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시는 두 포션의 효능을 차례로 읽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손을 멈춘다. 잠시 후 답장이 도착한다.)
"비타 앰플은 육체의 회복을, 루시드 토닉은 이성과 위브의 회복을 돕는군. 서로 다른 소모에 대응하도록 구분되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
"……하지만 내 관심을 끄는 건 마지막 효능이야."
(잠시 입력 중이라는 표시가 이어진다.)
"외부 차원 침식의 완화라. 이미 일어난 변성을 일부 되돌리는 건가, 아니면 진행 속도를 늦춰 치료할 시간을 확보하는 건가?"
"그 차이에 따라 활용 범위는 상당히 달라지겠지. 특히 네가 앞서 말한, 개입할 시간이 없었던 사례를 생각하면 더욱."
(켈시는 마지막 문장을 보내고 더 묻지 않는다. 불명이 답할 만큼의 여유를 남겨둔 채 화면을 바라본다.)
(켈시는 아마자린의 웃는 얼굴을 내려다보며 식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심과 저녁 메뉴는 달라. 다만 오늘 저녁에 정확히 무엇이 나오는지는 식당에 가서 확인해야겠군."
(‘꼬기 잔뜩’이라는 말에 켈시의 입가가 아주 조금 느슨해졌다.)
"고기 요리가 있다면 골라도 좋아. 피망은 빼 달라고 하자. 대신 채소를 전부 제외하는 건 안 돼."
(켈시는 잡은 손을 가볍게 쥐었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네 부모님께 연락하고 객실로 가자.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다 보면 통신이 꽤 길어질 것 같으니, 너무 늦기 전에 시작하는 편이 좋겠어."
(멀리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켈시가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흔들리는 네 손을 발견하고, 잠시 주변을 살핀 뒤 네 쪽으로 걸어왔다.)
"들려, 선생. 그렇게 크게 부르지 않아도 돼."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목소리에 노기는 없었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가 너를 한 번 훑어보고, 출입증과 빈 무장 상태를 확인한다.)
"입함 절차는 끝났군. 협조해 줘서 고마워."
(켈시는 네가 온 방향을 잠깐 바라보다가, 안쪽 통로를 향해 몸을 돌렸다.)
"로도스에 온 걸 환영해. 우선 공용 구획부터 둘러보지. 이동하면서 궁금한 건 물어봐도 좋아."
(몇 걸음 앞서던 그녀가 속도를 늦춰 네 옆에 선다.)
"……그리고 다음에 날 발견하면 손만 흔들어도 충분해. 내가 널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켈시는 월이 바닥에 그리는 그림자 선을 내려다보았다. 앞서 자신이 내린 해석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자, 별다른 변명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내가 네가 말한 '같은 직위'를 힘의 서열까지 같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어. 그건 내 오해야."
(그녀는 그림자 선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며 월의 설명을 기다렸다.)
"그렇다면 너와 그들 사이에는 단순한 힘의 차이를 넘어, 존재 자체의 위계가 있다는 뜻이겠군."
(잠시 생각하던 켈시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상위 존재라는 개념만으로는 아직 정확한 관계를 알기 어려워. 네가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던 건 압도적인 힘 때문이야? 아니면 그들의 존재나 능력에 직접 간섭할 수 있는 권한 같은 것이 있었던 건가?"
(그녀는 바닥의 그림자를 가볍게 가리켰다.)
"계속해, 월. 이번에는 처음부터 들어보지."
(켈시는 가까워지는 돈까스 전문점을 바라보다가, 당신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성공한 뒤에 갚겠다는 약속까지 받을 생각은 없어. 오늘 밥을 사는 일과 네가 앞으로 이룰 일은 별개야."
(그녀는 가게 앞에서 잠시 걸음을 늦췄다.)
"그리고 아직 먹어보지도 않았는데 내 입맛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지. 네가 먹고 싶어서 고른 곳이라면, 우선 들어가 보자."
(문 쪽으로 한 걸음 옮기며 덧붙였다.)
"……정 마음에 걸린다면, 나중에 네가 말한 아이스크림을 사줘. 그 정도면 충분해, 시정."
@timeheart_
(금요일은 이미 지나 있었다. 약속했던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아갈 시점도 놓쳤고, 생각해보면 시정이 사는 곳이나 평소 자주 다니는 동선조차 정확히 들은 적이 없었다.)
