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타인을 믿을수록 빨강을 눌러야함
파란버튼을 누른다는것은 모두가 충분히 이타적이기에 파랑이 50프로를 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임. 여기서 내가 빨간버튼을 누른다고 해서 파랑버튼 50프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음.
믿지 못한다면 당연히 빨강을 눌러야 한다는 것이고.
그가 입술을 달싹였다.
혹여나 나를 부정하는 말을 뱉을까 봐, 나는 서둘러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거친 숨이 포개진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려 했다.
그의 목구멍 안으로 다시 밀어넣었다.
“아파?”
그의 귀에 대고 나지막히 속삭였다.
내려다본 목덜미에는 붉은 연꽃이 피어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을 바라보니 원망도, 슬픔도 서려 있지 않았다.
그의 목에 남은 붉은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문질러 봤다.
마치 부처의 독각을 방해하는 마라 파파야스의 유혹처럼, 천천히, 하지만 자극적이게.
하지만 나의 발악은 그의 정적을 한 뼘도 침범하지 못했다.
내가 남긴 붉음은 그의 피부 위에서만 타오를 뿐, 그 깊은 눈 안쪽의 호수에는 파문��차 일지 않았다.
열기가 남은 손가락을 거칠게 떼어냈다.
데일 것만 같았다. 나는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엌으로 향해 차가운 물을 틀어 손을 박박 닦아내었다.
그 온기가 마치 오물이라도 되는 양, 비누 거품을 내어 지문 사이사이까지 문질렀다.
수돗물이 쏟아지는 파열음이 거실의 정적을 찢어발겼다.
"...배고프지?"
힘을 주어 말했다. 랩에 쌓인 소고기를 꺼냈다.
비닐을 벗기자 핏기어린 비린내가 훅 끼쳤다.
그것을 도마에 내려놓곤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탁, 탁, 탁.
거실의 정적을 비웃는 세속적인 소음.
나는 이 소음 속에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달구어진 팬 위로 붉은 살덩이가 내려앉자, 비명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기가 익어가는 향내가 입맛을 돋우었다.
핏기가 가신 자리에는 먹음직스러운 갈색 육즙이 배어 나왔다.
손등에는 기름 방울이 튀어 올랐다. 따금거리는 통증이 오히려 반가웠다.
정성스레 구워진 고기를 접시에 담았다.
기름기가 돌며 반짝이는 살덩이들은 탐욕스러운 빛갈을 띄고 있었다.
식탁에 내려놓고는 유안을 불렀다.
"밥먹자."
이내 그가 자리에 앉았다.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맛있어?"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술 사이로는 붉은 육즙이 베어나왔다.
보아라, 그는 이제 영원히 깨달음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나와 함께 영원히 이 구질구질한 식탁에 앉아.
생명의 비명을 탐하리라.
빈 접시 위의 기름이 하얗게 굳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