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가능한사랑 할말없는붕이라고 한 거 치고 일단 생각나는거 계속 얘기하면
난 어쨋든 예지의 사랑이 성공했다고 생각해 결국 호석의 마음 속에 갇혀있던 말들을 끌어낸 것만으로도 예지가 호석, 미옥과는 같은 계급이 될 수 없고 본인도 은연 중에 그것을 알고 있고 그럼에도 노동자 운운하며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지 않고도 얼마든지 타인의 취약성을 포착-대상화-착취-전유-응시할 수 있고 또 그것을 요청할 수 있고 또 그 사태에 (수치가 아니라) 죄책감을 느낄 수 있고 그렇다고 실천으로 발 내딛지 않고 자책만 뽑아낼 수 있는 자리가 위계관계의 정점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함
이창동 가능한 사랑에서 미옥이라는 인물이 스크린을 뚫고 내 마음에 어떤 상흔을 남겼던 순간은 숲속에서 울부짖던 호석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저 보이지 않는 멀리서 응시한 후 뒤돌아서는 선택을 마옥이 했을 때였고, 그순간 나는 내가 미옥의 이 선택을 오랜시간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