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모순된 감정을 가지고 모두를 대해 왔다. 그게 아니라면 오로지 철저한 무시에서 비롯된 냉소, 냉소뿐이었다. 누군가를 순수하게 위하는 일은 내게 너무나도 어려웠다. 누군가에게 호의만 느끼는 일은 그 이상으로 어려웠다. 내 방식은 가끔 적절치 못했다, 그건 나도 안다.
상처는 남았다. 하지만 그걸 만지는 것도 돌보는 것도, 심지어는 그것으로 인해 아파하는 것도 더 이상 허락되지 않는다. 돌처럼 굳어진다, 모든 것이. 그깟 알량한 감정을 이기지 못해 동요하던 날들이 아주 먼 과거인 것처럼. 나는 질문하지 않는다. 나는 꼼짝도 않는다. 나는 태연하다.
이상에 대한 집념과 그로부터 비롯된 번민이 며칠 동안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마음의 평안을 찾고자 잘 읽지 않던 심리학 책을 펼쳤다. 자칭 심리학의 권위자라는 인간들을 내내 불신해 왔기는 하지만 그들에게도 한 번은 기회를 줘야 할 것 같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보자는 기분으로.
우리 둘 중 한 사람이 자존심을 버리면 이 게임은 ���날 것이었다. 마침내. 그렇게 오래 할 만한 게임도 아니었다. 슬슬 따분해지고 있던 차였다. 누군가 한 명이 승부수를 띄우기만 하면 됐다. 그러기만 하면 됐는데. 지고 싶지 않다는 유아적인 마음이 어느새 내 안에서 자라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