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 수없이 많은 것을 잃어온 그녀에게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니.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 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주 환한 날들, 백수린>
그가 나를 보던 눈빛, 나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얼굴을 붉히던 모습을 보고 알수있었다. 심지어 그가 떠난뒤에도, 우리 사이에 대화와 연락이 끊긴후에도 알았다. 그때도 내가 그애를 생각하듯 그애도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것을 알았다. 내이름의 소리를 알듯이, 내 살갗의 냄새를 알듯이 그것을 알았다
“하던 일은 그만두고 여기로 이사하는 겁니까?” “네.” 피비가 말한다. “모든 걸 다 버리고요?” “그럴 계획이에요.” 게리는 피비의 의견에 회의적이라는 듯 잠시 걸음을 멈춘다. “그립지 않겠어요?” “당연히 그립겠죠.” 피비가 말한다. “근데 거기 살 때도 그리웠어요. 그때도 늘 모든 게 그리웠어요.”
지금 이 순간 홀로 집에 가고 있을 엄마를 떠올렸다. 나의 오늘과 당신의 오늘이 다르다는 자명함이, 엄마의 하루와 자신의 하루의 속도와 우선순위, 색감과 기대가 늘 달랐다는 게,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게 문득 뼈아프게 다가왔다. 아무리 최선을 다한들 자신은 이 감정을 평생 느낄 거라는 점도.
사랑은 언젠가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고였다는 게 오디가 내린 결론이었다. 마치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던져버리고, 공중에서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맨몸으로 뛰어내리는 격이었다. 추락하고 있었지만 왠지 죽지 않는다는 확신. <라이프 오어 데스, 마이클 로보텀>
“네가 통증으로 감각한다면 좋아, 네 마음이 놓일 만큼 멀리 떨어질게. 나는 하나도 아프지 않고 뜨겁지 않지만 네가 그걸 상상하고 있잖아? 좋아. 석아, 난 다 좋다고. 위험이 내 발끝에서 시작된 희미한 그림자에도 닿지 못하도록 할게.”
<밤의 징조와 연인들, 우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