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사실은 1년 내내 여행만 다녔는데요. 1년간 100곳이 넘는 미술관을 '도장 깨기'하고, 나만 알고 싶은 걸작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본 책을 썼습니다. 우연과 행운의 도움으로 거듭해 만난 그림을 그린 화가 중에는 바로크 화가가 많았습니다. 베르메르와 카라바조의 거의 모든 작품을 만나게 되는 흥미진진한 '미스터리'가 이 여행기에는 숨어 있습니다.
서론을 잠시 풀어보자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는 무려 4점의 베르메르 작품이 걸려 있는데요. 명예의 전당이라는 꼭대기층의 특별한 공간에서 이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습니다. 간판인 <밀크 메이드>의 노란색과 파란색의 아름다운 색채에 매료되더라도, 옆에 무심하게 걸린 이 작고 놀라운 그림을 그냥 지나칠 순 없습니다. <리틀 스트리트>는 이 요절한 천재가 그린 단 두 점뿐인 풍경화 중 하나입니다. 게다가 거대한 델프트 풍경과는 달리 사적인 시선을 담은 유일한 그림이죠.
2015년 그림의 실제 장소가 델프트 블라밍스트라트 40-42번지라는게 밝혀지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무작위적인 스냅샷이 아니라, 고모 아리아엔트겐의 집의 사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조형해낸 예술이었던거죠. 문간의 아이들은 조카들일지 모르죠. 그래서 이 그림은 차가운 도시 풍경화가 아닌, 따뜻한 가족의 초상입니다.
일상의 지속성을 시각적으로 보존하려는 화가의 의지가 담긴 이 그림의 가장 재미있는 발견은 엑스레이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오른쪽 집의 출입문이 닫힌 상태에서 열린 상태로 다시 그려졌다는거죠. 덕분에 베르메르가 열어둔 문으로 들어가 우리는 그림 속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게다가 근면 성실한 노동 바느질과 청소를 하는 여인들은 숨은 주인공들입니다. 17세기 신교의 나라다운 소재이죠. 거의 모든 작품에서 실내 정경을 그리고, 창안으로 스며드는 빛을 그렸던 이 화가가 집의 외부를, 창의 모습을 그린 유일한 그림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그림이 자신의 모든 그림들로 초대하는 초대장처럼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눈 앞에서 본 이 작은 그림은 점묘법과 섬세한 물감의 터치가 눈에 띄고, 무엇보다 빛을 반사하며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작지만, 잊을 수 없는 그림이었죠.
제가 만난 암스테르담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책의 표지로 장식된 사연을 이렇게 줄여봅니다. 올 여름을 달굴 '베르메르 코인' 탑승을 위한 이야기를 종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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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가호> 스포없는 리뷰
1.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의 역대급 막말로 시작하는 인상적인 도입부. "솔직히 그쪽처럼 못생긴 상대는 처음이군요."
2. 하루키가 장편소설의 첫 여주인공이라 화제가 됐는데, 그럴만도 한게 기존의 남주들과 다를게 없음. 해변의 카프카의 13살 소년처럼 청소하고 요리하고 씻고 책읽고 일하는 고독하고도 남들의 침범을 원하지 않는 똑같은 일상
3. 개미핧기 부부는 백년해로하는 동물이라고. 소설의 가장 중요한 조연들
4.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위대한 개츠비>에 오마주를 보내고 싶었던 하루키는 이번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엘렉트라>를 다시 쓰기한 것으로 보임.
5. 하루키 장편에서 마침내 고양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역할로 나옴. 이름이 영화 배우 이름인게 킬포.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좋아해서 붙인걸까. ㅎ
6. 결국 이 소설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관한 이야기. 예술가가 어디서 영감을 얻으며,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마무리하는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모티브.
7. 이상적인 모성애를 가진 모녀관계와는 다른 부모와 가호의 관계가 그려지지만, 오히려 이들의 모습이 지금의 평범하고 현대적인 우리 세대의 모습 같지 않나 싶었음.
8. 하루키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늘 평범한 교육과 평범한 소득의 인물들이지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리지 않는 대화를 함. 발터 베냐민의 '유용성'이 등장할 때 그 어울리지 않는 맥락이 재미있었음.
9. 하루키 장편으로는 꽤 짧은 분량이지만, 모든 장편을 읽은 입장에서 평가하자면 이번 소설은 그래도 중간 이상의 재미가 있었음.
노벨문학상 수상자 앤 카슨에 대해 소설가 이윤 리가 <가디언>에 짧은 글을 썼다. 얼마 전 마침 리의 회고록 <자연의 것들은 그저 자란다> 한국어판이 나와서 널리 읽히고 있는데, 두 작가를 함께 볼 수 있는 글이어서 번역해봤다. (무단 번역인 것은 죄송합니다...)
https://t.co/c05LbSeNDX
대영박물관으로 간 이건희 컬렉션
때는 2024년 10월, 한국의 양혜규 작가의 헤위워드 갤러리의 성대한 회고전을 영국 신문 가디언의 조나단 존스 미술평론가가 별점 1점의 혹평을 한 사건이 있었다.
2년만에 대영박물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가 개막했고, 조나단 존스는 이번에도 별점 3개에 그친, 매우 씁쓸한 혹평을 다시 실었다.
고려시대 불화와 달항아리는 극찬하며 글을 시작한 글은 갑작스럽게 반전한다. 서구 평론가의 눈에 단절된 모더니즘 이후 20세기 한국 미술이 어떻게 비치는지 리트머스지처럼 투명하게 보여주는 글.
