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대기서 나온 낭만야구…1회 21실점에도 볼넷 없이 정면 승부
이날 눈길을 끈 선수는 대구북구SC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현준이었다. 3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이현준은 0-18로 뒤진 4회초에 팀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섰고, 1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무려 안타 20개를 허용하며 21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85개로 5이닝을 던진 상대 팀 선발 최희성(60구)보다 많았다.
눈길을 끄는 점은 그가 안타 20개를 내주는 동안 사사구는 단 한 개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계속 안타를 얻어맞으면서도 상대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는 고교 최고의 타자들을 상대로 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쉼 없이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공을 던지고 또 던졌다. 이현준은 폭염으로 숨쉬기조차 힘든 극한의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날 이닝 중간엔 이시원 대구북구SC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 교체 의향을 물었으나 이현준은 자신이 4회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시원 감독은 "선수의 의지가 너무 확고해 차마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현준은 경기 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난 졸업반이라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인 이번 대회가 고교생으로 출전할 수 있는 마지막 대회였다"며 "진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야구선수로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경기에서 도망가는 투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많은 안타를 허용하긴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난 오늘 타자로 안타 1개를 쳤고, 투수로 탈삼진도 1개 기록했다"며 "오늘 경기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밝혔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이현준 등 대구북구SC 소속 고교 3학년 학생들은 진로의 갈림길에 섰다. 대다수의 학생은 일반 전형으로 대학교 진학을 준비한다. 이현준은 일단 야구선수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야구부가 있는 대학교에 원서를 쓸 생각"이라며 "합격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어렸을 때부터 프로야구 KBO리그 그라운드를 밟는 꿈을 꿨다"며 "지금도 그 꿈은 작아지지 않았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구북구SC를 상대한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이현준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정 감독은 "상대 팀 선수지만, 경기 내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하더라"라며 "경기 후 우리 선수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면 승부를 펼치는 저 선수의 모습을 본받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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