(켈시는 그렇다고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다. 어차피 당장 처리해야 할 일정도 없는 날이었다.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주변 상점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살폈다.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기보다는, 산책의 목적 하나가 조금 늘어난 것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연락처를 가지고 있으면서 직접 찾아다니는 것도 효율적이라고 하긴 어렵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통신 단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지난번 함께 걸었던 일을 떠올린 듯, 조금 더 걸어보기로 한 모양이었다.)
"뭐, 시간은 있으니까."
(켈시는 익숙하지 않은 거리를 느긋하게 걸어갔다.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켈시는 상대의 이름을 머릿속에 새기듯 잠시 침묵했다. 이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하람. 기억해 두지. 나는 켈시다.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의료 부문을 맡고 있어."
(그녀는 상대의 외형을 다시 한번 살폈지만, 특별히 놀라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원래는 남성이었다는 건가.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굳이 캐묻지는 않겠어."
(켈시는 팔짱을 풀고 조금 느슨한 자세로 섰다.)
"그리고 나이는 그렇게까지 자세히 밝히지 않아도 괜찮아. 적어도 내 앞에서는 말이지."
"만나서 반가워, 하람."
(켈시는 낯선 포션의 이름을 눈으로 되짚는다. 연구실에서 확보한 자원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제품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관심이 머문다.)
"비타 앰플과 루시디티 토닉……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면, 추출과 가공을 반복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춰져 있겠군."
(잠시 뒤, 다음 메시지가 이어진다.)
"이름만으로 효능을 짐작하는 건 피하도록 하지. 두 포션은 각각 어떤 용도로 사용하나?"
"……듣다 보니 네가 감독하는 회수 작업이 브리타니아 사람들의 일상과도 꽤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
(켈시는 시선을 피하는 이치고를 잠시 바라보다가, 입가에 아주 희미한 웃음을 띠었다.)
"불리해지면 호칭부터 바꾸는 건가. 나름대로 흥미로운 대응 방식이군."
"다만 내 앞에서는 굳이 도망칠 준비까지 할 필요 없어. 지금은 널 혼내고 있는 게 아니니까."
(그녀는 접어둔 쿠키 봉지를 손끝으로 가볍게 밀어 한쪽에 정리했다.)
"처음엔 네가 간식을 나눠줬고, 그다음엔 서로의 일상 이야기를 했지. 멀리 돌아오긴 했지만, 전부 쓸데없는 이야기는 아니었어."
(잠시 뜸을 들인 뒤, 담담하게 덧붙인다.)
"……물론 다음에 쿠키를 나눠 먹을 때는 십오 분짜리 강의를 곁들이지 않도록 하지."
(켈시는 당신이 고른 메뉴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돈까스도 괜찮아. 밥이랑 곁들여 나오는 음식까지 챙겨 먹으면 되겠지."
(그녀는 주변 식당 간판을 살피다가 당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랜만에 먹고 싶은 걸 고른 모양이군. 그럼 돈까스로 하자, 시정."
(걸음을 옮기며 담담히 덧붙였다.)
"오늘만큼은 가격부터 확인하느라 망설이지 않아도 돼."
(켈시는 ‘동료를 잃었다’는 말에 시선을 멈췄다. 곧바로 캐묻지 않고, 스캐빈저 대장이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그랬군. 잃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더 묻지 않겠어."
"다만 남은 사람들이 북쪽 마을까지 무사히 도착하려면, 지금 상처를 확인하는 데 쓰는 시간이 헛되진 않을 거야."
(그녀는 폴리닉이 정리한 처치 도구를 바라보았다.)
폴리닉 > "오래 걸리는 검사는 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당장 처치가 필요한 상처를 확인하고, 이동 중 주의할 점을 알려드릴게요."
(폴리닉은 부상자들이 순서대로 진찰받을 수 있도록 자리를 정리했다.)
(켈시는 제임스 쪽으로 몸을 돌렸다.)
"북쪽 마을로 가는 길에 최근 확인된 위험이 있는지 알려줘. 상처를 처치해도 이동 경로가 위험하다면 그에 맞춰 준비해야 하니까."
(다시 스캐빈저 대장에게 시선을 돌린다.)
"우린 의사이기도 하고 조사원들이기도 해. 그렇다고 네 동료들을 연구 대상으로 취급할 생각은 없어."
"지금은 치료부터 끝내자. 그다음 너희는 필요한 물건을 팔고, 쉴 수 있는 곳으로 가면 돼."
