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하나 있었다.
"만약에."
"만약에 헤어지면?"
"만약에 변하면?"
그럴 때마다 너는 웃으며 말했다.
"만약에가 어디 있어. 지금이 있는데."
그래서였을까.
나는 오지 않은 미래를 사랑하려 했고,
너는 오늘의 나를 사랑했다.
나는 아직 오지 않은 이별을 걱정했고,
너는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아까워했다.
결국 나는 내일을 살고 있었고,
너는 오늘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네 말이 맞았다.
오지 않은 내일 때문에
오늘의 행복을 자꾸 미뤘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곁에 있는 너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행복은 늘 나중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행복은 그때 이미 내 옆에 있었다.
네가 건네던 인사,
별것 아닌 대화,
함께 걷던 평범한 저녁.
그 모든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됐다.
사람은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영원할 것 같던 하루도,
당연했던 사람도,
사실은 전부 한때였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만큼은
만약에를 내려놓으려 한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고,
어제는 이미 지나갔으니까.
지금 이 순간만은
후회 없이 사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