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이 여성시대에 공유되어 댓글 400개가 넘게 달렸다. 대체로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한 마음이다. 몇몇 분들에게는 의문을 남긴 것 같아서 새로 글을 쓴다. 집값의 방향은 정권이 아니라 세계 금리 사이클이 정한다고 하니 당연히 이런 질문이 온다. "그래서 지금은? 이재명 정부 들어 집값도 오르고 전월세 매물도 씨가 말랐잖아."
이 문제를 논할 때, 핵심은 두 가지를 섞지 않는 것이다.
'가격이 왜 오르나'와 '전월세 매물이 왜 없나'는 뿌리가 다른 문제다.
가격부터 보자. 미국 연준은 2024년 9월 5.25~5.50%이던 기준금리를 0.5%p 내리며 인하를 시작했고, 11월과 12월에 0.25%p씩 더 낮췄다. 2025년의 인하까지 더하면 지금(2026년 7월)은 3.75% 안팎으로, 고점에서 1.75%p가 내려왔다. 한국은행도 같은 흐름을 따라 3.50%에서 2.50%로 낮췄다.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시중 자금이 늘어 자산 가격을 밀어올린다. 세계적으로 다시 시작된 이 완화 국면이 한국 집값에도 그대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니 "이재명이라서 오른다"는 말은 "문재인이라서 올랐다"가 틀렸던 것과 같은 이유로 틀렸다.
전월세 물량난은 왜 생기나? 이건 근본적으로 공급의 문제다. 전세 매물은 대부분 새 아파트가 입주할 때 시장에 풀린다. 그런데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만 가구로, 2023년(36만)보다 40% 넘게 줄었다. 서울 아파트 착공은 예년 4만 가구에서 최근 2만 가구대로 반토막 났다.
이 숫자들은 이재명 정부가 만든 게 아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의 건설시장 침체와 PF 부실, 공사비 폭등이 겹쳐 삽을 뜨지 못한 집들의 청구서가, 착공에서 입주까지 걸리는 2~3년의 시차를 두고 지금 도착한 것이다. 오늘의 물량난은 사실상 몇 년 전에 이미 예고돼 있었다.
규제가 매매·임대시장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다주택자의 매각이 늘고 실수요자의 자가 전환이 일어나면, 전체 주택 수는 줄지 않지만 임대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지금의 전월세 불안을 설명할 수는 없다. 입주물량 급감과 기존 전세의 월세 전환, 갱신계약 증가가 겹친 구조적 공급 부족을 함께 봐야 한다.
집의 총량을 실제로 줄인 건 규제가 아니라, 몇 년 전 짓지 않아 생긴 공급 절벽이다. 서울 전세 매물이 1년 새 절반 넘게 사라진 것도, 이 공급 공백이 겹친 것이다. 게다가 규제가 만든 잠김은 규제를 되감는다고 풀리지도 않는다. 뒤에서 보겠지만, 규제를 풀면 투기가 먼저 돌아온다. 그러니 답은 규제를 푸는 게 아니라 집을 짓는 것, 특히 시장이 스스로 못 짓는 지금 공공이 직접 물량을 채워 넣는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흔히 "거래만 막는 나쁜 규제"로 몰리지만, 이유가 있었다. 세계에서 밀려온 유동성은 아무 데나 가지 않는다. 가장 오르기 쉬운 강남·용산 같은 핵심지로 몰려 갭투자를 부풀린다. 실제로 대출을 조이자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이 그 상급지로 더 쏠렸다. 토허제는 바로 그 쏠림을 표적으로 막는 방어선이다. 파도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 그 물이 투기로 고이는 곳은 막자는 것이다.
이게 추상적 우려가 아니라는 건 2025년 초에 증명됐다. 그해 2월 12일 서울시가 강남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 잠실동의 토허제를 풀자, 바로 그 지역들의 주간 상승률이 튀어올랐다. 송파는 0.14%에서 0.36%로, 강남은 0.08%에서 0.27%로, 서초는 0.11%에서 0.18%로 두세 배씩 뛰었다. 신고가 거래는 더 극적이다. 강남구 신고가는 1월 59건에서 2월 176건, 3월 259건으로 두 달 만에 네 배 넘게 늘었고, 서초구도 49건에서 208건으로 불었다.