"갑자기 마법이 깨집니다. 전시는 갑작스럽고 거칠게 20세기 초의 그저 그런 한국 미술로 넘어갑니다. 전통 미술을 현대적으로 모방한 작품들이 190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유럽과 미국식 모더니즘과 어색하게 뒤섞여 있습니다. 불교에서 신유교로의 미묘한 변화와 그 미학적 차이를 막 이해하기 시작하려는 순간, 왜 갑자기 이런 갑작스러운 전환이 일어나는 걸까요? 한국의 거창한 문화사는 산산조각이 납니다. 결국 한국은 그저 여러 가지 사물의 집합체일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마지막에는 다시 정선의 인왕제섹도를 향한 상찬이 이어진다.
"오늘날까지도 분단된 한국의 슬픔, 혼란, 그리고 문화적 상실은 이 작품에서 아주 조금만 언급될 뿐입니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에 남는 것은 학자와 승려들이 자연과 그 아름다움을 사색하던 과거의 잃어버린 조화입니다. 한국의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예술 작품은 정선의 족자 <인왕산 비 온 뒤의 개천>입니다. 1751년에 종이에 먹으로 그려진 이 폭 1미터가 넘는 작품은 보는 이를 자연과의 신선하고 분위기 있는 만남으로 이끌어줍니다. 어두운 산봉우리가 그림 위로 드리워져 있고, 나무들은 촉촉한 물빛의 빠른 흐릿한 잔상처럼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상화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정선과 그의 동시대 인물인 토머스 게인즈버러는 서로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조나단 존스는 정말 대단한 평론가지만, 한국의 미술을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여전히 든다. 그래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가능한 사랑>을 보고 이창동의 영화는 여전히 정말로 문학적이구나 싶었다. 완성도에 관한 논쟁의 여지도 많지만 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건 좋은 영화의 조건이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건 박찬욱, 봉준호가 그리는 상류층과 달리 이 영화 속 '나이스 한 개새끼'가 노동계급의 빈곤의 상징마저 훔쳐가는 영포티로 묘사되는 점이었다. 아무렴 부자들도 이제 세대 교체가 제법 되었거든.
<기생충>의 스타트업 대표 이선균은 성북동 단독주택에 살지만, <가능한 사랑>의 사모펀드를 굴리는 압구정 도련님은 요즘 트렌드대로 한강뷰 초고층 아파트에서 산다. 이창동 감독님이 이 점에선 더 트렌드를 잘 읽으셨음.
너무나 전형적인 이 부부는 노동계급을 이해하는 척도 해야하고, 정치적으로 진보인 척도 해야하고, 사회적 의미가 있는 활동도 해야하고, 동시에 뒤에서는 돈도 열심히 벌어야하고, 국가가 주는 지원금을 받아서 예술도 해야한다.
영화로 흥행을 하긴 어려울테고, 넷플릭스로 공개된 뒤에 2030이 조인성-조여정 부부의 모습을 보게 되면 어떤 반응일지 너무 궁금하네. 평택의 단독 주택에서 텃밭을 가꾸며 콘칩에 소주를 마시는 노동계급의 묘사는 반대로 좀 시대착오적이지만, 이 영화적 구도의 대비를 위해서는 탁월해보이긴 했다.
서울은 세계 미술 도시 11위
아트넷 뉴스에서 세계 미술 도시 지표에 관한 뉴스가 보도됐는데 서울은 11위. 지금 서울에 너무 많은 미술계 핵인싸들이 와있긴하지만...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여전히 예술의 중심지입니다. 경제지리학자 로버트 허긴스는 새로운 세계 예술 도시 지수 (WACI)를 개발하며 이같이 주장합니다. 허긴스는 최근 발표한 논문 에서 세계 여러 도시에 점수를 부여하여 예술 감상, 구매, 제작에 있어 각 도시의 중요도를 순위로 매겼습니다. 그가 개발한 9가지 지표는 박물관, 미술 행사, 갤러리, 미술 학교, 주요 작가 등을 포함합니다. (주요 작가 순위는 아트리뷰 의 독특한 "파워 100"과 제가 최근 세계 비엔날레 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작가들을 집계한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세계가 발견해주길 기다리는 한국 미술
뉴욕타임스에 "서울의 아트 위크가 한국의 ‘아트 먼스(Art Month)’로 진화하고 있는가"라는 길고 긴 리포트가 실렸다.
프리즈 서울부터 광주 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까지 소개하는데 핫한 관광지가 된 서울과 한국의 미술 로케이션이 어떻게 점에서 선으로 확장되고 있는지 꼼꼼하게 다룸. 그나저나 힙지로도 뉴욕타임스에 데뷔했네. 삼청동은 이제 그냥 야장 클럽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데, 올해는 얼마나 더 시끄러워질지 예상도 안됨. 노이즈가 큰 광주비엔날레보다, 핫해진 도시에서 열리는 부산비엔날레에 대한 기대가 더 큰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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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창립 이래 프리즈 서울을 이끌어온 패트릭 리(Patrick Lee) 디렉터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올해 이 프로그램이 약 50개 공간으로 확대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패트릭 리 디렉터는 개인적으로 4개 동네 중 을지로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며, 그 이유로 "작은 바들과 수많은 노포 식당들, 그리고 활기찬 야외 포장마차 공간들"을 꼽았습니다.
