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남 (Invited)
[얼굴 사진 / 가슴 아래부터 복근까지 드러난 신체 사진]
각도와 조명을 섬세하게 조율한 사진 두 장을 올리고 ‘업로드’ 버튼을 누른 준겸은 휴대폰을 침대 위에 툭 던져두었다.
스마트폰 화면이 어두워지기도 전에 진동이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리트윗과 마음에 들어요 알림이 폭주하는 소리였다. 아이돌처럼 뚜렷하고 선이 고운 이목구비에, 과하지 않게 잡힌 매끈한 잔근육. 게이 프렌들리한 성향을 은근히 내비치는 그의 트위터 계정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았다. 댓글 창에는 그의 외모를 찬양하는 문장들과 낯뜨거운 성적 판타지들이 어지럽게 섞여 들었다.
준겸은 무심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액정을 스크롤했다. 여자들에게서 온 러브콜과 고백, 남자들의 노골적인 제안들. 매일 반복되는 관심이었고, 이제는 일정 부분 타성에 젖어버린 일상이었다. 적당한 승리감과 동시에 묘한 지루함이 밀려오던 그때, DM 목록 최상단에 떠오른 메시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DM]
"안녕하세요 준겸님. 저희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 부부입니다. 평소 올려주시는 스타일과 분위기를 너무 좋게 보고 있었어요.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저희 부부의 초대남으로 모실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조건과 일정은 전부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제안을 받아봤지만, '20대 부부'라는 단어 조합은 준겸의 손가락을 멈추게 만들었다. 정갈하게 작성된 프로필과 약간의 긴장감이 묻어나는 문장.
준겸은 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워 침대 헤드에 기대앉았다. 어두운 방 안,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푸르스름한 빛이 그의 덤덤했던 눈빛을 잔잔하게 흔들고 있었다.
준겸은 DM 창을 닫지 않은 채, 상대의 프로필 뒤에 숨겨진 계정들을 하나씩 추적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부부의 공동 계정에는 고급스러운 호텔 내부, 은은한 조명 아래 놓인 와인 잔, 그리고 얼굴은 가려졌지만 묘한 열기가 느껴지는 스킨십 사진들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보통 이런 제안을 하는 계정 특유의 조잡함이나 저속함 대신, 묘하게 절제된 취향이 묻어났다.
메시지에 링크된 남편과 아내의 개인 계정으로 들어갔을 때, 준겸의 시선을 먼저 사로잡은 것은 의외로 남편의 계정이었다.
‘…뭐야.’
준겸의 손가락이 스크롤을 멈췄다. 보통 부부 초대남 제안이라 하면 아내의 매력을 강조하거나 아내의 욕망을 채워줄 남성��� 찾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남편의 계정에 올라온 사진들은 결이 달랐다.
운동으로 탄탄하게 단련된 넓은 어깨, 과하지 않지만 선이 선명하게 갈라진 대흉근과 수트 착장 너머로 드러나는 선명한 몸의 선. 남성이 보기에도 매혹적이고 섹시한 체형이었다. 게이로서 준겸의 취향을 완벽하게 관통하는 선명한 근육질의 몸이었다.
오히려 아내의 계정은 다소 평범한 일상 사진 위주였고, 준겸의 눈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준겸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아내를 위한 초대남이 아니라… 남편의 취향이 섞여 있거나, 어쩌면 저 남편 자체가 목적일 수도 있겠는데.’
트위터에서 수많은 남녀의 러브콜을 받으며 지루함을 느끼던 준겸에게, 저 남편의 몸과 이 특이한 관계성은 일상을 깨뜨릴 충분히 위험하고도 매력적인 자극으로 다가왔다. 여자들과의 연기와 통상적인 만남에 싫증이 났던 차였다. 저 매력적인 몸을 가진 남편과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다��� 사실 하나만으로도 피가 약간 빠르게 도는 기분이었다.
준겸은 침대 헤드에 더 깊숙이 몸을 파묻으며, 조심스럽게 열려 있던 DM 창을 다시 켰다. 답장 입력창에 자판을 두드리는 준겸의 손끝에 묘한 열기가 감돌았다.
[준겸]
"제안 감사드립니다. 조건과 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전송' 버튼을 누른 준겸은 화면을 꺼버린 뒤,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금기를 넘어설 때 느껴지는 아슬아슬한 고요함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약속 장소는 번화가 구석에 자리한 프리미엄 부티크 모텔이었다.
부부가 보내온 방 번호와 비밀번호를 확인한 준겸은 캡모자를 눌러쓰고 택시에서 내렸다. 네온사인 불빛이 밤거리의 습한 공기와 섞여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평소처럼 SNS에 사진을 올리고 대중의 반응을 즐기는 ��과는 차원이 다른 실전이었다. 게다가 이번 목적은 통상적인 일탈이 아니라, 화면 너머로 확인했던 그 남편의 단단한 체형과 묘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아이돌처럼 선이 고운 얼굴 위로 은근하게 다듬어진 잔근육. 남들이 탐낼 만한 껍데기 아래로 속수무책으로 일렁이는 긴장감이 스스로도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