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오래 머문 사람은 누군가 내미는 손조차 경계한다. 억지로 빛을 보여주거나 상처를 들춰낼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사람이 가장 깊이 숨겨둔 곳까지 내 존재가 스며들기를 바랐다. 기다림이 다정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끝내 모든 것을 차지하려는 욕심인지는 아직 구분하지 못한다.
익숙한 불행보다 낯선 평온을 더 불편하게 느낄 때가 있다. 오랫동안 긴장 속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은 휴식이 아니라 불안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평온을 믿지 못하는 것은 행복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익숙해진 마음이 경계심을 놓치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해받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가장 솔직한 모습은 감추려 한다. 이해받지 못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드러난 뒤 거절당하는 일이 더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때로는 외로움을 감수하면서 자신을 숨긴다. 들키고 싶은 마음과 끝내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