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떨어진 별
무대는 예술가에게 성전이다.
그곳에서 영혼이 노래하고, 꿈이 춤춘다.
서른 살 성악가 안영재는 그 성전에서 별이 되었다.
400킬로그램 철제 장치가 그의 어깨를 짓누른 그날, 세종문화회관의 화려한 무대는 차가운 심판대가 되었다.
2023년 3월, 마술피리 리허설. 모차르트의 선율이 흐르던 그곳에서 한 청년의 꿈이 무너졌다.
척수 손상. 하반신 마비.
성악가에게 생명인 호흡과 발성의 상실.
그러나 더 잔인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당신은 노동자가 아닙니다.”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그는 산재보험의 문밖에 서 있어야 했다.
수억의 치료비는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은 말했다.
“정해진 동선을 벗어났다”고.
“사고인지 불확실하다”고.
민간 합창단도 침묵했다.
책임은 허공에 떠돌았고,
고통은 오롯이 한 개인에게 남았다.
2년의 투병. 통증을 달래던 약물이 결국 그를 데려��다. 2025년 10월 21일 새벽, 심장이 멈춘 그 순간까지도 그는 법정에서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률 2%.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대 위의 찬란함만 보고,
그 뒤의 그림자는 외면한다.
예술가도 인간이다. 그들의 피도 붉고, 뼈도 부러진다.
그런데 왜 그들의 고통은 ‘프리랜서’라는 말 한마디로 지워지는가.
안영재의 죽음은 단순한 불운이 아니다.
이것은 구조적 폭력이며, 제도적 살인이다.
무대는 꿈을 펼치는 곳이어야지,
생명을 거두는 제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불안한 무대 위에 선다.
산재보험도 없이, 안전장치도 없이.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우리는 그들의 생명을 지킬 책임에서는 고개를 돌린다.
별이 된 청년 성악가를 생각한다.
그가 부르고 싶었던 노래들을, 서고 싶었던 무대들을.
이제 그 노래는 영원히 침묵 속에 갇혔다.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은 그 침묵의 절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