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라고 해서 자기 삶까지 내려놓는 건 아니다
가끔 보면,
복종(submission)을
자기 삶 전체를 포기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근데 사실:
👉 submission
과
👉 자기소멸
은 같은 게 아닐 수도 있다.
⸻
건강한 D/s에서는,
서브도:
👉 자기 삶,
👉 인간관계,
👉 현실 기반,
👉 자기 판단력,
👉 자기 경계
를 유지한 상태에서
관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자기 삶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는,
복종이라기보다:
👉 의존,
��� 포기,
👉 현실 회피,
👉 자기붕괴
에 가까워지는 경우도 생긴다.
⸻
가끔:
“주인님만 있으면 된다”
“내 삶 전부를 바치고 싶다”
같은 말을
되게 낭만적으로 소비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 자기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수록,
오히려 더 건강하게:
👉 선택하고,
👉 조율하고,
👉 신뢰하고,
👉 자발적으로 복종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submission에서도 결국 중요한 건,
👉 “얼마나 자신을 없애는가”
보다,
👉 자기 자신을 유지한 상태에서도
자발적으로 관계를 선택할 수 있는가
에 더 가까운 것 같다.
# Master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성향관과 가치관에 따른 글입니다.
BDSM에서 지배자의 자리에 서는 이들에게는 저마다의 깊은 신���과 성향적 철학이 존재할 것이라 믿습니다.
성향자라면 누구나 '내가 과연 이 성향을 내세워도 되는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라는
성향자라는 존재는 바로 그러한 성찰과 치열한 자문자답의 과정을 통과하며 비로소 한 명의 온전한 성향자로 빚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깊은 고찰의 연장선상에서 '마스터'라는 성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소위 마스터라 자칭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며 느낀 씁쓸한 단상들을 담담히 적어보려 합니다.
마스터라는 성향의 사유의 결론은 언제나 한 곳으로 향하곤 합니다.
마스터라는 성향은, 결코 스스로 먼저 목소리를 높여 내세울 수 있는 명칭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마스터 역시 나를 온전히 믿고 자신의 전부를 의탁하는 '슬레이브'라는 존재가 있기에 비로소 성립될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마스터라는 자리는 스스로 먼저 명함처럼 내밀 수 있는 명칭이 아니라, 나를 따르는 슬레이브가 나라는 인간을 믿고 기꺼이 만들어주는 준엄한 자리라 믿습니다.
그러기에 이 성향은 상대를 내 뜻대로 휘두르고 통제할 수 있는 가벼운 '권리'가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나를 믿고 벼랑 끝에 선 상대의 영혼을 온전히 이끌고 감당해야 하는, 지독하리만치 무거운 책임을 부여받는 일에 가깝습니다.
누군가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우주를 통째로 내 어깨에 짊어지겠다는 무언의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 마주하는 수많은 마스터 분들에게서는 그러한 무게감을 찾아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들은 상대의 성향이 슬레이브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마치 기다렸다는 듯 태도부터 돌변하곤 합니다.
어제까지 지키던 최소한의 예의는 잊은 채 단숨에 말을 편하게 대하고 손쉽게 요구사항들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지배할 권리를 정식으로 부여받은 적도 없으며 상대의 인생과 상처까지 온전히 책임지겠다는 무게감 있는 약속을 단 한 번도 나누지 않은 채 말입니다.
성향이라는 이름이 덮치기 전에, 그 아래에는 엄연히 한 명의 사람이 숨 쉬고 있습니다.
아무리 피지배 성향을 지닌 슬레이브라 할지라도 그 역시 인간으로서 수십 년간 쌓아 올린 고유한 가치관과 사고관 그리고 상처받기 쉬운 여린 마음을 지닌 존재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나라는 존재의 모양을 바꾸고, 상대의 기준에 맞춰 나를 깎아내 ��는 과정은 결코 당연하거나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아내는 듯한 지난한 헌신입니다.
그런데 지배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이러한 피지배자의 노력과 희생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듯합니다.
성향이 그러하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 라는 안일한 태도를 마주할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회의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과연 이것이 성향의 본질이 맞는지 묻고 싶어집니다.
마스터라는 이름을 쉽게 내세우는 분들에게 저는 정중하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지배를 하기 위해, 여태껏 스스로가 쌓아온 모든 가치와 삶의 궤적을 단숨에 부술 수 있는 용기가 있습니까?
당신은 오직 그 사람을 바르게 이끌기 위해, 오랜 시간 목숨처럼 지켜온 신념마저 스스로 버릴 수 있습니까?
그토록 당신을 한없이 따르고자 온 정성을 다해 노력하는 슬레이브가 당신의 눈에는 그저 다루기 쉬운 가벼운 존재로 보이십니까?
그들의 순종이 결코 값싼 것이 아님을 안다면 그 순종을 받아내는 마스터라는 자리 또한 결코 쉬울 수가 없습니다.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그가 어떤 순간에 아파하고 어떤 순간에 안도하는지 그 내면의 밑바닥까지 온전히 알아가는 것
바로 그 끈질긴 이해로부터 지배가 시작되는 법입니다.
대체 어떠한 위치에서, 어떠한 시선으로 상대를 평가하기에, 그저 피지배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대단한 권력이라도 쥔 것처럼 온갖 특권만을 누리려 하십니까.
그것은 지배가 아니라 오만일 뿐이며, 성향이 아니라 다듬어지지 않은 권력욕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지배는 타인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를 위해 내 욕망을 자제하고, 상대의 슬픔과 무게를 기꺼이 내 어깨로 감당하며, 그 삶을 바른 길로 책임지는 고독하고도 숭고한 행위입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마스터라는 이름을 얻고 싶다면, 누릴 생각부터 하기 전에 내가 짊어져야 할 그 막중한 책임의 무게부터 깊이 헤��려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