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도깨비도 꽤나 친숙하고 의리 있는 존재 아니겠어? 뭐? 아직도 의심이 가시질 않아? 인간들은 참 한결같다니까. 이매망량의 한 부류로 뭉뚱그려 취급하고, 퇴치하고 나면 금은보화며 온갖 기묘한 재주까지 내어주는 괴이한 잡귀로 각색한 전승이 널리 퍼진 것도 죄다 너희 인간들 탓이잖아.
내 얘기를 들어 봐. 있지, 나 말고도 온갖 잡귀들까지 죄다 오도깨비라 부르고 있단 말이야. 본래는 반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던 나, 도깨비가! 그런데 세월이 흐르며 원형은 점점 퇴색하고, 이제는 온갖 해괴망측한 ‘개념’이나 괴이한 것들을 싸잡아 이르는 말로 전락해 버렸다니까?
그 잡귀들과 내가 어찌 같겠어. 이 도깨비들만 해도 저마다 품은 사연이 다르고, 태어난 연유며 깃든 곳 또한 제각각이라고. 그런데 내가 왜 대장 소리를 듣겠어? 자알 생각해 봐. 없어서는 아니 될 존재가 누구인지. 밤이 오면 인간들의 잠자리를 지켜 주는 존재가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