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말 못 했던 하루 일과들을 보고하던 현이는 점점 성의 없어지는 대꾸에 입부터 삐죽 나와 욘재를 바라봄.
“야.”
“... 어? 왜.”
“너 무슨 생각 하냐?”
“뭔, 뜬금없이. 아무 생각도 안 하는데.”
“안 하는 게 아닌데, 지금.”
“아니라니까. 저녁 뭐 먹을래.”
점심 같이 하자는 사원들을 보내기까지 했는데 오늘은 또 뭐가 문제인 건지 표정이 불퉁해선 답지 않은 말을 함. 괜히 낯간지러운 현이가 눈을 도륵 굴리며 “그렇게 신경 쓴 건 아닌데...” 웅얼대면 볼을 잡아채 눈 맞춘 욘재는 “지대한 신경을 써서 속까지 타는데 뭘 부정해.” 질투를 숨기지 않음.
그래도, 무섭게 생긴 건 아닌데. 비록 귀부터 피어싱 범벅이라 해도 애교살이며 도톰한 입술이며 눈 밑 점까지 안 예쁜 구석을 찾을 수가 없는 얼굴이었음. 그러다 별생각 없이 고개를 든 현이와 눈이 마주침. 사르르 접히는 눈을 보며 역시 예쁘장한 외모라 결론짓고서 마주 웃는 욘재.
심지어 다른 반인 욘재라 현이 반 애들은 익숙해진 풍경에도 마음속 의구심을 떨칠 수 없음. 참다못해 직접 물어보면 “얘가 원래 챙기는 거 좋아해.” 무심히 답하는 현이와 “어, 유독 얜 챙겨 줘야 돼서.” 역시 무심하게 답한 욘재. 그리고 “나 이제 간다.” 현이만 보며 인사한 뒤 그제야 반으로 향함.
늦잠을 자는 것도 아니건만 항상 아침을 거르고 와서 빵과 우유를 사다 주기도 함. 어렸을 때부터 해 왔던 일이라 챙김 받는 게 하루 일과인 현이는 매점까지 먼 걸 알면서도 “오늘은 이거 먹기 싫은데...” 말을 흘리고 눈 맞추며 “그럼 뭐 먹고 싶어.” 묻고서 또 그걸로 바꿔다 주는 욘재.
그 말에 다시 시선을 돌리면 여전히 강 너머를 응시한 채 “이런 거 아니면 해 줄 수 있는 게 없잖아.” 애써 덤덤히 말하려는 듯 보였음. 그러고선 단숨에 들이켜 비어진 캔을 찌그러트린 욘재.
“차라리 화내는 게 좋으니까 혼자 떠안지 좀 마라.”
“......”
“애인은 폼으로 달고 있냐.”
현이 힘든 일 있을 때면 매일 불러내는 욘재 보고 싶네. 몸 쓰기 싫어하는 현이 데리고 한강 몇 바퀴 돌거나 축 처져 있는 애 일으켜 세워 축구든 농구든 운동을 시킴. 차라리 혼자 있고 싶은데 자꾸 괴롭히듯 구는 욘재에 참다못해 화내면 “혼자 두면 삽질할 거 뻔한데 뭘.” 툭 말하는 욘재.
부정은 못 하고 입만 꾹 다물자 “얼씨구.” 웃으며 현이 머리 헤집음. 이어 사 온 맥주를 따더니 한 모금 들이켜는 모습을 바라보다 홱 고개 돌려 앞을 보는 현이. 야경은 제법 그럴 싸하고, 바람은 상쾌한 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라 너무했나 싶은 찰나였음.
“너 힘들면 나도 힘들어서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