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 나가려고. 너 옷 좀 사게.
언제까지 내 옷만 입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딥이 윙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자 별 다른 반항 없이 팔의 힘을 푸는 윙이었어. 그제서야 탈출에 성공한 딥은 침대에서 내려와 윙의 상체를 일으켰지.
- 얼른 씻고, 간단하게 토스트 먹고 나갔다오자.
맞아놓고도 뭐가 그리 좋은지, 속 없이 실실 웃는 윙에 딥을 할 말을 잃어버려.
- 그래도 존댓말은 꼬박꼬박 할게요. 대신에 이름 부를래.
- 마음대로 해라..
지금도 반 쯤 말 놓았으면서 무슨 존댓말을 꼬박꼬박 한대.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었더니 제 엄지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꾹 누른다.
집에서만 생활할 것도 아닌데, 밖에서 주인이라고 불렀다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그러니까 좀 무난히 부를만한 호칭이.. 간단하지.
- 형 이라고 부를래?
- 그냥 이름 부를래요. 형 싫어.
- 이게,
- 악!
주인소리는 잘만 하더만 왜 또 형은 싫대, 결국 또 한대 얻어 맞은 윙이다.
딥을 쳐다보았지. 주인, 그 단어를 듣자 어제 잠들기 전 했던 다짐이 떠오른 딥이 이번엔 손바닥으로 윙 어깨를 아프지 않게 두드려.
- 주인 대신 다른 호칭 써. 듣기 조금 그래.
- 주인인건 사실이잖아요.
- 그래도..
사람한테 주인 소리 듣는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라서 그렇지. 또 우리가
윙은 그저 배시시 웃으며 딥을 더욱더 제 품에 깊게 안을 뿐이었어. 이씨, 결국 힘이 빠진 딥은 몸부림을 포기하곤 주먹을 쥐어 윙의 가슴팍을 퍽소리나게 쳤어.
- 아, 아파요.
- 아프라고 때렸어.
- 이거 동물학대인거 알아요?
주인이 되어선, 작게 읊조린 윙이 눈을 내리깔고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진 딥은 일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는데, 그 전에 윙이 딥 허리 단단히 끌어안고 안놔주는거지. 한 손으로는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다시 눈을 감는 윙이야.
- 이러고 조금만 더 자요. 오늘 주말인 것 같은데.
- 뭘 이러고 자, 이거 안 놔?
버둥거리는 딥이지만
얜 왜 이리 가깝게 붙어서 자는거야! 놀란 딥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 비몽사몽한 윙은 잠결에 웅얼거리며 딥을 끌어안기까지 하는거야. 딥은 그 상태로 아무것도 못하겠지. 굳이 깨울 필요는 없으니까.. 딥은 시선만 돌려 몰래 윙의 얼굴을 감상했어.
- 속눈썹 하난 더럽게 기네..
3. 주말 아침.. 이라기엔 조금은 느즈막한 낮, 더 이상 햇빛을 이겨내지 못한 딥이 눈을 부빗거리며 잠에서 깼어. 지금이 몇 시야, 휴대폰을 찾으려 뻗는 팔이 평소완 다르게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끼곤 고개를 돌려보면,
- 아, 깜짝이야!
채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윙이 자고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