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지애나주의 알래스터? 상대를 파악하는 듯한 시선이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유색인종일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그런 라디오 진행자가 지옥의 악마로 나타났다니.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이 남자의 뒤편에도 뭔가 있던 모양이지. 빈센트는 표정 관리에 무척 능한 남자였기에 악의나 의심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잡았던 손을 두어 차례 흔들고 떨어진다.) 지옥의 악마이신 만큼 제 이름도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농담을 던지며 그가 주우려던 조각에 손을 뻗어 주워낸다. 이색증이 있는 눈이 호박빛 조각을 살펴보다 당신에게 건넨다.) 빈센트입니다. 빈센트 휘트먼! 이렇게 뵙게 된 이상, 어쩐지 알래스터 씨와는 다시 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물론 라디오는 오랫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대중문화의 중심 역할을 해오긴 했죠. (이끌리듯 당신의 뒤를 좇으며 말을 잇는다. 이 시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다. 이전의 말들도 그저 이상한 차림을 한 사람의 정신이상자로 의심되는 증상이라 치부하며 넘어갔을 테지만, 너무나도 진지하게 말을 이었기에. 빈센트는 자신이 혹시 꿈꾸고 있을 가능성을 헤아려 보았으나 또렷한 정신은 현실임을 실감하도록 했다.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은 걸러 듣고, 당신이 찾던 것을 발견한 듯한 반응에 손을 덥석 붙잡았다.) ······성함! 하하, 성함 말입니다. 아직 여쭙지 못한 것 같은데.
그건 다 과거의 일이죠.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요즘은 라디오 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텔레비전을 선호하고, 하나씩은 놓여있을 겁니다. (바깥을 잘 돌아다니지 않는 건가? 속으로만 생각할 뿐, 말하진 않았다. 불쑥 들어가는 모습에 이런 돌발 상황은 예상하지 못해 놀란 듯 몸을 크게 한번 움찔한다. 당신의 뒤를 좇아 따라잡으며 말을 이어갔다.) 떨어지다니요? 하하. 뭐,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하셨단 말씀입니까? 그건 좀···· 우스운 농담처럼 들리는데요. 여긴 건물 안이라고요.
이런, 평소에 텔레비전을 멀리하시는 모양이군요. 지난 토크쇼가 끝나갈 때쯤 어떤 거장께서 나오실지도 소개했었는데. 아쉽네요. 이번 초대되신 게스트는 무척이나 명망 높은 배우분이시거든요. 대중문화를 안다면 모를 수 없는····· 그런 명성을 가진 분이시죠. (빈센트 휘트먼은 대화를 이어 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스킨십이 나오는 남자였고, 늘 그래왔기 때문에 당신이 가벼운 접촉에도 불쾌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이곳에 찾고 있는 게 있다고요? 제가 도움 정도야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겁니까?
즉흥적인 대화가 중심으로 구성된 토크쇼이니만큼 완벽하게 준비하고 계신 거죠. 제가 그 자리의 진행자로서 움직일 예정이고, 방송사고라도 난다면 아주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빈센트 휘트먼에겐 당연하고 익숙한 환경이었지만, 생소한 광경처럼 반응하는 당신을 위로하듯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다른 한 손으로 손바닥을 펼쳐 데스크와 가까이 놓여있는 깔끔한 소파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저곳엔···· 이번 게스트로 초대된 분께서 앉을 예정이고요.
하하, 과찬이십니다. 일사불란하고 바삐 움직여야 효율적으로 일이 진행되는 건 무슨 일이든 간에 당연한 일이잖습니까. (눈에 띄는 붉은색 계열의 차림새와 과장될 정도로 극적인 제스처는 아무리 바삐 움직이는 방송 스태프들이라도 한 번쯤은 이쪽으로 시선이 올 법도 했다. 분주한 주변은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백인 남자의 존재만을 인식하고 있었을 뿐, 그가 무얼 하고 있는지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이 역시 빈센트는 알 턱이 없었다.) 뭐, 잠깐이라면야 못 할 것도 없죠.
일이야 보시다시피. 방송 스태프분들께서 제가 오를 무대를 더 완벽하게 하려고 정신없이 준비해 주고 계시죠. (여유로운 그의 모습과 대비 되는 분주한 현장은 빈센트에게 있어 정말 당연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했으므로 그들에게 어쩌면 이 시간은 그저 생존이 걸린 전쟁터일지도 모른다. 눈길이 정신없는 곳을 잠시 향했다가 곧바로 시선이 돌아온다.) 제가 서야 할 자리이니 그 정도 신경은 기울여야 하긴 하지만요.
풉, 큭, 하핫, 하하하! 아, 실례했습니다. 당신 말씀을 듣고 있자니 웃음을 참을 수 있어야 말이죠. 무슨 애들 장난하잔 것도 아니고····· 탁상공론적이시네요.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로 그려낸 그림을, 일어날 가능성조차 없는, 그저 공상에 지나지 않은 것을 실제로 구현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제가 조언 하나 해드릴까요?
예, 마음이 힘드시니 그리 나오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생활을 통해 여성성을 실현하고 본분을 다하는 이 시대의 가장 이상적인 부인이시라고 로렌 씨가 많이 말씀하셨거든요. 그런 이상적인 부인께서 남편이신 로렌 씨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니만큼 경황이 없으시겠죠. 섣불리 가까운 사람을 의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도파민과 쾌락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제 말은, 포르노 같은 경우엔 아무리 진부하더라도 즉각적 보상이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성에 대한 개방성···· 음. 아무튼 시장이 활발하고 여전히 양산되는 이유는 모두 그 때문이겠죠. 다만, 지금 당장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더라도, 비슷한 전개면 금방 질리기 마련입니다. 포르노든, 일반적인 프로그램이 든 간에. (몸을 낮춰 제 말에 귀 기울여 듣는 듯한 상대에 깊은 우월감을 느껴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이 터져 나왔다. 사람 좋은 미소를 유지한 채 그의 얼굴 주위에 있는 털 뭉치를 강아지 쓰다듬듯 털어내더니 어깨에 손을 떼곤 몸을 물러섰다.) 뭐가 됐든 간에 위를 차지한다는 건 상대나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가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죠. 사이비 교주보단···· 난 그렇게 말하고 싶군요. 세계 최고의 지도자라고요. 이렇게 불리는 편이 더 듣기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