‘힙지로’라는 별명에도 불구하고 패트릭 리 디렉터는 다른 세 지역에 비해 "여전히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장 적게 진행된 곳"이라며, 여전히 실제 작동하는 금속 공작소들이 밀집해 있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올해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를 수상한 미술 콜렉티브 '야광(Yagwang, 김태리·전인)' 역시 을지로를 "우리가 매우 큰 영감을 받는 동네"라고 묘사했습니다.
"1980년대에는 을지로의 기술자들을 모으면 잠수함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들은 서면 답변을 통해 이렇게 전했습니다.
30대 초반의 두 작가는 영상 작품 'LATE(X)'(2022)처럼 과감한 주제를 다룹니다. 이들의 조각, 설치, 퍼포먼스 작업은 주로 하위문화와 퀴어 이슈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화요일 야간 행사는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리움미술관과 페이스(Pace) 갤러리 서울점이 위치한 고급 동네 한남동에서 펼쳐집니다. 한남동을 찾은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다문화적 색채가 짙고 밤거리가 활기찬 이태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프리즈의 VIP 개막일에 맞춰 수요일 행사는 코엑스 페어장과 같은 강남구에 위치한 부촌, 청담동으로 이동합니다.
'나이트' 프로그램은 목요일 삼청동에서 마무리됩니다.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는 가수 로이킴과 DJ 아프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몇 블록 떨어진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한국의 대표 작가 서도호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며, 수·목·토요일에는 밤 9시까지 야간 개장을 진행합니다.
14세기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삼청동은 비비안 차우가 가장 좋아하는 동네이기도 합니다.
"궁궐 근처를 걷는 것만으로도 정말 즐겁습니다. 유명한 공간들도 많지만, 로컬 미술 현장의 깊은 속살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죠." 차우는 말했습니다.
"한번은 국제갤러리에서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대중적인 파티를 열었는데, 케이터링으로 제공된 치킨 날개 튀김의 엄청난 산을 보았습니다. 정말 최고였어요."
비비안 차우는 서울의 행사들이 "지역 미술 생태계에 매우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프리즈가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와 파트너십을 맺은 덕분이기도 합니다.
"한국에는 수백 개의 갤러리가 있습니다. 서울 자체만 해도 대형 미술관과 다양한 갤러리 클러스터들이 넓게 spread(분산)되어 있죠. 한국의 미술 현장은 이미 잘 조성되어 있으며, 이제 세계가 이를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프리즈 서울의 리히터와 스콧 칸, 쿠사마 야요이
데이비드 즈워너 | B09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내 최애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와 스콧 칸을 만날 수 있는 부스는 데이비드 즈워너.
프란시스 알리스, 루카스 아루다, 수잔 프레콘, 월터 프라이스, 다나 슈츠,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로즈 와일리, 마마 앤더슨, 미카엘 보레만스, 스콧 칸, 쿠사마 야요이, 조르지오 모란디, 게르하르트 리히터, 스티븐 쉬어러, 볼프강 틸만스, 뤽 투이만스, 그리고 캐서린 번하드의 신작을 선보인다고 하는데(순회 회고전은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에서 9월 6일까지) 아마도 별세한 쿠사마 야요이로 부스가 꽤나 북적거릴 것으로 예상됨.
그리고 <탐나는 현대미술>에서 소개했던 스콧 칸은 꽤 근사한 작품을 출품할 예정. 대작은 아니지만 올해 리히터를 볼 수 있는 부스도 여기 뿐이지 않을까 싶음.
2012년 리움미술관 서도호 개인전 《집 속의 집》이 얼마나 센세이셔널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관람객수는 10만 1,200명으로 집계됐음. 이번 국현 전시는 10년동안 더 과밀화된 아파트공화국이 14년만에 다시 만나는 서도호의 패브릭하우스 전시라는 점에서 미술관 개관 이래 최고 기록을 세울수도 있다고 예상함. 2012년 전시는 3개월이 조금 안됐고, 이번 전시는 무려 6개월에 가까움. 그리고 장안의 화제였던 론 뮤익은 50만명, 데이미안 허스트는 54만명을 동원했음. 가뿐하게 이기지 않을까 기대.
프리즈 서울의 서도호
올해 프리즈 서울 2026에서도 서도호의 솔로부스가 만들어질 예정. 리만 머핀 부스에서는 서도호의 패브릭 소품 작업들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관계, 가족과 공동체, 장소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한 작가의 오랜 탐구를 심도 있게 조명한다고.
수만 장의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모아 만든 벽지 형태의 설치 미술 작품 <Who Are We?>(2000)는 작년 테이트모던의 전시됐던 작업. 실제로 보면 땡땡이 벽지처럼 보여 재미있음.
서도호의 건축적 자서전
집이란 무엇인가. 서도호는 지난 30여 년 동안 이 하나의 질문을 붙들고 살아왔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살아온 그에게 집은 한 번도 고정된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몸을 따라 이동하고, 기억을 따라 축적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겹겹이 쌓여가는 무엇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8월 27일부터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그런 서도호의 예술 세계를 처음으로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드로잉, 조각, 영상, 설치를 아우르는 500여 점의 작업이 3, 4, 5전시실과 공용공간, MMCA스튜디오에 걸쳐 펼쳐지며, 대학 시절의 초기작부터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까지 하나의 연속선 위에 놓인다.
