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개울물을 한가득 손에 담아 숨 죽어가는 꽃다발 위로 흩뿌리자 본래의 싱그러운 제 빛깔을 되찾는다. 잔인한 태양아, 너는 왜 그리 심술궂니. 눈동자 가득 아름다운 꽃을 담은 그 눈빛은 밝게 비추어 내게 와닿도록 해놓고는. 그리로 닿을 몇 걸음 길에는 짙은 그림자 한 조각 내려주지 않니.
새빨간 장미 향이 가득 들어차니 그 향기에 눈 앞이 아른거리며 정신이 혼미해진다. 물론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움 이기에, 한 낮에 꽃들을 바라보거나 손 끝으로 그 얇은 꽃잎들을 스치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도, 바랄 수도 없어 그저 눈으로 슬깃 바라보는 수 밖에.
애기고양이. 부디 그런 표정으로 거절하지 말아줘. 베로나의 그 누구도, 심지어 풀잎조차 알아채지 못해. 이건 유행에 한참 뒤떨어지고 수수한. 단지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이 전부인 평범한 외투니까. 사치에 커다란 재능을 마음껏 뽐내는 머큐쇼의 것��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물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