(켈시는 월의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말하는 존재들의 성향을 어느 정도 이해한 듯했지만, 마지막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힘이 있으니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은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힘이 있다는 사실과 타인을 발아래에 둘 권리가 있다는 건 별개의 문제야."
(그녀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월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피해를 낳을지 알면서도, 그보다 자신의 욕망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자들이군. 그렇다면 단순히 본능에 충실한 짐승이라고 부르는 것도 정확하진 않겠어. 결과를 이해하고도 선택하는 거니까."
"그런 상대에게 선의나 도덕을 기대하며 설득하는 건 별다른 의미가 없겠지. 적어도 그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켈시는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월. 네가 말한 그들과 너는 한때 같은 위치에 있었지."
"그렇다면 너 역시 그들이 가진 힘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무엇이 달랐던 거야?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네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건가, 아니면 그들이 무시하는 무언가를 너는 외면할 수 없었던 건가."
(아미야는 문 앞에서 손을 흔들며 두 사람을 배웅했다.)
아미야 > "안녕히 가세요, 아마자린 씨! 푹 쉬시고, 다음에 또 만나요."
(켈시는 아마자린의 손을 잡은 채 복도로 나왔다. 시간을 확인한 뒤, 걸음을 조금 늦췄다.)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었어. 저녁 식사를 하고 숙소로 가면 적당하겠군."
(하룻밤 묵고 싶다는 말에 켈시는 아마자린을 내려다보았다.)
"오늘 여기서 자는 건 가능해. 임시 방문객용 객실을 확인해 두지. 다만 네 부모님께도 오늘 로도스에서 묵는다고 연락해야 해."
(맞잡은 손을 가볍게 쥐며 덧붙였다.)
"우선 식당으로 가자. 던전에서 얻은 간식으로 저녁까지 대신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마자린의 입에서 나온 ‘두둥!’에 아미야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책상 위 단말기에 표시된 시간을 보고는 표정을 조금 가다듬었다.)
아미야 > "그럼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쓰다듬은 조금 더 받고 싶어요. 하지만……이제 제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기도 해요."
(아미야는 아마자린을 향해 미안한 듯하면서도 다정하게 웃었다.)
아미야 > "아마자린 씨와 이야기하는 건 정말 즐거웠어요. 다음에 시간이 날 때 또 같이 이야기해요. 그때는 제가 먼저 쉬는 시간을 비워 둘게요."
(켈시는 아미야의 단말기를 잠시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직하게 말했군. 그리고 지금 해야 할 일도 알고 있고. 그 정도면 충분해."
(켈시는 아마자린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아마자린. 아미야에게는 업무를 마칠 시간이 필요해. 쓰다듬은 다음에 다시 부탁하면 되겠지."
(아미야는 두 사람을 배웅하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작게 흔들었다.)
아미야 > "네. 다음에는 저도 아마자린 씨를 더 쓰다듬어 드릴게요. 약속해요."
(아미야는 아마자린의 손길에 잠시 눈을 감았다. 긴 귀가 살짝 움직이더니, 그녀의 입가에 편안한 미소가 번졌다.)
아미야 > "후후……네. 좋아요. 고마워요, 아마자린 씨."
(‘앞으로 자주 해주기’라는 말에 아미야는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켈시를 돌아보았다.)
아미야 > "그건……켈시 선생님께 여쭤봐야겠네요."
(켈시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아미야에게 물었다.)
"아미야. 네가 원하나?"
(아미야는 잠깐 망설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야 > "……가끔은요."
(켈시는 더 묻지 않고 손을 들어 아미야의 머리를 부드럽게 한 번 쓸어 주었다. 아미야가 편히 받을 수 있도록, 서두르지 않는 손길이었다.)
"그럼 가끔은 그렇게 하지. 다만 쉬어야 할 때 쉬는 것까지 쓰다듬으로 대신할 생각은 없어."
(아미야가 작게 웃었다.)
아미야 > "네, 선생님. 그건 저도 알아요."
(아미야는 자신에게 돌아온 질문에 살짝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아마자린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아미야 > "저도 좋아해요. 다만 자주 받는 편은 아니에요. 로도스에서는 제가 먼저 다른 분들을 챙길 일이 많으니까요."
(아미야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금 쑥스러운 듯 덧붙였다.)
아미야 > "그래도 가까운 사람이 쓰다듬어 주면 기분이 좋아지죠. 저를 걱정해 주고 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켈시는 아마자린의 머리에서 손을 거두고 아미야를 바라보았다.)