전시는 전시실 안이 아니라 바깥 복도, ‘시드 뱅크’에서 시작된다. 한옥 마당에서 나무를 깎아 만든 어린 시절의 해양동물 조각, 대학 졸업작품, 유학 전의 실험적 설치까지. 훗날 집과 이동, 기억과 관계로 확장될 서도호 예술의 씨앗들이 이곳에서 처음 공개된다. 작가라는 이름을 얻기 전, 이미 평면과 입체, 사물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던 한 사람의 흔적을 마주하는 일은 이번 전시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3전시실 입구, 성북동 한옥의 대문을 재현한 〈작은 문〉을 지나면 200여 점의 드로잉이 이어진다. 2009년부터 작가가 발전시켜 온 독특한 제작 방식, 젤라틴 티슈와 수제 종이 속에 실을 매립하는 기법은 평면의 드로잉을 물성을 지닌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한국에서 처음 공개되는 이 드로잉들은 서도호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상상의 지형도와 같다.
4전시실의 대표 연작 〈러빙/러빙〉은 이 작가의 방법론을 가장 응축된 형태로 보여준다. 떠나왔거나 곧 사라질 장소에 한지를 밀착시키고, 흑연과 색연필로 그 표면을 문지르는 행위. ‘문지르다(rubbing)’와 ‘사랑하다(loving)’의 발음적 유사성에서 제목을 얻은 이 연작은 몸과 장소가 함께 쌓아온 시간을 촉각으로 되살린다. 아버지와 자신의 자화상이라 말하는 〈러빙/러빙: 서울 집〉이 개인과 가족의 기억이라면, 〈러빙/러빙: 광주극장 사택〉은 공동체의 역사로 그 폭을 넓힌다. 여럿이 함께 표면을 문지르는 이 행위는 사라져가는 장소를 함께 애도하는 예술적 실천이 된다.
5전시실은 서도호 예술의 정점이다.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 작가가 살았던 여러 집의 문손잡이와 콘센트, 스위치가 하나의 공간에 중첩되는 〈완벽한 집〉은 서로 다른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건축적 자서전이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다리 프로젝트〉는 서울과 뉴욕을 잇는 상상의 다리에서 출발해, 집이라는 개인적 질문을 전지구적 공존의 문제로 확장해 왔다. 그리고 높이 15미터 벽면을 가득 채운 〈Who Am We?〉와 관람객이 그 위를 직접 걸어보는 〈바닥〉은 집단과 개인, 연결과 상호의존이라는 서도호의 초기 문제의식을 오늘의 시선으로 되짚게 한다.
MMCA스튜디오에서는 조금 다른 서도호를 만난다. 공간에 대한 탐구를 넘어, 처음으로 ‘부성애’를 주제로 한 사적인 작업들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사랑의 기억〉은 코트 안쪽에 가족의 옷에서 떼어낸 주머니를 달고 그 안에 추억의 사물들을 담은 작품이다. 옷은 집이 되고, 집은 세계를 경유해 다시 몸으로 돌아온다. 이 순환은 서도호가 평생 탐구해 온 신체와 옷, 집의 관계를 가장 내밀한 언어로 압축한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도쿄도현대미술관(MOT)과 홍콩 M+로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 질문은 다시 여러 도시를 거치며 새로운 맥락 속에서 계속 이동할 것이다. 마치 서도호의 집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전시는 2027년 2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BTS RM의 미술관에선 두 개의 다른 세계가 하나로 합쳐진다
10월 3일,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리는 야심 찬 전시회를 앞두고 일찌감치 RM의 전시를 소개하는 기사가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미술관 소장품 45점과 RM의 개인 미술 소장품 145점이 같이 전시될 예정. 경매장에서 70~80대 어르신들에게 양보를 부탁해 작품을 사기도 했다는 사연도 나오는데 여러모로 재미있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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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 출신 미술품 수집가가 큐레이터로 첫발을 내딛다
19세기의 세로로 긴 서예 작품 한 점이 보통 서울에 있는 RM의 녹음실에 걸려 있다.
작품의 글귀는 다음과 같다. "사람의 행동과 처신은 천 개의 거대한 바위처럼 올곧고 묵직해야 한다." 이는 1,000년 전 중국 철학자 소옹(邵雍)의 말로, 한국의 학자 김정희(추사)가 힘찬 필치로 쓴 것이다.
글귀는 이어진다. "사람의 교양과 수양은 백 번 단련된 금과 같아야 한다."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인 RM은 지난 4월 한국에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제게 '작업실에 두기엔 너무 무거운 내용 아니냐'고 묻곤 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저는 항상 과거의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그저 살아남고 삶을 영위하는 것조차 정말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10월 3일, 이 강렬한 먹물 작품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열리는 야심 찬 전시회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이 전시는 미술관 소장품 45점과 RM의 개인 미술 소장품 145점을 짝지어 선보인다. RM의 소장품 대부분은 1900년대 전반의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그리고 수십 년간의 독재 등 힘든 시기를 겪어낸 많은 이들을 포함한 한국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RM은 2018년 방탄소년단 투어 중 시카고 미술관을 방문한 후 수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에서나 보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고 감격했으며, 동시에 깜짝 놀랄 만한 깨달음을 얻었다. "부끄러운 일이었죠." 그가 말했다. "저는 한국에서 온 예술가이고, 피카소도 알고 고흐도 알지만, 정작 우리나라 예술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그는 자신에게 "너의 뿌리를 찾아야 해"라고 말했고, "그것이 제가 한국 예술가들을 찾아보기 시작한 계기입니다."라고 전했다.
RM은 "그 작품들은 제가 너무 게을러지거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게 해줍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몇 주 동안 31세의 그는 도쿄와 그가 자란 서울의 위성 도시인 고양시에서 방탄소년단과 함께 콘서트를 열었다. 다음 날 그는 12개월 동안 5개 대륙에서 80회 이상의 공연을 펼치는 투어를 이어가기 위해 플로리다주 탬파로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다.
