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차르에게 휘페르보레아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고향이었습니다. 그런데 노이는 그 문명이 존재하던 시대의 요정이죠
7.2 공방에서 노이가 휘페르보레아 시대의 요정이며, 황금 왕국의 과거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느 고귀한 자의 노트>를 살펴보았는데요
1권에서 하얀 차르는 그림자의 세계에 실제로 도달하고 그곳에서 발견한 휘페르보레아의 폐허를 '아직 보지 못한 고향'이라 부릅니다
휘페르보레아는 요정들을 탄생시킨 문명이지만, 정작 하얀 차르 자신은 그곳이 멸망한 지 수천 년이 지나 원초의 얼음 용왕의 유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죠
그는 자신과 요정 종족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오랫동안 폐허를 조사했습니다. 탐사를 거듭하면서 휘페르보레아의 멸망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성도 아나카르시스의 반역과 인간들의 오만이 멸망을 초래했다고 판단했지만, 4권에서는 그 멸망이 성도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죠
오히려 그들은 정해진 심판에 저항하여 멸망을 30년이나 늦췄다고 합니다
하얀 차르는 설령 기억이 지맥에 남지 못하더라도, 하늘에 저항하려는 의지는 살아남은 이들을 통해 작은 불꽃처럼 이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5권에서는 휘페르보레아 사람들이 남긴 불씨가 수천 년 뒤 결실을 맺었으며, 그 결실이 바로 자신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합니다
즉, 하얀 차르 역시 사라진 문명의 유산을 이어받은 존재였지만 그 역사를 온전히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노이는 하얀 차르와는 조금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하얀 차르가 폐허와 기록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찾아야 했다면, 노이는 멸망한 왕국이 존재하던 시대부터 이어져 온 요정이니까요.
여기서 이전에 살펴봤던 노이라는 이름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러시아어로 노이(Ной)는 성경 속 노아를 가리키며, 노아는 대홍수라는 재앙 속에서 생명을 보존해 다음 시대로 이어지도록 했던 인물입니다
하얀 차르가 수백 차례의 탐사 끝에 알아낸 역사의 일부가, 노이에게는 오래전부터 간직해 온 기억일지도 모른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