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화염은 불온을 상징할 때가 있다. 멸칭이 된 불꽃, 그 성전에 발길도 붙이지 못해 연소하며 잿더미 무덤 자리 화근내만 남긴 채로 사라진 배척의 온상. 부정은 매 순간 군벌의 약점이 되어 왔던 탓에, 연거푸 모래 끼얹으며 불길을 죽이려던 노력이 마냥 무색했던 것은 아닐지도.
벼락같은 울음과 함께 공활한 하늘이 무너졌다. 적어도 내가 겪은 부화의 순간은 그랬다. 인간처럼 웃고 인간처럼 우는 어린 개체는 발톱 아닌 손톱 세워 조각난 껍질을 뜯어냈으며 날 것 대신 익힌 것을 먹고 단전의 포효가 아닌 혀를 굴린 언어를 배웠다. 사냥이 아닌 생존에 치중된 한해살이 처럼.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아니다. 십수 년 세월 추적해 내 목을 물어뜯을 포식자는 실재했고 그의 앞에 선 나는 한 마리의 토끼에 불과했으니 팔자에도 없던 먹이사슬의 정점을 노리는 치기는 품어본 적도 없다. 단지 내게 부족했던 것은 허울 좋은 반쪽 짜리 유대감, 예컨데 인간 아닌 야수의 온정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