7월 중순, 밴드는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포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최초의 하프타임 쇼에서 약 20억 명의 전 세계 시청자들을 향해 공연을 펼쳤으며, 8월에 이틀 밤 동안 열린 공연에는 RM의 어린 시절 영웅이었던 래퍼 나스(Nas)를 포함해 15만 7천 명의 관객이 모였다.
며칠 전, 밴드는 2027년 그래미 어워드에 아시아 팝 퍼포먼스 부문이 신설된 것에 반발하여 불참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그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들려지고 사랑받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는 병역의 의무를 마친 후 지난해 재결합하여, 3월에 정규 10집 앨범 "아리랑(Arirang)"을 발매했다. 사랑받는 한국 민요의 이름을 딴 이 앨범은 팝, 힙합, EDM이 매혹적으로 혼합된 곡들로 정체성과 명성에 대한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
이 모든 상황 속에서 랩 몬스터(본명 김남준)를 대신하기 위해 선택한 이름인 RM은 박물관 전시를 준비해 왔으며, 이 전시에서 "두 개의 다른 세계가 하나로 합쳐진다"고 그는 말했다. "동양과 서양, 모더니즘과 K팝, 또는 한국과 미국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뚜렷한 전례가 없다. 뮤지션 부부인 알리샤 키스와 스위즈 비츠가 2024년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자신들의 흑인 미술 소장품 약 100점을 전시했고, 래퍼 드레이크와 농구 전설 샤킬 오닐이 소규모 전시를 기획한 적은 있다. 하지만 2027년 2월 7일까지 열릴 예정인 "RM x SFMOMA: 당신과 나 사이(Between You and Me)" 전시는 미술관의 거의 한 층 전체를 차지하며, 국제적인 거장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한국 작가들의 작품, 그리고 수백 년 된 도자기와 서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RM은 "그저 정말 개인적인 전시가 되기를 바랍니다."라며, "개인적인 것에서 보편적인 것으로 확장되는 것이야말로 예술의 가장 훌륭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SFMOMA는 RM에게 "정말 진지하고, 제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추구해왔는지 정확히 이해한" 제안서를 보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서울에 자신만의 전시 공간을 여는 것을 고민해 왔지만, 그것을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자필 편지로 답장을 보냈고, 전시의 다른 두 큐레이터인 아메리카 카스티요(América Castillo)와 김효은(Hyoeun Kim)은 한국 미술을 소개하고자 하는 그의 진심 때문에 편지를 읽고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카스티요는 "그의 글에는 무척이나 아름답고 시적인 느낌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SFMOMA 부큐레이터인 김효은은 "한국인 큐레이터로서 이 프로젝트는 제게 특별한 무게를 지닙니다. 저는 정말로 훌륭한 한국 미술과 한국 작가들을 미국에 소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SFMOMA의 관장 크리스토퍼 베드포드는 유명 인사가 주요 미술관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직접 큐레이팅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들을 위한 답을 가지고 있다. 지난 5월 베드포드는 "그는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며, 놀라울 정도로 호기심이 많고 지적입니다. 미술관이 관습적으로 하는 방식을 훨씬 뛰어넘는 수집과 관객 참여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에게 큐레이터로서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은 전혀 무리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기 전날, 베드포드는 RM과 함께 SFMOMA에서 현재 진행 중인 앙리 마티스 테마의 전시를 관람했다. "그가 얼마나 면밀하고, 열정적이며, 편견 없이 예술을 바라보는지, 그리고 실제로 미술사에 대해 얼마나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는지 보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자신이 선호하는 한국의 선구적인 예술가들에 대해 배우기 위해 RM은 그들의 유가족을 만나고 미술관들을 자주 방문했다. 문화적 강박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를 사용하며 그는 "저는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오타쿠로 태어났습니다."라고 말했다.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무언가가 생기면, 정말 깊이 빠져듭니다."
그 예술가들에게 집중하는 것에는 장점이 있었다. "솔직히 그 작품들이 가격 면에서 좀 더 접근하기 좋았습니다." RM은 웃으며 말했다. "정말입니다. 저는 거대한 헤지펀드 투자자 같은 사람이 아니니까요."
"옛 한국 모더니즘 거장들의 작품을 수집하는 저 같은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경매에 가면 항상 70, 80대 어르신들과 경쟁하게 됩니다."라고 RM은 말했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보다 훨씬 더 자금력이 뛰어나기에 가끔 그들에게 이렇게 부탁한다고 했다. "제발, 이건 제게 양보해 주세요. 젊은 세대를 위해 남겨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훌륭한 작품들을 이미 많이 가지고 계시잖아요."
한국의 전통적인 삶의 풍경을 어린아이 같은 세련미로 친근하게 그려낸 장욱진(1917~1990)은 이번 전시의 주요 인물 중 하나다. 또한 한국의 또 다른 랩 스타 T.O.P.의 종조부이기도 한 저명한 추상화가 김환기(1913~1974)의 캔버스 작품 세 점도 전시된다. (두 점은 RM의 소장품이고, 한 점은 SFMOMA의 소장품이다.)
