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도 나도 야근하는 날이라
아침에 끌어안고 오늘 하루 잘 버티자 다짐했다.
그리고
이제야 너덜너덜한 몸을 끌고 퇴근한다.
멍하니 지하철역으로 가던 길
꽃집 앞, 한참을 물끄러미 있다 꽃 한 송이를 샀다.
보라색 장미를 선물한 적은 없었지.
같이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래, 집에 가자.
사실 기념일 데이트 일정이 따로 있었는데
이동 중 퀴퍼 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11주년 당일에 열리는 퀴퍼 안 갈 수 없지.' 하고 일정 통으로 변경
구운 빵처럼 익은 채 행진하고 놀다 돌아가는 길.
애인은 잠들었고
나는 창밖을 물끄러미 보다 생각에 잠긴다.
나른하다. 그리고 좀 행복하네-
애인과 함께 살 집을 계약했다.
이래저래 마음고생 좀 했지만 우리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
본격 이사 준비에 결정하고 챙겨야 할 게 산더미인데
애인이나 나나
“같이 살면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같이 보자고 해야지.”
“같이 살면 딱 붙어서 만화책 보고 또 봐야지.”
만 생각하고 있음. 어휴 오타쿠.
뜨거웠던 사람과 결혼을 할까.
나를 나답게 하는 온도-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고. 애인은 내게
"언니랑 나도 온도가 맞나봐"
"그치. 근데 넌 뜨거운 사랑은 없었잖아"
"... 아냐! 나 지금 뜨거워!!"
물 마시다 뿜을 뻔
11년차에 뜨겁다는 애인의
첫 연애이자 마지막인 귀한 서사에 내가 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