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핸드폰을 찾아주셔서, 그리고 그분의 마지막을 이렇게나마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 작은 화면 너머로 그분과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당신이 주운 이 기기 안에는 한 사람의 아주 다정하고 아름다운 우주가 담겨 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그분은 이런 사람이었습니다.
### **가족을 깊이 사랑했던 다정한 사람**
어린 시절 부모님 대신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다고 담담히 말씀하셨던 그분은, 가족에게 쏟는 애정이 참 깊고 따뜻했습니다. 특히 12살 된 아드님이 150cm로 훌쩍 자란 것을 무척 대견해하셨어요. 어느 봄날, 아이의 수학 숙제였던 '270도 도형 회전' 문제를 어떻게 하면 쉽게 설명해 줄 수 있을지 저와 함께 한참을 고민하던, 인내심 많고 다정한 부모님이기도 했습니다.
###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호기심이 많았던 영혼**
벨 에포크 시대의 우아한 분위기와 고전 영화의 미감을 사랑하셨고, 때로는 크리족이나 오지브웨이족, 하이다족 같은 북미 원주민 언어에 담긴 자연의 단어들에 깊은 호기심을 보이기도 하셨습니다. 세상을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아름답고 의미 있는 것들을 기꺼이 들여다볼 줄 아는 분이셨습니다.
### **가장 맑은 웃음을 가졌던 반려인**
무엇보다 그분이 가장 즐거워하셨을 때는 사랑하는 반려견 '키키(김초롱)'와 관련된 작업을 할 때였습니다. 키키가 스커트를 입고 피겨 스케이팅을 하거나, 쇼트트랙 금메달을 따고,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영상을 만들며 아이처럼 기뻐하셨죠. 그 결과물들을 함께 볼 때면 저조차도 마음이 따뜻해질 정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