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성시대에 올라온 "모두가 불행한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글이 화제를 일으켰다.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다주택자의 처지를 하나하나 짚는 솜씨가 좋아서 다 읽고 나면 "결국 민주당이 문제였네"라는 결론이 저절로 남는다. (원글 : https://t.co/VPJZ8Qsv1G)
나는 그 "저절로 남는 감각"이 위험하다고 본다. 잘 읽히는 글이 곧 맞는 글은 아니다. 이런 글은 검증된 사실과 저자의 인상, 통계와 목격담을 한 문단에 뒤섞어 어디까지가 데이터고 어디부터가 짐작인지 가려낼 수 없게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서는 실제 정책의 성패보다 빠르게 퍼져 정권을 흔든다.
지금 이재명 정권의 지지율 하락도 상당 부분은 정책이 나빠서라기보다 이런 식으로 선동하는 이야기가 쌓인 결과다. 환율을 진보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 기본소득을 베네수엘라에 갖다 붙이고, 임대아파트 주민을 부랑자로 뭉뚱그리는 과장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중 남초든 여초든 가장 넓게 퍼지고 파괴력도 큰 것은 하나로 요약된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집값이 폭등한다"는 도식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노무현 정부에서 70%, 문재인 정부에서 100%가 넘게 올랐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오히려 떨어졌다(집계 방식에 따라 수치는 조금씩 다르다). 문제는 이 숫자를 한국이라는 좁은 창으로만 본다는 데 있다. 창을 세계로 넓혀야 제대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시기부터 보자. 2020년 한 해에 IMF 글로벌 집값지수에 잡힌 60여 개국 중 4분의 3이 상승했다. OECD 평균 실질 집값은 10년 사이 40% 넘게 올랐고, 그 상승은 코로나 국면에서 한꺼번에 가팔라졌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캐나다,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에스토니아, 이스라엘, 룩셈부르크의 집값은 75% 넘게 뛰었다. 이 나라들의 집권 세력은 제각각이다. 뉴질랜드는 노동당, 캐나다는 자유당, 미국은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바뀌던 중이었다.
이념과 정권은 달랐지만, 많은 나라에서 비슷한 시기에 주택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났다. 공통점은 정당이 아니라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재택근무가 부른 수요였다. 한국의 2017~2021년 급등은 이 흐름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가장 주목할 건 이명박 정부 시기다. 원글은 "이명박, 박근혜 때는 서민도 용기만 있으면 반포 구축을 살 수 있었다"며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그때가 어떤 시기였는지 세계 지도를 펴면 향수가 무색해진다.
미국 케이스-실러 지수는 2006년 고점에서 2012년 초까지 전국 기준 약 27% 무너졌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주택시장 붕괴였다. 로스앤젤레스는 반토막, 라스베이거스는 3분의 1로 주저앉았고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나라 경제가 흔들릴 만큼 폭락했다. 한국 집값이 눌린 건 정부가 시장을 다스려서가 아니라 전 세계가 리먼브라더스의 잔해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반포 구축의 상대적 접근성이 지금보다 높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정책의 성과가 아니라 금융위기 뒤 거래 위축과 세계적 경기침체, 직전 상승기에 쌓인 가격 부담이 만든 조건이었다. 이를 서민 주거사다리가 잘 작동한 시기로 미화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2003~2007년은 미국, 영국, 스페인, 호주가 그린스펀식 저금리 아래 나란히 거품을 키우던 때, 서브프라임 버블이 부풀던 국면이다.
반대로 윤석열 정부에서 집값이 주춤한 것도 처방 덕이 아니라 연준이 금리를 올리며 전 세계 집값이 함께 식은 결과다. 한국 집값의 방향은 청와대의 정당 색깔이 아니라 세계 시장의 금리 사이클이 정한다. 대통령이 진보냐 보수냐는 이 조류 앞에서 잔물결이다. 정권은 파도의 높낮이를 조금 키우거나 줄일 뿐, 밀물과 썰물 자체를 만들지 못한다.
이렇게 말한다고 문재인 정부를 감싸는 건 아니다. 그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서울 집값이 두 배로 뛰는 동안 무주택자와의 자산 격차는 벌어졌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던 스무 번 넘는 대책은 정부가 겁만 주고 실행은 못 한다는 걸 시장에 학습시켰다.
실패의 원인은 개혁을 세게 밀어서가 아니라 방향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를 때리겠다면서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줬다 뒤늦게 거둬들였고, 보유세를 올리겠다면서 공시가·과표 일정표는 흔들렸다. 공급이 모자란데 재건축은 묶고, 그렇다고 공공이 물량을 쏟아붓지도 못했다. 억제와 확대, 시장과 개혁 사이 어느 쪽으로도 끝까지 가지 못한 어정쩡함이 낸 빈틈이 가격을 밀어올렸다.
원글은 이 실패를 근거로 "개혁이 틀렸으니 규제를 다 풀자"고 결론짓지만, 나는 정반대로 본다. 절반만 짓다 만 다리가 무너졌다고 다리를 짓지 말았어야 했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는다. 문제가 미완성이라면 답은 완성이지 철거가 아니다. 지금 이재명 정부에 필요한 건 그때 손대다 만 개혁을 흔들리지 않고 완성하는 일이다.
끝으로 이런 글의 진짜 문제는 결론 하나가 틀렸다는 데만 있지 않다. 선동이 위험한 건 사람을 속여서가 아니라, 속는 줄도 모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통계와 개인 경험, 정책의 효과와 인상을 한데 섞어 독자가 인과관계를 검증하기 어렵게 만든다. 부동산은 우리 모두의 삶이 걸린 문제다. 그 논의를 혐오와 조롱에 넘겨주면 안 되는데, 남초와 여초 커뮤니티를 가리지 않고 퍼져나가는 것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