SFMOMA의 큐레토리얼 프로젝트 매니저인 카스티요는 기획하는 동안 "우리는 그의 컬렉션과 우리 미술관의 컬렉션 사이에서 아름다운 공시성(synchronicities)을 많이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전시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었다. "저는 작품들을 바닥이나 사방에 배치하고 싶었습니다."라고 RM이 말했다. 그는 "이곳은 기관이고 우리는 안전 규칙과 디자인 표준이 있습니다"라는 상기를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텍스트는 그의 자필로 전시될 예정이며, 설명은 영어와 한국어 이중 언어로 표기된다.
"정말 음악을 포함하고 싶었고 아직도 고민 중입니다." RM이 덧붙였다.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음악을 포함하는 건 정말 까다로운 일입니다." (그는 결국 한 구역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전시는 테마별 구역(그리고 기념품 가게)으로 나뉘게 된다. "블루워터(Bluewater)"라는 제목의 구역에는 이브 클랭, 댄 플래빈, 기하학적 추상의 선구자 유영국 같은 작가들의 파란색과 물 묘사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포토부다(Photobuddha)"라는 또 다른 구역에는 백남준의 작품으로, 청동 부처가 자신의 폐쇄 회로 비디오가 나오는 TV를 바라보고 있는 작품이 전시된다.
취향의 엉뚱함을 탐구하는 또 다른 구역에는 거의 서예에 가까운 휘갈긴 글씨체로 유명한 미국 화가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드로잉이, 스트리트 아티스트 인베이더(Invader)의 작품(RM 소장), 포켓몬 애니메이션 셀(역시 RM 소장), 그리고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의 조명줄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이는 고급 예술과 대중 예술이 독특하게 혼합된 것이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 "가끔은 그 이유를 알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습니다."라고 RM은 말했다.
RM은 리넨이나 캔버스 위에 묽은 검은색 물감을 넓게 펴 발라 매혹적이고 내성적인 추상화를 작업한 윤형근(1928~2007)을 특히 존경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여러 차례 투옥되고 처형당할 뻔했던 그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었습니다."라고 RM은 말했다. "그는 지름길로 가는 것도 싫어했습니다." RM의 2022년 솔로 앨범 "Indigo"에는 에리카 바두가 피처링한 "Yun"이라는 트랙이 있는데, 이 곡에는 진실을 추구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윤형근 화백의 목소리가 샘플링되어 있다.
RM이 수집한 십여 점 이상의 윤형근 작품이 한 구역을 차지하게 된다. "그의 삶과 내러티브, 그리고 인간, 인류애와 그림 자체를 알게 되면 그것들이 얼마나 완벽하게 일치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검은색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아요."
또 다른 갤러리에서는 두 점의 윤형근 작품이 자신만의 명상적인 붉은빛 주황색과 파란색 색면을 지닌 장엄한 마크 로스코(SFMOMA 소장품)의 작품과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저는 그저 이 작품들이 함께 걸려 있는 실제 장면을 보고 싶었고, 그것이 저와 미국인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라고 RM은 말했다.
RM은 자신의 더 큰 사명의 일부인 미술과 수집에 대해 이야기할 때 쉼 없는 호기심을 발산한다. "지금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많은 사람,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고, 그들이 한국 문화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내게 말했다. "그들은 더 이상 제게 남한 출신인지 북한 출신인지 묻지 않습니다. 저는 그 점에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한국 문화재 보존을 위해 돈을 기부해 왔으며, 지난 6월에는 5천 년 이상의 소장품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첫 글로벌 앰버서더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는 SFMOMA에 새로운 관객을 유입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이는 미술관이 이 전시를 개최하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미술관과 예술, 그것들은 가끔 많은 사람을 두렵게 만듭니다." 그가 말했다.
심지어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부지런히 갤러리를 다니는 그이지만 "현대미술은 제게 항상 혼란스럽고 까다롭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정말 골치가 아픕니다." 또한 갤러리들이 소속 예술가를 만나보라고 초대할 때면 "실망할까 봐 두렵습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어떤 예술가를 정말 사랑할 때는 가끔 멀리 떨어져서 밖에서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하는 그의 열망은 그가 하는 많은 일의 기저에 흐르고 있다. 그는 SFMOMA 전시가 "많은 이들을 위한 작지만 튼튼한 다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제 말은, 만약 저에게 그 다리가 될 권리가 있다면 말이죠." RM이 덧붙였다. "제게는 팬들이 있고, 저를 정말 사랑해주며 저의 취향과 기호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이벤트를 열게 된 것은 정말 큰 축복입니다. 저는 단지 외부에서 온 한 명의 예술 애호가일 뿐입니다."
뉴욕의 억만장자 켄 그리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메트 뮤지엄으로
한국의 개미들을 피눈물나게 만들었던 월가의 'AI 천재' 레오폴드 아셴브러너 청산 사건에는 숨은 주인공이 있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이다. -67% 손실로 마진콜을 눈 앞에둔 24살 천재에게 전화를 걸어 펀드 전체를 사들인 피도 눈물도 없는 켄 그리핀이 이번에는 미술계에 큰 뉴스를 만들었는데, 그가 세계에서 단 두 점뿐인 개인 소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소유주로 밝혀졌다. 놀랍게도 소리소문없이 메트 뮤지엄에 대여되어 전시되고 있다는 소식.
