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네가 손해였던 이 놀이는 이제 끝내는 게 좋겠어.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 같은데, 언제나 그랬듯 넌 일방적이고 난 늘 그 반대였지만, 재미 없어져서. 날 대신할 사람이 있다며? 너의 비밀은 나만의 것이어야 의미있는데, 이젠 별로. 홀로 충분히 괴로워하길. 그리곤 떠나, 나처럼.
내가 고맙다고 말하는 건 그렇게 뒤척이면서도 네가 나를 안 놓고 있어서. 어쩌다 한번씩 나한테만은 솔직한 너여서.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너를 떠나려 해서가 아니라 너를 안 놓고 있기 때문이야. 너가 더 괴로워 지는걸 알면서도.
아무리 봐도 니가 더 손해야. 내가 나쁘고.
제멋대로인 너에게 내가 휘둘리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운 쪽은 나보다 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내적갈등은 내게만 있는 게 아닌가봐.
네게 휘둘리는 척, 멀어지자 하면 그런 체 하고, 안아달라 하면 조용히 토닥여야지.
와라, 말아라, 가라, 있어라- 몇번을 뒤척이던 그날밤처럼.
"좋아해요" 하더니 금세 맘이 바뀌어서는 "이제 그만해", "잊고 정신차려요" 그랬으면서 결국 너도 못 했어. 불쑥 다가오더니 "다신 이런 일 없을거야" 다시 멀어질 것 처럼 그러다가 "예뻐요" 도로 붙잡았다가. "앞으로는 안 좋아할래요"에서 "당신이 마지막일 것 같아"까지. 정말 일관성이 없어.
막연히,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아니다.
사실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거야.
네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와 함께 살더라도, 너의 마음 속에 나는 죽지 않을 거라고, 계속 그 한켠에 살아있기를, 그런 못된 진심을 품고도 뻔뻔하게 너와 얼굴을 맞댄 채 지냈다.
죽고 싶다는 너의 말이 나를 불안하게 했지만, 찬찬히 달래보았어. 넌 "몇 년 전에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하며 피식 웃었고, "그래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어" 나도 웃으며 네 머리칼을 쓸어 넘겼지.
죽고 싶은데 마지막에 생각나는 사람이 나여서 짜증난다는 말에도 난 웃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