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외투에 차를 쏟은 사람을 난 죽일 수도 ��어. 옷을 뺏어 네게 주고 싶어서 털 코트를 입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 사랑해서 죽였다는 말과 그게 뭐가 다르지? 사랑은 아무것도 아니야. 고작 은편 삼십 닢을 벌고 싶어서 예수를 판 유다처럼 난 사랑하니까 구원이고 뭐고 다 포기한 거야.
청림은 분석과 해제를 통한 정밀함을 도모��나, 지적인 행위란 응당 자의적인 재구성을 수반하기에 그 이해는 결코 이상적�� 수 없습니다. 그 점을 인지한다는 점에서 청림은 항상 옥경에게 자기를 배신할 자격을 주는 것이지요······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그 자리에 현존할 것.
돌아오겠다는 기약을 두지 않는 것, 이것은 무심이 아닌 사랑의 표현이라고 공연히 안심시키지 않는 것. 그것들은 이미 두 사람 간의 약속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옥경이 돌아올 때, 사뿐 웃으며 그는 말할 거예요. 나 말이야. 길 건너편 집에 살았어. 몰랐지?
단행본 외전 「조연의 일」 중 숙영이 도앵과 잠시 이별했던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해요. 도앵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도앵을 택한 것이 아니라, 그가 부재한 채로도 살 수 있으나 결국에는 그를 택했다는 말이니······ 청림의 심정도 비슷할 거예요.
이별을 염두하는 것은 아니나, 바쁜 시기의 장기 출장 같은 형태로나�� 청림이 옥경의 부재를 실감하는 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참 신기하지. 네가 없었지만 나는 죽지 않았어. ······목숨만 붙어 있어도 살아지는 게 삶이라면 삶은 결국 뭘까? 목숨이란 뭘까.
옥경은 난처한 듯 웃어요. 그에게 청림은 나지막이 물어 옵니다. 내��� 널 슬프게 하지 않으리란 것은 믿어? 믿어. 그 대답에, 청림은 망설이지 않고 권총을 관자놀이로 가져갑니다. 추락하기 직전의 인간이 난간을 감아 쥐듯 방아쇠에 걸친 손가락. 네가 쏘라고 하면 쏠 거야. 그러니 날 믿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