규제 하나를 떼어내자 세계에서 밀려온 유동성이 곧장 핵심지로 쏠려 값을 밀어올린 것이다. 결국 정부는 한 달여 만인 3월 19일 강남 3구와 용산을 다시 토허구역으로 묶었다. 토허제를 '했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풀면 오르고 묶으면 잦아든다는 걸, 시장이 스스로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가격의 큰 방향은 세계 금리 사이클이 좌우한다. 다만 정부 정책은 그 상승이 어느 지역에, 어떤 속도와 폭으로 집중될지를 크게 바꾼다. 전월세 물량난의 핵심은 몇 년 전 짓지 않은 집의 공급 절벽이고, 토허제 같은 표적 규제는 그 위에서 투기 쏠림을 막는 정당한 도구였다. 그러면 남는 답은 하나다. 시장이 스스로 못 채우는 공급을, 공공이 앞장서서 채우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진단도 여기에 닿아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닥치고 지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정부도 공급 부족을 주택시장 정상화의 핵심 과제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나는 그 '닥치고 공급'이 민간에 땅을 풀어주는 데 그쳐선 안 되고, 공공이 직접 주도해 공공임대를 대폭 늘리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본다. 시장이 공급을 미루는 국면일수록, 정부는 이윤이 아니라 주거권을 목적으로 공공임대를 직접 확충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수요가 왜 하필 수도권 한 곳으로만 몰리는가를 물어야 한다. 아무리 서울에 지어도 전국의 사람과 일자리가 계속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오면 공급은 밑 빠진 독이 된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이 부동산 정책의 한 축인 이유가 여기 있다. 지방에 일자리와 성장 엔진이 서면 수도권으로 쏠리던 수요의 일부가 옮겨가고, 그때 비로소 집값 문제는 "서울에 얼마나 더 짓느냐"를 넘어 구조적으로 풀리기 시작한다. 공급이 응급처치라면, 균형발전은 체질 개선이다.
그러나, 솔직히 인정해야 하는 것은 공급은 하루아침에 채워지지 않고, 그 사이 만기가 돌아온 세입자는 지금 당장 아프다는 것이다. 나부터도 계약 만기를 앞둔 전세 세입자로서 막막한 심정이다.
그래서 공공 직접 공급과 함께, 세입자를 지금 당장 지키는 장치가 같이 가야 한다. 가장 직접적인 건 임대차 3법을 넓히고 단단히 하는 일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지금의 '2+2년'에 묶어두지 말고 갱신 횟수를 늘려 오래 살 권리를 보장하고, 5% 전월세상한이 편법으로 뚫리지 않게 실효성을 높이며, 지역별 표준임대료로 인상의 기준선을 세우는 방향이다. 여기에 다주택자 집을 공공이 우선매입해 세입자를 승계시키는 방식까지 더하면, 물량이 채워지기 전까지의 공백에서 세입자가 먼저 밀려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결국 공급은 답을 만드는 일이고, 임대차 보호는 공급이 있기까지 사람을 지키는 일이다. 이 둘을 함께 해낼 때에만 '세입자 보호’라는 개혁의 명분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개혁을 멈추는 일이 아니라, 개혁을 끝까지 완수하는 것이다.
얼마 전 여성시대에 올라온 "모두가 불행한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글이 화제를 일으켰다.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다주택자의 처지를 하나하나 짚는 솜씨가 좋아서 다 읽고 나면 "결국 민주당이 문제였네"라는 결론이 저절로 남는다. (원글 : https://t.co/VPJZ8Qsv1G)
나는 그 "저절로 남는 감각"이 위험하다고 본다. 잘 읽히는 글이 곧 맞는 글은 아니다. 이런 글은 검증된 사실과 저자의 인상, 통계와 목격담을 한 문단에 뒤섞어 어디까지가 데이터고 어디부터가 짐작인지 가려낼 수 없게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서는 실제 정책의 성패보다 빠르게 퍼져 정권을 흔든다.