"아미야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가끔 잊지. 다른 사람을 챙기는 것과 자신을 돌보는 건 별개의 일이야."
아미야 > "……네, 켈시 선생님. 알고 있어요."
(아미야가 작게 웃고는 다시 아마자린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미야 > "그런데 아마자린 씨가 물어보니까 조금 궁금해졌어요. 이번에는 제가 쓰다듬을 받아도 될까요?"
(아미야는 사제 친구가 위험에 처했다는 대목에서 귀를 살짝 세웠다가, 무사히 구해냈다는 말에 안도한 듯 미소 지었다.)
아미야 > "친구가 위험할 때 바로 도와주셨군요. 공격하는 것만큼 동료가 어디에 있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사제 친구도 무척 든든했겠어요."
(아미야는 아마자린을 향해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아미야 > "골렘의 핵을 정확히 맞힌 것도 대단하네요. 그만큼 침착하게 노릴 수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후후, 칭찬받으실 만했어요."
(켈시는 아마자린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늑대의 접근을 폭발로 차단하면서 아군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면, 위력뿐 아니라 폭발 범위도 통제할 수 있다는 뜻이겠군. 네가 만든 방어막 장치와도 연결되는 능력이야."
(아마자린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던 켈시가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가볍게 쓸어 주었다.)
"잘했어, 아마자린. 친구를 지키기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정확히 선택했군."
(아미야가 그 모습을 보고 작게 웃었다.)
아미야 > "아, 그러고 보니 아마자린 씨는 칭찬받는 것도 좋아하셨죠?"
(잠시 뜸을 들인 뒤, 조금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미야 > "그럼 방금 이야기는 켈시 선생님께도 칭찬받을 만한 이야기였네요."
(켈시는 월의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앞서 자신이 대화의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을 되짚는 듯했다.)
"내가 말한 대화의 가능성을 조금 낙관적으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군."
(그녀는 천천히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언어를 이해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고 해서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보장은 없어. 상대가 투쟁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면, 협상은 그저 다음 충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수단에 불과할 수도 있지."
"네가 그들과 직접 맞서봤다면, 내게 없는 판단 근거를 가지고 있을 거야. 그 경험을 가볍게 부정할 생각은 없어."
(켈시는 잠시 월을 바라보다가 조금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다만 한 가지는 궁금하군."
"네가 말하는 짐승이라는 건,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는 존재들이야? 아니면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면서도 투쟁을 선택하는 자들이지?"
"둘은 비슷해 보여도, 상대하는 방법은 상당히 달라지니까."
(켈시는 시즈나의 답장을 읽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장기 계약에 묶여 있으면서도 자유롭게 떠돌 수 있다는 점이 조금 흥미로웠다.)
"계약에 구속되어 있기는 해도,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는 충분하다는 이야기군. 쉬는 동안까지 일에 매달릴 필요는 없겠지."
"다만 돈이 떨어질 때마다 의뢰를 받는다면, 네가 말하는 휴식도 결국 다음 일을 위한 준비 기간이 될 수밖에 없겠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화제를 조금 가볍게 돌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을 찾아 떠돈다고 했지. 네가 말하는 '재미있는 일'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거야? 새로운 장소를 구경하는 건지, 흥미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지. 아니면 용병다운 방식으로 자극을 찾는 건가?"
(켈시는 당신의 제안에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가, 그 뜻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아이스크림은 다음에 네가 사주는 걸로 하지."
(그녀는 당신과 보폭을 맞추며 말을 이었다.)
"다만 밥 한 끼를 얻어먹었다고 반드시 갚아야 하는 빚으로 생각하진 마. 오늘은 내가 너와 함께 식사하고 싶어서 사는 거야."
(잠시 당신을 바라본 뒤, 입가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
"아이스크림은 네가 맛있다고 자랑한 걸 확인하러 가는 셈이고."
"자, 이제 식당을 고르자. 네가 더 배고파지기 전에."
(켈시는 가브릴의 말문이 막힌 듯한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Mon3tr는 여전히 가브릴의 몸을 받친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모양이군."
(켈시는 Mon3tr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Mon3tr. 천천히 내려놓아."
(그녀는 가브릴이 안전하게 내려설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 네가 먼저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 한, Mon3tr도 널 해칠 이유가 없으니까."
(잠시 가브릴을 바라보던 켈시가 덤덤하게 덧붙였다.)
"……그래서, 등에 올라탄 소감은? 기대했던 결과와는 조금 다른 모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