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 달라고 했습니다만…… (까만 눈이 땡그래져서 찰리를 돌아본다. 그러다 이내 억울한 표정으로 변한다.) 미쳤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나는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당연히 승낙하실 줄 알았는데! 내가 찰리와 마음이 아주 잘 맞는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러면 됐다"고 하셨단 말입니다.
(산드라가 제인을 올려다보며 웃는다. 제인도 마주 웃다가… 웃다가… 응? 잠깐. 뭐지? 제인은 문득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깨달았다. 눈앞에 귀여운 생물체가 있는데, 진한 인상의 미인이 그걸 조물거리고 있고, 제인은 나태하게도 고급스러운 살롱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음. (제인은 너무 바빴다. 고루한 설명이 끝나고, 동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제인은 웬일로 조용히―은밀하게―카나페와 샴페인을 해치우고 있었다. 카나페는 작았고, 샴페인은 홀짝 마시면 사라졌으므로…) ~흠. 흠. 흠. 흠. (취기가 오른 뒤로는 입에 핑거푸드를 물고도 콧노래를 부른다.)
“나예요. 밤에 슬그머니 와서 미안합니다. 많이 놀랐나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생겨서요. 오늘 낮에 같이 말을 타지 않았습니까? 그때 문득 기억났어요. 내가 어릴 적에 친구로 삼았던 말이 있었다고, 그런데 그 말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얘기했잖습니까. 그런데 오늘, 말을 타다가… "
……… (얼빠진 얼굴이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본다. 찰리도 보고 클로이도 떠올린다.) ……… 찰리! 먹을 게 없어도 설마 당신을 굶기겠습니까! 에구. (주머니에서 종이로 싼 육포를 꺼내서 내민다.) 나 육포 있어요. 간식으로 드셔도 됩니다. (청년이! 배가 고파서! 올리브 다섯 알을! 숨기다니!)
힘. 열정. (진심으로 비법이라 믿는 양 중얼거린다. 조각칼을 쥔다.) 힘. 열정. 힘! 열정! 해보겠습니다! (마침내 긋는다. 작대기를 긋는다. 긋… 다가 힘이 너무 넘쳐서 옆으로 좀 패였다! L이 아니라 길쭉한 세모처럼 보인다.) …… (떨리는 눈으로 올려다본다.) 이 제인이…… 해낸 걸까요?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