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1945-)는 전후 독일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됩니다. 키퍼가 미술대학에 입학하여 활동을 시작한 1960년대는 제2차 세계 대전의 후유증으로 독일의 역사와 전통을 거론하는 것이 금기시되는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키퍼는 금기를 깨고 독일의 전통과 민속, 문화예술을 소재로 삼았으며 특히 나치즘을 비판하고 홀로코스트 피해자를 애도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멜랑콜리아〉(2004)는 마치 재난 이후의 황폐한 풍경을 연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채도가 낮은 갈색과 회색, 푸른색의 물감이 배경에 두껍게 놓이고 키퍼 특유의 재료인 납을 화면에 부어 거칠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눈에 띄는 것은 평면의 화면 중간쯤에 튀어나온 작은 유리 상자입니다. 키퍼는 ‘멜랑콜리아’라는 제목의 회화와 조각을 여러 차례 제작했는데 이 작품들에는 이 유리 상자와 같은 기하학적 도형이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두 개의 삼각형과 네 개의 오각형으로 이루어진 이 독특한 도형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의 1514년작 〈멜랑콜리아〉에 등장하여 ‘뒤러의 다면체’라고도 불리는데, 키퍼는 뒤러의 그림을 직접 인용하며 개인의 실존적 우울, 시대의 우울 등을 작품에 담고자 했습니다.
■ 안젤름 키퍼, 〈멜랑콜리아〉, 2004, 캔버스에 아크릴릭 물감, 유화 물감, 유리, 납, 철사, 유제, 180×280cm
MMCA 해외 명작: 수련과 샹들리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5. 10. 2. ~ 2027. 1. 3.
Highlights of MMCA Global Art Collection
MMCA Gwacheon
2 Oct 2025 – 3 Jan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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