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은 유보에 가깝다. 더 생각하지 않기로 미뤄두는 것.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무뎌지게 만들었을 뿐. 다시 마주한 순간 오래 미뤄둔 감정의 결론이 한꺼번에 돌아왔다.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은 가장 늦게 대가를 요구하는구나.
오래된 기억은 필요해지는 순간이 올 때까지 잠잠할 뿐 잊혀지는 게 아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 하나 익숙한 목소리 하나에 다시 선명해지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 수많은 일을 겪어도 잊히지 않고. 망각은 어쩌면 뇌와 심장이 더 이상 그때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방법이 아닐까.
기록과 진술을 맞춰 보고 작은 모순 하나까지 파고드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법으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판결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 그래서 더 오래 신중히 들여다봐야 한다.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건 결국 사건이 아닌 그 안에서 무너지고 버티는 사람의 인생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