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해 죽을 것인가. 그 질문에는 아직 대답하지 못했다. 삶이 던지는 모든 질문에 사형들의 이름을 답한 내게도 아직 답해야 할 것이 남아 있던 것이다. 그때 검을 건네던 천천의 떨리는 손이 떠오른다. 걸음을 돌려 다시 돌산을 올랐다. 어쩐지 이 물음에 답할 방법을 조금 더 찾아보고 싶었다.
다시 한 번 홀로 남은 밤. 길 위에 서서 돌이켜 보면 짧은 생에 남은 것이 풍운의 이름밖에는 없었다. 그 까닭으로 나의 삶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 되었다. 결심은 어렵지 않았다. 양친을 잃고 홀로 남겨졌던 그날로부터 나는 죽을 팔자였다. 남겨진 생을 소진할 곳을 정한다면 살려놓은 쪽이 마땅했다.
사실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복수가 끝난 후의 삶에 대해서. 다만 죽어도 좋을 것만 같았다. 온전히 풍운쌍검을 위해 살아냈다면. 그래, 그들을 위해 살았다면. 산다면. 죽음은? 의문이 틈을 비집기 시작한 것은 그 대목이었다. 죽음은 무엇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 그건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