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11 베토벤 총막공 박효신 편지
참 우연히도, 그리고 다행히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저는 제 삶을 비춰볼 수 있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가 세상에 남긴 위대한 업적도 물론 존경하지만, 저에게 더 깊이 다가온 것은 그 업적 뒤에 있었던 한 인간의 삶이었습니다.
누구나 한 인간으로서 나약할 수 있고, 병들거나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제가 본 베토벤 역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따라 자신의 길을 멈추지 않았고, 끝내 자신이 살아야 할 삶을 살아냈습니다.
그렇게 그의 삶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역사가 되었습니다.
제가 이 뮤지컬을 초연부터 함께해오면서 가장 깊게 느낀 것은 위대한 예술가 베토벤보다 그 모든 시간을 묵묵히 버텨낸 한 인간의 숭고함과 존엄함이었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 조용한 위대함. 그 울림을 저는 이 작품을 통해 꼭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위대한 역사만을 기억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역사를 남기기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끝까지 마주하는 것, 그 삶을 살아낸 한 사람을 더 오늘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에게 보내는 박수보다 끝내 삶을 견뎌내 주는 한 사람, 루드비히 반 베토벤에게 더 큰 위로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삶을 묵묵히 견뎌내고 계신 관객 여러분들 모두에게도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이 무대를 함께 만들어주신 다시 한번 모든 배우분들, 그리고 저희 스태프분들, 오케스트라 단원분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말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여름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보여주신 관객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