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을 닫으면 세계가 조금 덜 시끄러워진다. 그러나 침묵은 소리를 없애는 일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 밀어 넣는 일에 불과해서, 잠잠해진 뒤에야 오히려 제 심장 소리가 과도하게 증폭된다. 나는 그 박동을 불경이라 부르기로 했다. 살아 있다는 사실만큼 오래 용서받지 못하는 것도 없으므로.
주파수를 낮춘 구순의 파열음으로 망연히 사라지길 기도하는 일. 발화되지 못한 음절은 혀의 저면에 침전되고, 삼켜진 언어의 잔여만이 목울대를 따라 낙하한다. 누구에게 닿기 위한 기도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사라지는 것에도 제각기 고유한 소리가 있다는 사실만은 선명했는데.
사람이 사람을 견디는 일에는 일정한 유효기간이 있는 모양이다. 다정함은 오래 두면 부패하고, 미움은 지나치게 오래 품으면 체온을 닮는다. 당신을 잊겠다고 ��심한 밤마다 이상하게도 당신의 이름만 선명해져서, 나는 기억을 지우는 대신 그 위에 다른 문장을 겹쳐 쓰는 쪽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