이로써 워싱턴DC에서만 다빈치를 만날 수 있었던 미국인들은 뉴욕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동일한 도상의 <실감개를 든 성모>를 나는 에든버러의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에서 만난 적이 있다. 이 도상이 두 점이 존재하는 줄도 몰랐네. 정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억만장자는 트럼프를 낙마시키는 데 수십억달러를 배팅한 인물이기도 하다. 켄 그리핀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놀라는 중. 아트뉴스의 기사를 번역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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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곧 ‘레오나르도 다빈치 열풍’이 불어닥칠지도 모른다.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올봄 별도의 보도자료도 내지 않은 채 르네상스 거장의 그림 한 점을 전시장에 걸었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방문했을 당시 이 작품은 유럽회화부 2층 609번 전시실에 걸려 있었지만, 특별히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끌고 있지는 않았다. 크기가 작은 이 그림은 프란체스코 프란차와 안드레아 솔라리오의 거대한 작품들 사이에 걸려 있다.
벽면 설명문에는 약 1505년 작품으로, 미술관 웹사이트에는 약 1501년 작품으로 소개된 <실감개를 든 성모>는 벽면 설명문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공방 작품으로 귀속돼 있다. 이 작품은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ARTnews》 선정 세계 200대 컬렉터인 케네스 C. 그리핀의 소장품이다. 그리핀 측은 언제 이 그림을 구입했는지 묻는 이메일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일부 미술품은 과거 소장자의 이름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이 레오나르도 패널화 역시 한때 랜스다운 후작부인의 소장품이었기 때문에 <랜스다운의 성모>라고도 불린다. 벽면 설명문에 따르면 이 작품은 19세기 그녀의 컬렉션에서 처음으로 기록됐다. 그림은 프랑스의 고위 관리였던 플로리몽 로베르테를 위해 제작됐다.
미술관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작품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왔다. 현재 전시 중인 작품 가운데 유일한 레오나르도 작품이지만, 올봄부터 이미 전시돼 있었다. 한 관람객 응대 담당 직원은 《ARTnews》에 미술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친구에게서 이 작품의 전시 사실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뉴욕의 미술상 에번 비어드가 인스타그램에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ARTnews》도 전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예리한 기자 주디스 도브진스키가 그보다 앞선 4월 5일 이미 게시물을 올린 바 있다. 《ARTnews》는 미술관에 여러 차례 이메일을 보냈지만, 미술관은 아직 이 그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비어드는 《ARTnews》에 보낸 메시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체 누가 레오나르도 그림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냥 벽에 걸어놓나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면 가능한 모양이네요.”
북미에서 레오나르도의 작품을 보는 일은 극히 드물다. 그의 그림 대부분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이나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는 약 1474∼1478년에 제작된 <지네브라 데 벤치>를 소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영구 전시되는 유일한 다빈치 회화다.
미술관은 1967년 당시 최고 기록인 500만 달러에 이 그림을 구입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약 5,080만 달러다.
그러나 이 금액도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500년 작품인 <살바토르 문디>가 기록한 4억5,030만 달러와 비교하면 푼돈에 불과하다. 이는 회화 경매 사상 최고가이며, 미술품 전체를 통틀어 지금까지 지급된 가장 높은 가격으로 여겨진다.
높이가 약 20인치인 <랜스다운의 성모>에는 커다랗게 묘사된 아기 예수가 성모 마리아 옆 바위 위에 앉아 실감개를 들여다보는 모습이 담겨 있다. 벽면 설명문에서는 이 도구를 ‘니디노디’라고 부른다. 십자가 형태로 생긴 이 도구는 흐트러진 실타래를 가지런한 묶음으로 감는 데 사용됐으며, 그림에서는 예수의 십자가형을 예고하는 상징으로 기능한다.
이 그림의 또 다른 버전은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당시 버클루 공작이 소유하고 있던 이 작품은 2003년 그의 저택인 드럼랜릭성에서 도난당했다. 당시 가치는 4,000만 파운드로 추정됐다. 작품은 4년 동안 행방이 묘연하다가 회수됐다.
벽면 설명문에는 카르멜회 피렌체 지부의 책임자였던 프라 피에트로 다 노바렐라가 1501년 유명한 르네상스 후원자 이사벨라 데스테에게 보낸 편지가 인용돼 있다. 그는 레오나르도가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썼다.
“실을 잣으려는 듯 앉아 있는 성모입니다. 아기는 실이 담긴 바구니 위에 발을 올려놓고 실감개를 움켜쥔 채, 십자가 모양을 이루는 네 개의 살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치 십자가를 열망하는 것처럼 아기는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단단히 붙잡고 있고, 빼앗으려는 듯한 어머니에게 내주려 하지 않습니다.”
학자 마틴 켐프는 2011년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전시 ‘레오나르도 다빈치: 실감개를 든 성모의 수수께끼’ 도록에서 이렇게 썼다.
“그 이전에는 누구도 성모자상을 이런 방식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그는 성모의 모습에서 “불안한 눈빛과 허공에 머문 손에 분명한 동요, 심지어 불길한 예감까지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십자가의 상징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레오나르도는 상징의 의미를 그림 속 육체적·심리적 서사에 매우 혁신적인 방식으로 통합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새롭고 역동적인 상징 방식은 피렌체 전성기 르네상스 미술의 발전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덧붙였다.
켐프에 따르면 이 그림은 곧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 널리 알려졌으며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11년 전시 당시 이 작품은 뉴욕의 한 개인 컬렉션에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이 그림과 버클루 버전은 모두 원작으로 주장돼 왔다. 켐프는 현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로베르테를 위해 제작된 <실감개를 든 성모> 가운데 가장 뛰어난 두 버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이 작품은 그동안 제자의 복제품, 공방에서 제작된 복제화, 레오나르도가 “상당 부분 개입한” 공방 작품, 또는 진정한 원작 등 여러 방식으로 귀속돼 왔다.
