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데 가난이 학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에서 결과에만 집중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지적 성취를 이룰 수 없다는 결론만 남게된다. 이걸 부정하기 위해 가난한데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유지한 사람들의 예시를 가져오면 가난은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며, 가난했기 때문에 학업 성취도가 낮았던 사람들은 그저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사회적 약자들은 정도는 다르지만 구조적 가해의 결과로 무언가를 잃게 된다. '사회적 약자들은 무언가를 잃었어요.' 라는 말에 누군가는 '무언가를 잃은 사람!' 에만 초점을 맞추어 '사회적 약자들은 무능하다.' 라고 결론낸다. 여기에 뭐라고 반론해야할까?
'구조적 가해를 당했다고 반드시 이들이 무언가를 잃었다고 말할 순 없어요.' 라고? 하지만 무언가를 잃은 것은 사실인걸.
'구조적 가해를 당했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해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경우도 있어요.' 그럼 '역시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었는데 자기 문제를 구조 탓으로 돌리는는구나.' 라고 대답할텐데?
결국 논리로 설득이 불가능하다. 이것은 청자들의 인격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이야기들을 들어도 누군가는 공감하며 연대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내밀며, 다른 누군가는 피해자들을 모욕하고 비난하기 위한 근거로 삼는다.
빈곤이 낮은 학업 성취도로 이어진다. 라는 이야기는 (사회 구조를 지적하며 변혁하려는) 연대의 말로 쓰일 수도 있고 (가난을 모욕하려는) 가해의 말로 쓰일 수도 있다.
빈곤하더라도 뛰어난 학업 성취를 이룰 수 있다. 라는 이야기는 (사회적 약자들을 편견에 가두지 않으려는) 연대의 말로 쓰일 수도 있고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 축소시켜 구조적 문제를 덮으려는) 가해의 말로도 쓰일 수 있다.
그래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과 구분은 필연적으로 여/남성성에 대한 확정과 축소로 이어지게 되고 여성차별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일이므로 다양한 젠더를 인정하는 것과 더 넓은 여성상을 인정하는 건 거의 같은 본위입니다. 트젠을 배제하고 여자만 잘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