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타오르는 갈망이 격렬한 appassionato를 연주할 때면 내 손은 끝없는 crescendo를 타고 날아오르며 날갯짓하는데 어째서 네 선율은 자꾸만 메마른 건기를 달고 건반으로 가라앉는 걸까. 함께 하나의 피아노에 앉아 연탄곡을 완성하기로 선택했잖아. 끝까지 이겨내.
웃긴 게 뭔지 아냐? 며칠을 굶고 방구석에서 쳐울기만 했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더라. 세상은 다 무너졌는데 몸뚱아리는 어떻게든 살겠다고 존나 발악을 하는 거야.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났어. 놔버리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하더라. 세상이 나한테 대체 뭘 더 뺏어갈 수 있나 구경이나 해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