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 우울조차 나를 기억하지 못하니 어찌 하면 좋은 생인가. 굳이 나를 택하여 여린 정신에 곧은 몸을 주었으니. 날숨까지 들이키는 아찔한 절망에 떨리는 눈꺼풀을 어찌하면 좋을꼬. 비틀리고, 망가지고, 흩��지고, 스러질.
아아, 나는 죽었다. 나의 생은 내 손에 비틀려 숨을 거뒀다.
망가진 정신. 비틀린 걸음걸이. 흐릿한 시야.
오직 너만이 나를 사랑하리라 믿었던 탓이다.
나는 내 우울만을 사랑했거든, 나를 믿지 못해서.
미쳐야 산다. 오직 고통만이 나를 기억한다.
차라리 기나긴 꿈이기를. 단지 너를 기억하지 못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너는 내 죄악이야.
나는 이제 당신이 그립지 않아요. 밤이면 눈물로 밤 지새우며 당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지 않아요. 당신을 기다리기에, 내가 이 짓거리를 몇 번이고 반복했는지 알아요? 이 잔혹한 내 님아, 겉만 번��르르한 순수야. 순환이 멈추면 결국 부패하겠지만서도. 오늘의 바다는 달의 발자취를 쫓지 않아요.
찬란한 청춘의 폐막.
그토록 사랑하던 기약의 종결과 이유 모를 구설수에 오르내리며 산산조각난 신뢰의 이름을 아시나요. 차라리 소유한 품이 없으니 잃어야 할 불안에 떨 일도 없겠지요. 이제서야 온전한 나를 되찾았어요. 버려져 갈 곳도 없이 길바닥에 나뒹구는 유기견마��. 사랑도 한때일 뿐.
나는 언제까지고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을 사랑했다.
기준이 불확실할수록 그것들을 잃을 가능성은 커져만 갔고, 그것을 완전히 잃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
완전무결이란 무엇인가. 사랑을 해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망상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나는 절대로 완전할 수 없게 되었다.
완전한 이상을 그린 조각상을 상대로 속삭이던 완벽은 어디에 두고 온전하지 못할 당신에게 첫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새까만 눈동자 안의 작은 빛을 별이라 이름 짓고 내 사랑을 우주라 명명했으니. 당신은 나의 아르네브요, 초원 속 민들레거든. 이리도 불완전한 사랑이 시릴 줄 몰랐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아득하고 깊은 우울을 사랑합니다.
가끔 나는 공허의 순간을 빌려 저 아래로 가라앉고는 하거든요.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지도 몰라요.
그게 내 유일한 희망이자 기대예요. 난 별이고 달이고 하나 없는 적막한 밤하늘이 좋아요. 과거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나에�� 뭘 바라지 말아요.
근데 어째서 제 사랑은 매번 속살거리는 거짓 고백을 너머로 무감정이 가득하고, 신뢰라는 원칙 사이 한 켠에 처박혀 있을 견디지 못할 두려움과 불안감에 빠져 과호흡을 지켜야 하는 건가요?
동화 속에서 볼 수 있는 따스한 사랑은 어디에 버려두고 제 첫사랑이 씁쓸하고 아릿한 흉터만 남긴 거예요?
사랑, 죽지 못하고는 견디지 못할 사랑.
선생님, 대체 사랑이 뭐길래 다들 목숨을 걸고 품으려는 거예요?
짙은 공허에 느린 심장박동을 이어 침묵을 지키던 우리에게 대체 사랑이라는 게 어떤 존재인데요?
사랑은 낭만적이고 견디지 못할 만큼이나 달콤한 감정의 형태라고 배웠어요.
머리통을 내리꽂는 빗소리에 존재통을 앓는다.
헛된 욕망, 잊혀진 추억. 추악한 진실에도 말미암아 희망은 자리하는지.
더이상 그리워할 옛 인연도, 한 발짝 내딛을 여유도 없는 나는,
어릴 적의 꿈속으로 도망이라도 가고 싶었다.
오직 순수만이 가득하던 그때로 깊게 잠기기를 기도한다. 영원히.
왜 그리워 했을까. 왜 갈망했을까.
언제까지고 영원하지 못할 그이를 그저 닮고 싶다는 이유로.
추신, 슬슬 독백은 지겨워지려 해.
당신이 없는 이 자리에 홀로 남겨진 채로 감정을 읊으려니 영 떠오르는 게 없거든.
당신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어?
완벽을 유지하면서 살고 있냐는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