그림의 배경은 “전형적으로 레오나르도적”이며 다른 작품의 배경과도 유사하다. 켐프는 중경에 등장하는 다리가 <모나리자> 오른쪽의 다리와 “사실상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켐프는 2011년 당시에는 다음과 같이 썼다.
“나는 풍경의 비교적 자유로운 처리에서 레오나르도 개인의 손길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바위와 산의 형태 역시 그가 직접 그린 배경에서 볼 수 있는 리드미컬한 구조를 충분히 갖추지 못한 듯하다.”
다만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현재로서는 뉴욕 작품을 버클루 그림보다 다소 늦게 거장의 공방에서 완성된 그림으로 보는 편이다. 그러나 레오나르도가 직접 감독했으며, 구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인물군을 실제로 그리는 과정에도 일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는 《ARTnew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후 자신의 평가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레오나르도와 공방의 작품입니다.”
켐프는 이렇게 설명했다.
“추가적인 기술 조사를 통해 이 작품이 매우 복잡한 제작 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두 그림 모두에서 레오나르도의 밑그림이 발견됐습니다. 하나는 거의 확실히 프랑스 왕을 위해, 다른 하나는 궁정 관리를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레오나르도는 하나의 구성을 시작한 뒤 같은 주제로 두 점의 그림을 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2011년 시카고 미술관에서 열린 ‘왕, 왕비 그리고 궁정인들: 프랑스 초기 르네상스 미술’ 전시에 출품됐으며, 레오나르도 사후 500주년을 기념해 열린 루브르 박물관의 2019∼2020년 대규모 회고전에도 전시됐다.
막대한 규모의 컬렉션을 보유한 그리핀은 최근 장미셸 바스키아 작품 10점을 마이애미의 페레스 미술관에 대여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2017년 소더비 경매에서 당시 최고 기록인 1억1,050만 달러에 구입한 1982년작 무제 회화도 포함됐다. 켐프는 《ARTnews》에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소유주가 작품을 철저히 감춰왔기 때문에, 이번에 대중에게 공개된 것이 무척 기쁩니다.”
“크기는 작은 그림이지만, 그 중요성은 대작에 버금갑니다.”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오는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 입장권은 일반 판매를 포기하고, 전체 추첨제로 진행한다는 공지를 올림. 얼마나 인기가 뜨거우면 이럴까 싶으면서도, 한국 같으면 온갖 매크로 암표상들이 티켓을 선점해 수십 배 가격의 암표로 팔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여하튼 오사카를 가더라도 베르메르 전시 티켓의 현장 판매를 없다고 합니다.
베르메르의 작품은 <디아나와 님프들>까지 두 점이 오고, 렘브란트의 <웃는 남자>, 네덜란드에서는 꽤 친숙한 그림으로 속담까지 탄생시킨 얀 스틴의 <늙은이가 노래하면 젊은이 피리 분다>도 전시될 예정.
인공지능 책이 서점에 슬며시 침투하는 법
뉴욕타임스에서 급증하고 있는 AI 출판물에 관한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수치가 놀라울 정도다.
서점들은 곤란할 정도의 상황에 놓였는데, 반스앤노블은 "AI가 생성한 모든 책을 온라인 카탈로그에서 적극적으로 제외하고 있으며, 매장에 재고로 들여놓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문하지 않는다"라면서 보이콧을 선언했을 정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워 보임. 한국도 인문 등의 논픽션 분야가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고, 소설만 팔리는 시장에서 작가 영입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연구가 보여주는 사실은 소설조차도 인공지능 의존도가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것. 인공지능 러다이트 운동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 곳은 출판시장이 될지도.
"수년 전 정교한 문장을 쏟아낼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이 등장한 이후, 챗봇이 쓴 글이 책 시장에까지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출판계 관계자들은 소설이 마지막까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독자들은 인간적인 감정이 담긴 이야기를 원하고, 그것이 사람이 쓴 것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가 시작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판매되는 소설 중 상당 부분이 챗봇을 이용해 또는 챗봇에 의해 쓰여졌고, 독자들이 이를 구매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연구팀은 판매 부진 도서를 제외한 후, 2023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아마존에서 자비 출판된 소설 14,419권을 무작위로 표본 추출하여, 컴퓨터 과학자들이 동종 프로그램 중 가장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하는 팡그램(Pangram)의 AI 탐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분석했다. 그 결과, 2,168권의 소설에서 50% 이상이 AI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970권의 소설에서는 90% 이상이 AI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팡그램을 사용하여 아마존에서 판매된 약 6만 권의 책에서 텍스트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25년에 출판된 책의 약 53%에 인공지능이 생성한 텍스트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23년의 23%보다 높은 수치다."
"이 연구는 여행이나 야외 스포츠와 같은 비소설 분야에서 AI 사용률이 높고, 소설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AI 사용이 확산됨에 따라 아마존 신간 도서의 평균 평점이 하락했다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작년에 코보의 자가 출판 플랫폼은 제출된 책의 45%를 거절했다. 그중 85%는 코보가 인공지능이 생성한 것으로 판단하여 게재를 거부했다."
프리랜서를 위한 집중 업무 앱
기존의 로파이 음악에, 백색소음 재생 기능을 추가로 넣어서 업데이트 함. 카페소음, 빗소리, 장작소리, 앤틱시계 소리를 추가로 넣었음. 업무 시간을 일별, 월별로 기록해주는 기능도 있음. 로파이 음악보다 저는 백색소음을 틀어놓고 일할 때 더 집중이 잘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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