지금 이재명 정권의 지지율 하락도 상당 부분은 정책이 나빠서라기보다 이런 식으로 선동하는 이야기가 쌓인 결과다. 환율을 진보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 기본소득을 베네수엘라에 갖다 붙이고, 임대아파트 주민을 부랑자로 뭉뚱그리는 과장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 남초든 여초든 가장 넓게 퍼지고 파괴력도 큰 것은 하나로 요약된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폭등한다"는 도식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노무현 정부에서 70%, 문재인 정부에서 100%가 넘게 올랐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오히려 떨어졌다(집계 방식에 따라 수치는 조금씩 다르다). 문제는 이 숫자를 한국이라는 좁은 창으로만 본다는 데 있다. 창을 세계로 넓혀야 제대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기부터 보자. 2020년 한 해에 IMF 글로벌 집값지수에 잡힌 60여 개국 중 4분의 3이 상승했다. OECD 평균 실질 집값은 10년 사이 40% 넘게 올랐고, 그 상승은 코로나 국면에서 한꺼번에 가팔라졌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캐나다,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룩셈부르크의 집값은 75% 넘게 뛰었다. 이 나라들의 집권 세력은 제각각이다. 뉴질랜드는 노동당, 캐나다는 자유당, 미국은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바뀌던 중이었다.
이념과 정권은 달랐지만, 많은 나라에서 비슷한 시기에 주택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났다. 공통점은 정당이 아니라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재택근무가 부른 수요였다. 한국의 2017~2021년 급등은 이 흐름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가장 주목할 건 이명박 정부 시기다. 원글은 "이명박, 박근혜 때는 서민도 용기만 있으면 반포 구축을 살 수 있었다"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그때가 어떤 시기였는지 세계 지도를 펴면 향수가 무색해진다.
미국 케이스-실러 지수는 2006년 고점에서 2012년 초까지 전국 기준 약 27% 무너졌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주택시장 붕괴였다. 로스앤젤레스는 반토막, 라스베이거스는 3분의 1로 주저앉았고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나라 경제가 흔들릴 만큼 폭락했다. 한국 집값이 눌린 건 정부가 시장을 다스려서가 아니라 전 세계가 리먼브라더스의 잔해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반포 구축의 상대적 접근성이 지금보다 높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금융위기 뒤 거래 위축과 세계적 경기침체, 직전 상승기에 쌓인 가격 부담이 만든 조건이었다. 이를 서민 주거사다리가 잘 작동한 시기로 미화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2003~2007년은 미국, 영국, 스페인, 호주가 그린스펀식 저금리 아래 나란히 거품을 키우던 때, 서브프라임 버블이 부풀던 국면이다.
반대로 윤석열 정부에서 집값이 주춤한 것도 처방 덕이 아니라 연준이 금리를 올리며 전 세계 집값이 함께 식은 결과다. 한국 집값의 방향은 청와대의 정당 색깔이 아니라 세계 시장의 금리 사이클이 정한다. 대통령이 진보냐 보수냐는 이 조류 앞에서 잔물결이다. 정권은 파도의 높낮이를 조금 키우거나 줄일 뿐, 밀물과 썰물 자체를 만들지 못한다.
이렇게 말한다고 문재인 정부를 감싸는 건 아니다. 그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서울 집값이 두 배로 뛰는 동안 무주택자와의 자산 격차는 벌어졌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던 스무 번 넘는 대책은 정부가 겁만 주고 실행은 못 한다는 걸 시장에 학습시켰다.
실패의 원인은 개혁을 세게 밀어서가 아니라 방향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를 때리겠다면서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줬다 뒤늦게 거둬들였고, 보유세를 올리겠다면서 공시가·과표 일정표는 흔들렸다. 공급이 모자란데 재건축은 묶고, 그렇다고 공공이 물량을 쏟아붓지도 못했다. 억제와 확대, 시장과 개혁 사이 어느 쪽으로도 끝까지 가지 못한 어정쩡함이 낸 빈틈이 가격을 밀어올렸다.
원글은 이 실패를 근거로 "개혁이 틀렸으니 규제를 다 풀자"고 결론짓지만, 나는 정반대로 본다. 절반만 짓다 만 다리가 무너졌다고 다리를 짓지 말았어야 했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문제가 미완성이라면 답은 완성이지 철거가 아니다. 지금 이재명 정부에 필요한 건 그때 손대다 만 개혁을 흔들리지 않고 완성하는 일이다.
끝으로 이런 글의 진짜 문제는 결론 하나가 틀렸다는 데만 있지 않다. 선동이 위험한 건 사람을 속여서가 아니라, 속는 줄도 모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통계와 개인 경험, 정책의 효과와 인상을 한데 섞어 독자가 인과관계를 검증하기 어렵게 만든다. 부동산은 우리 모두의 삶이 걸린 문제다. 그 논의를 혐오와 조롱에 넘겨주면 안 되는데, 남초와 여초 커뮤니티를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는 것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