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1he0r (네 말을 부정하지도 비웃지도 않는다.) 나태함이라. (검끝이 목전에 있는데도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보인다면 마음대로 생각해. (손끝에서 번개가 짧게 튄다.) 근데 잃을 게 없는 자보다 잃을 것이 생긴 자가 더 쉽게 무너진다는 것. 너도 알고 있지?
@Ae1he0r ······길을 잘못 든 건가. (속을 얽매여오던 끝.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길을 잘못 든 건지 아닌지는─── (찰나의 순간, 금속이 울렸다. 첫 충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온다.) ······지금부터 친히 기회를 주지. 네 가치를 증명할 시간이라고.
@Ae1he0r (네가 내어준 빈틈을 바라보던 그는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비틀어 올린다.) 많이 급했냐고? (얕게 비소를 날린다.) 그 말을 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번개가 검신을 타고 흐르고───) 그렇게 대놓고 틈을 내주다니. 자신감, 아니면 허세?
@Ae1he0r (흩날리는 먼지 너머 옆구리를 타고 흐르는 붉은 선이 방금의 일격이 환상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짧은 비소 후 쉬는 한숨. 그는 상처 난 부위를 손으로 짚지도 않았다. 오히려 네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인다. 이내 그는 천천히 자세를 낮춘다.) 내가 아직도 네 예상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Ae1he0r (검날이 등을 향해 파고드는 찰나 어깨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날카로운 감촉과 함께 검끝이 그의 옆구리를 스친다. 옷감이 찢어지고 붉은 선이 얕게 그어진다.) ······흥 (바로 거리를 벌리진 않았다. 되려 반걸음 앞으로 파고들며 검의 궤적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상처를 감수하고 만든 선택이었다.)
@Ae1he0r (시선을 흘끗 내리며 찢어진 옷자락을 무심하게 바라본다. 상처는 깊지 않지만 전류가 남긴 잔열이 신경을 타고 흐른다.) 봐줄 필요 없어? (공기가 옅어진다. 번개가 형태를 갖추며 한 점으로 수렴하는 압축된 낙뢰.) 방심하지 말라고, 네가 만든 대비도 깨지기 일보 직전이니까.
@Ae1he0r (산산이 부서지는 바위 파편 사이로 번개가 튀듯 시선이 번뜩였다. 굉음이 아직 가라앉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무른 여행자라 (손끝이 번쩍인다. 짧고 압축된 번개가 직선으로 터지듯 네 측면을 겨냥한다.) 이건 예전처럼 받아주는 전투가 아니라서 말이지?
@Ae1he0r (짧은 숨소리 같은 웃음이 공기를 긁었다.) 하찮은 단어를 잘도 입에 올리네. (검 끝이 맞닿은 거리. 조금만 움직여도 목숨이 스칠 듯 가까운 간격인데도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다.) 그럼 확인해 보지. 네 말끝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 (발끝이 바닥을 찍는 찰나, 번개가 번쩍이며 허공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