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디엣을 굳이 가르지 않는 관계들을 맺어왔음에도 혼란스러웠던 적은 없다. 두 형태의 관계 모두 결국 사랑을 기반으로 하기에 칼로 자르듯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그를 항상 섬길 뿐이다. 애인으로서든, 바텀으로서든. 그도 나를 쥐고 놓아주지 않는다. 애인으로서든, 탑으로서든.
통상적으로 상반되는 성향끼리 꼭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사디스트는 고통을 쾌락으로 느끼는 마조히스트와 잘 맞지 않을 수 있고, 성장을 바라는 리틀은 리틀이 영원히 어린아이로써 곁에 남길 바라는 케어기버와 맞지 않을 수 있다. 항상 목적을 파악하기.
도덕적 기준이 명확하고 엄격한 탑 성향자에게 끌린다. 첫 번째 이유는 나를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그런 탑이 플레이씬에서는 규범에 완전히 어긋나는 행위를 할 때 배덕��에 가까운 쾌감이 일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런 모습을 나만 볼 수 있다는 독점욕까지.
탑이 절제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망가뜨리고 싶은 욕구가 눈빛에 그득하지만 이내 가다듬고 선을 지킬 때. 한계까지 밀어붙이려는 짓궂은 마음을 먹다가도 바텀의 애원을 듣고서는 다음을 기약할 때.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일임에도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갈 곳 없이 붕 뜬 감정은 잠재울 때.
애정과 다정을 구분한다. 나는 무한한 애정을 바라지만 탑에게 조건 없는 다정을 기대하진 않아. 내가 당신의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다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잠시 다정함을 멀리했다 해서 상처를 받거나 속상해하지 않을 거야. 다만 그 엄격함조차 나를 애정 하는 마음에서 생겨나야만 해.
지배 성향자가 플레이씬 외에서 바텀을 케어하기 위해 꿇은 무릎은 사실 엄청 설렌다. 대디 성향자가 리틀 성향자의 신발 끈을 묶어준다거나 플을 하고 나서 근육통이 온 다리를 마사지해 준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말이야. 고작 그런 행위로 없어질 권위가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계신 것 같아서 좋고.
바텀의 신뢰에 감사하고, 연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용기에 찬사를 보내며, 바텀이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좋은 탑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인간'의 관계 내에서 한 사람은 탑이라는 역할을, 다른 사람은 바텀이라는 역할을 맡은 것 뿐이다. 성향 전에 사람이 있고, 디엣 전에 관계가 있다.
복종한다는 것이 한 개체로서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면 지배자의 포지션이 되서는 안된다. BDSM 관��에서 지배자의 권력은 피지배자에게서 이양 받은 것이지, 피지배자에게 아무런 힘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 아니다. 건네받은 권력으로 할 일은 학대나 악용이 아니라 그 권력을 선물해준
사랑한다면서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너무 이기적이라 그게 과연 사랑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야. 아직 어린 걸까,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어서 그런 걸까, 그냥 그런 사람인 걸까, 알��주면 나아지긴 할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면 평생 소중한 이를 왜 잃는지도 모르며 살아가겠지.
저는 ○○ 성향입니다. 라고 말하는 건 모르는 사람이 나에 대해 알아가기 쉽게 던져주는 지표일 뿐이에요. 앞 세대가 정해놓은 성향��� 틀에 갇히지 마세요. 사람을 알아가실 때도 섣불리 본인 머릿속에 있는 특정 성향의 이미지를 따라가지 말고, 그 사람이라는 성향을 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성향은 색깔이라 생각하시면 편해요. 빨강, 노랑, 파랑과 같은 원색들이 섞이면서 보라, 초록, 주황과 같은 2차색이 생기잖아요. 그 색들끼리 다른 비율로 섞이면서 또다른 색을 만들어내고요. 그렇게 생겨난 3차, 4차색이 우리가 가지는 성향이에요. 성항표에 나와있는 성향들은 원색에 불과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