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컵은 물을 마신다는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을 할 능력이 없어. 물을 제대로 따라둘 수도 없고 마시려면 고통을 감내해야해.
그런 것의 어디에 가치가 남아 있어? 의미가 있으면 무가치해도 되는 거야?
이걸 고칠 수도 새로운 컵으로 바꿀 수도 없는데 어째서 이런 걸 계속 써야 하냐고.
컵을 하나 선물 ��았어. 그래서 굉장히 뜻 깊은 물건이야.
물을 ���라 마신다는 전혀 어렵지 않은 일만 하지만 원래 컵이란 건 그런 거 아니겠어.
컵이 망가져 버렸어. 물을 따라놓으면 자꾸 새어버리고, 마시려고 하면 상처가 나서 아파.
하지만 컵을 버릴 순 없어. 이건 의미가 있는 물건이니까.
닫힌 창문 너머로 조용히 눈이 내렸다
방 안의 불을 끄고 그 하얀 세상을 얇은 유리 너머로 바라보았다
마음 같���선 직접 저 세상 안에 서보고 싶었지만
그게 얼마나 추운 일인지 알고 있는 몸은 오히려 이불을 더 끌어당기고 있었다
하아
오늘도 그저 저 세상처럼 하얗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