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항상 RP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건
페소가 술 담배를 못 한다는 게 전제로 깔려있는 걸까
설정에 담배를 하루에 몇 개를 피고 주량은 얼마냐 일일히 적어놓기도 뭐한데..
’술도 못 마시면서 무슨 술이야‘ 타령
나올 때 마다 이걸 다시 리롤해 말아 하는
내 손가락을 볼 수 있었다..
소맥 두 잔 마시고 나면 취하더라
그러고 습관처럼 맥주는 다 비워야지
하고 마시게 되는데
이젠 진짜로 몸이 안 받더라
네가 술 마신다고 하는 날이 아니라
이젠 내가 너한테 ‘오늘은 술 안 마실래’
하는 날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
내 반응이 그랬던 것 처럼
넌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해지네
술에 약한 너
맥주 반 잔이 네가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양이잖아
어쩌다 진짜 가끔 ‘오늘은 술 마실래’ 하면
진짜? 라면서 물어보곤 했어
그만큼 넌 술을 안 마셨으니까
항상 그랬듯 소주랑 맥주를 주문해서
내 잔에 가득 채웠고
네 잔의 콜라가 맥주가 되는 날은
난 꽤 재밌는 하루가 되곤 했어
소주는 1/3 정도만 줄어있고
맥주는 한 병 전부 비워진 거 보고
나도 진짜 늙었나보다 한물 갔네 하고 웃으면
너도 장난치면서 같이 웃었잖아
요즘 술이 잘 안 받더라
한창 마셨을 그땐
약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랬는 데도
다음 날 또 마실정도로 멀쩡했는데
지금은 약도 안 먹는데도 불구하고
‘그래, 니 맘대로 해봐’ 하고
한숨 쉬면서 핀잔 하는 데
솔직히 그 반응이 나한텐 너무 재밌어
정말로 더 마시고 싶어서 마실 때도 있었지만
네가 그만 마시라고 멈춰 준 덕분에
컨디션 무사 한 적이 많았지
요즘 들어선 내가 술을 잘 안 마셨더니
항상 소주 한 병, 맥주 두 병 마시던 내가
매번 만날 때 마다
내가 술을 안 마시는 날은 손에 꼽잖아
잔 들고 같이 짠 해주면서 분위기를 즐기거나
내 얼굴 보고서 그만 마셔하고
표정 굳히거나 마시던 거 뺏어가서
못 마시게 하는 데
괜히 장난끼 발동해서 싫은데? 더 마실 건데?
하고 다시 병 가져가거나 술 따를 때면
그럴 때 마다 넌 매번
어느 시기엔 네가 한참을 계속
‘누나 오늘은 안 마시면 안 돼?’ 하니까
내가 궁금해서 물어봤잖아
‘술 안 마셔도 재밌게 놀 수 있잖아’ 하고
그래서 언제는 정말로 술 없이 먹었어
근데 마시던 사람이 안 마시니까
허전한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뭐 언제부턴가 다시
내 잔엔 술, 네 잔엔 콜라였지
오미자 안 마셔? 라고 하길래
괜히 너가 또 그날 처럼 그럴까봐
반사적으로 아냐 됐어 하고 넘기게 되더라
네가 술 마신다고 할 거면 신경 안 썼을텐데
마신다고 한 것도 아니고 괜히 그거 보고
나도 마실래 해버릴까봐
근데 너도 나름 술에 대한 고충이 있더라
난 매번 마시고 넌 안 마시니까
‘이 안주랑 맛이 안 맞아’ 하고
다래맛은 그냥 무시했어
그리고 한참 과일 소주는 안 마시다가
오미자맛 나왔을 때
너랑 있을 때 처음 개시했잖아
그때 다래랑 오미자맛 번갈아가면서 마셨는데
난 다래보다 오미자가 더 맛있더라
시간 좀 지나고 다른 식당에서 내가
어 오미자 맛이네 하니까 너가
한 입 마셔보고 ‘맛있네?’ 라면서
병 째로 벌컥벌컥 들이켜고 나선
금새 온 몸이 시뻘개져가지곤
그때 당시에 만감이 교차해서
너 진짜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싶었다고..
그 이후로 난 다래 잘 안 마셨어
너는 왜 다래 안 마셔? 라고 물을 때
미쳤다고 너가 또 병나발 불어버릴까봐
마른 세수를 하거나 고개를 젓거나,
얼굴이 붉어져서 누가 봐도 취했는데
그날 따라 정말로 멀쩡해서
이런 날이 오기도 하는구나 하고
좀 신기해 했었어
그정도로 넌 술이 안 받는 사람이니까
소주는 새로만 마시는 내가
다래맛이 나왔다고 한창 다래만 마셨을 때
그때 너 정신 나간 줄 알았어
맥주를 반 채워줬어
네가 금방 취하는 걸 아니까
요만큼 조금씩만 마셔 하고 내가
잔에 대고 가늠할 때
넌 마신 거 같지도 않다고 그랬잖아
네가 다 마시고 빈 잔을 보면서
’오늘은 별로 안 취하네‘ 라길래
네 모습을 보니까 정말로
생각보다 멀쩡한 모습이더라
매번 마시고 나면 취해서 힘들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