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뭔가 툭 끊어졌어요.
점심시간에 팀장님께 회식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남편한테 카톡 보냈어요. "나도 오늘 회식이야. 하원은 당신이 해, 4시 반까지야."
남편 전화가 다섯 통 왔는데 안 받았어요. 회의 중이었거든요. 남편이 늘 하던 말 그대로요.
남편은 결국 부장님께 사정 얘기하고 4시에 조퇴해서 애 데리러 갔대요. 저녁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요. 10시에 들어가 보니 거실엔 장난감이 다 널려 있고, 남편은 소파에 반쯤 누워서 "이거 매일 하는 거야?" 묻더라고요.
네, 매일 해요. 하고 씻으러 들어갔어요. 그날 밤 애가 세 번 깼는데 남편이 다 일어나서 달랬대요. 저는 오랜만에 귀마개 끼고 푹 잤고요.
다음 날부터 남편이 화요일·목요일 하원은 자기가 하겠대요. 회사에 유연근무 신청했대요. 일 년 반 동안 안 된다던 게 하루 만에 되더라고요.
진작 이럴 걸 그랬어요. 그날 회식 삼겹살이 결혼하고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두 달째인 지금은 동네 코스가 정해졌습니다. 하천 끝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고, 벤치에서 휴대폰 보다가, 다섯 시 반쯤 천천히 걸어 들어가요.
지난주엔 비가 와서 지하 주차장 차 안에서 두 시간을 앉아 있었어요. 시동도 안 켜고요. 뒷좌석엔 카시트 두 개, 바닥엔 과자 부스러기. 그걸 보며 앉아 있으니 이게 쉬는 건지 벌 서는 건지 헷갈리더라고요.
순찰 돌던 경비 아저씨가 창문을 두드리며 괜찮으시냐고 물어서 민망하게 웃었습니다.
위층에서 애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괜히 올라가고 싶었는데, 6시 전에 들어가면 아내가 서운해합니다. 자기가 준 시간을 제대로 안 쓴다고요. 한번은 4시에 들어갔다가 '왜 벌써 왔어, 다시 나가' 소리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웃었습니다.
아내는 토요일 오후에 친구들과 브런치 먹고 필라테스 가며 바쁘게 지내요. 저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동료가 동호회라도 들어 보라 해서 찾아봤는데, 일요일 다섯 시간짜리 동호회는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다들 일요일 오후엔 뭐 하며 보내시나요.
오늘도 1시 10분 전입니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데 막내가 묻네요. "아빠 또 회사 가?"
위산 역류도 성대에 영향을 준다고 위장약까지 같이 받음. 커피도 줄이래서 하루 세 잔을 한 잔으로 줄였더니 오후만 되면 머리가 띵함 ㅋㅋ
그래서 요즘 수업할 때 박수 치기, 손뼉 신호 같은 걸 만들어서 소리를 덜 지르려는 중. 애들이 생각보다 손뼉 신호에 반응을 잘해서 놀람.
웃긴 건 옆 반 쌤은 나보다 목소리를 훨씬 크게 쓰는데 목이 멀쩡함. 진짜 타고나는 게 있나 봄. 너무 부럽다.
목 쓰는 직업인데 목 쉬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 병원 한 번 가 보는 게 나음. 나처럼 꿀물만 마시지 말고.
이런 경험 있으신 분, 아니면 이렇게 카톡하시는 분 계신가요? 궁금해요ㅜ
(추가) 하나하나 다 보고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질문하면 그 대답만 오니까, 이렇게 카톡하는 사람을 처음 봐서 그 마음이 궁금했던 거예요.
저도 일일이 보고하거나 폰 붙잡고 있는 건 싫어요. 다만 시간 날 때 대화가 된다는 느낌은 있어야 하는데, 저렇게 오니 흐름이 뚝뚝 끊겨서 고민하다 쓴 글이었어요.
그리고 술자리나 약속 있을 때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한다 정도는 연인끼리 해 주는 거 아닌가요? 회사에서 주구장창 연락해 달라는 게 아니라 '출근했어', '점심 먹어' 정도를 말하는 건데, 이게 과한 건지 모르겠네요ㅜ
그 후원금 보고 한참 울었어요.
행정 처리는 이렇게 두세 달이면 대충 끝나요.
근데 진짜 정리가 안 되는 건 따로 있었어요.
아빠가 작년부터 같이 낚시 가자고 하셨는데, 애가 어리다고 계속 미뤘어요. 전화하시면 맨날 바쁘다고 먼저 끊은 것도 생각나고요.
요즘은 친구들이 주말에 부모님이랑 밥 먹었다는 얘기만 들어도 부러워요. 그게 얼마나 별거 아닌 일인지 그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저도 몰랐으니까요.
서류는 정리가 되는데, 못 한 것들은 정리가 안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