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의 끝물 즈음 경계가 무너진 지평 위로 뻗어올렸던 수지 끝엔 어떤 감흥이 담겨있었을까. 그 때의 우리는 목격 없는 밀회와 통정을 매순간 반복했었지. 때로는 아련한 순애보를, 때로는 달큰한 향락을. 그저 헤프게 쥐락펴락한 감정은 단순히 생사여탈권을 행사할 저의로 치부될 뿐이었는데.
@cozil0st_ 글쎄. 품은 처연함이 감히 얼마나 깊을 지 상상하는 행위는 제 성정에 맞지 않아 접어둘게요, 깊고 어둡고 탁한 것은 질색인지라. 다만 저였다면, 말라붙은 심중을 드러내는 일은 하지 않았을거예요. 약점 마냥 무방비로 꺼내어진 마른 땅에 불이라도 옮겨 붙으면 어떡해.
@R4Di4NT_ 그러해도 네 심장을 갈취할 요량은 아니었으니 걱정 말렴. 아니, 잠깐. 생각이 바뀌었어, 태양 품은 자의 심장에선 어떤 맛이 날까? 어쩌면 타는 듯한 작열감이 내 혀를 마비시키진 않으려나? 갑즉 궁금해지지 않니? (얄궂은 눈매 곱게 휘어 고개를 갸웃댄다.)
천성이라는 게 그렇더라, 만물 이치를 깨우쳐도 발치의 돌부리는 예감하지 못하는 도승처럼 이성은 꾸준히 후속을 점지하는 데 반해 채우지 못한 내 안의 흠원은 끊임없이 목전의 탐욕만 갈구하게 만들어. 텅 비어버린 채 굶주려도 아직 결신이라면 믿어줄까? 어쩌면 사특한 매구의 계략은 아니었을까?
미숙한 시기 거치며 재 없이 저지른 범법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수 세기를 하령할 비련의 금수는 개살구라도 뜯으며 오래토록 살아갈테니 견치에 과보를 물고 문드러진 내세를 위해 오늘도 업을 쌓을 참이야. 당신의 윤회에 발톱 올려 치흉 만들 날만 고대하는 표독한 계집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