만 준거야.
-…
🦈그건 하나밖에 없으니까.
-…
🦈편애 했으니까 잘 보고 와라.
얼굴이 발개지는게 느껴져. 사실 얼굴이라도 보자고 하고 싶지만 참기로 해, 이 사람을 보면 당장 고백부터 할 것 같아서. 정말 이 사람의 학교에 붙은 다음에… 정말 내세울게 생긴 다음에 내가 여기에 붙었다고 말하고 싶어서.
-샘.
🦈응.
-저한테만 응 하는 거죠.
🦈응.
-… 그럼 됐어요, 저 잘보고 올게요.
사실 그거면 됐다. 수능때 유기혅의 가디건을 걸쳐 입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냥 이 사람과 같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야. 별 거 아닌데도 정말 이 사람이 날 지키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최저만 맞추면 되는 상태였으니 그저 하던대로만 하면 됐다. 문제는 내가 너무 떨고 있다는 거였겠지.
-… 엄마.
👤떨어졌어?
-… 나 합격이야!
유기혅에겐 수능이 끝나고도 연락하지 않았어. 그렇다고해서 합격을 보고도 연락하지 않았다. 조금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자면… 면접을 보느라, 논술을 보느라 바빴다고 … 그러다가 1월 1일 자정이 되는 거야. 유기혅의 번호를 입력해놓고 전화를 할까말까 하는데,
-… 여보세요?
🦈적어도 합격인지 아닌지는 알려줘야 할 거 아냐.
바라면 이뤄준다는 말은 사실인지 유기혅에게 먼저 전화가 와.
-샘,
🦈왜.
-해피뉴이어에요.
🦈말 돌릴래.
근데 어떡해요, 이 말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사실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었어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컥해서 눈물부터 나와. 목에 단단히 돌덩이가 낀 것처럼 목소리가 엉망으로 나오는 거야.
-샘.
🦈응.
-… cc는 다 깨질까요?
🦈열에 여덟은 깨지던데.
똑같은 대답을 해.
🦈근데 열에 둘은 행복한 걸 보면,
-…
🦈영 확률이 없는 건 아닐지도 모르지.
고백을 하려다가 꾹 참아. 얼굴 보고, 사실 오늘 고백하고 싶었지만 참을래요. 저 진짜 샘한테 캠퍼스에 들어가면 꼭 고백을 해야하거든요. 그니까 그 날 나 만나줘야해요.
-샘.
🦈왜 자꾸 불러.
-3월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그 말에 유기혅은 안심해, 합격했음을 확신 할 수 있었으니까.
🦈개강이 뭐가 좋다고.
-그냥요.
🦈지옥이다.
-… 난 빨리 오면 좋겠는데.
🦈스무살 축하해.
-…
🦈곧 보자.
유기혅스러운 축하를 끝으로 전화가 끊겨. 그러나 연하가 한가지 까먹은게 있는 거야. … 당장 입학보다 졸업식이 더 가깝다는 것. … 유기혅과 졸업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왜 그걸 까먹었는지… 이제 와서 연락해봐? 아니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울적한 졸업식이 시작돼. 교복을 마지막으로 입는 날, 유기혅에게 마지막 교복을 축하받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기에 결국 교복 자켓을 포기하고 유기혅의 가디건을 위에 걸치고 가는 거야. 친구들과 한참 사진을 찍으면서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어. 그냥 말이라도 해볼…
🦈가디건 안돌려주냐.
-… 샘.
🦈그거 비싼 건데.
지금 내 눈앞의 이 사람이 진짜 맞나 싶어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면 내 품에 안겨주는 꽃다발.
🦈이건 다른 학생들 안주고 너만 주는 거 맞아.
-…
🦈어차피 이제 과외도 안 할 애들 다 챙겨줄 필요 있냐.
-… 샘.
🦈캠퍼스 커플 열에 여덟은 깨져.
-…
🦈근데 우리 오늘 여기서 졸업사진 같이 찍고 시작하면,
-…
🦈깨질 확률 높을 캠퍼스 커플이라고 부르기 어렵지 않냐.
어쩌면 이 사람은 확률을 따지기에 조금 더 로맨틱 할 지도 몰라.
🦈우린 그럼 그냥 커플인 거니까.
-…
🦈아 물론 이 고백도 너한테만 하는 거고, 처음 하는 거 맞아.
-…
🦈나랑 같이 학교 다닐래?
유튜브에 놀러가는 거 한 편 올리자마자 구독자 만명 쉽게 찍고, 날이 갈 수록 편집 실력도 늘어서 다들 얼굴도 잘생겼는데 성장캐라고 모든 sns에서 난리남.
디엠이며 댓글창이며 여친 있냐 도배되고 구독자 십만 기념 Q&A 한다고 하자마자 질문이 다 여친 유무임.
🐶질문이 다 여친 질문이네
산에서 굴러떨어져서 기절했는데 저 요정이 저러고 쳐다보고 잇음 어카지
🐢사라이써어? 갱차나?? 에궁 무릎 다 까졋네에... 머리는 안아퍼?? 나능 쩌기서 큰소리가 나길래 먼가햇드니 청설모가 알려주드라구 그래서 와바찌이 일어낫 수 잇어어?? 길 알려주까?? 에구 짠한그... 아퍼어...?
아 웃겨
딸 개학 전날 가족끼리 여행왔는데
딸이 갑자기 여기 온 거 여름방학 숙제로 적어야게따!!
해서 아빠들 당황
여름방학....숙제...? 개학 내일 아냐..?
🐢무슨 숙제?
그림일기!
🐢그동안 했어??
까먹엇더 지금 생각낫어
🐹...스케치북이랑 색연필 사올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