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무호흡의 밤이다. 망가진 전구의 비틀거림을 사랑한 찰나의 암전에서, 약도 삶도 신도 버린 육신이 희망의 농간처럼 고개를 든다. 환각은 늘 희게 질린 바닥 타일 위에서 피어나고, 행복한 나날의 밤중에 내 초상이 일던 공간에서 비명횡사하는 내가 있다. 골백번을 죽고도 다시 아침이다.
어른 행색으로 곧추서 바라본 하늘은 작열하는 아스팔트 도로였고, 어린 날의 잔상이 서슬푸른 낯으로 남던 날에는 더 이상 부여잡을 발목이 없었다. 죽어 있던 내가 안긴 갈비뼈는 부러져 있었단 것도 모르고, 품 하나 내어줄 용기도 없는 청년이 되었다. 청춘은 봄 없이 태어나 제 나이테를 깎는다.
너의 세상이 바닥나는 시간 새벽 2시 축복 없이 철제 침대에서 태어난 우리에게 신은 없고 기적이나 낙원을 알기에 나는 충분히 불쌍하지 못했지 알잖아 우리는 지독히도 독실한 사람들이라서 짙은 구원이라면 꼭 신인 줄로만 알고 사랑했는데 왜 너는 내 신이 아니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고
생동하는 것은 자주 서툴러서, 두렵던 시절의 난 꼭 달음질하는 골목마다 목을 매달아 죽는 내 그림자를 보았다. 환영받지 못할 낙인 한 점 질린 낯에 그윽이 새기고도 송장보다 파리한 색으로 죽어 있어야 했다. 삶은 피어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보호받지 못할 태생이니 망설일 시간은 필요 없었다.
사실 난 매번 울어야 했는데 엉성하고 낡은 고백은 그런 속도 모르고 나를 사랑하고 계절은 지문도 없이 부서진 포말의 언어나 먹으면서 비틀대고 너는 꼭 그런 것들에만 반색을 보이지 실은 청회색 기억에 신물이 나서 푸른 병증을 껴안고 사는 주제에 희게 질린 혹은 빌린 품이나 갉아먹고 있으면서
흰 사막에서 끝맺지 않을 여름밤에 수몰되는 생을 본 적이 있다 뙤약볕의 그을리며 호수의 바닥을 헤집는 일이나 물 위에서 온전히 호흡하며 허우적대는 일 혹은 창천 서린 작은 물가에서 익사 아닌 일로 죽어 보이는 일 그런 건 궁금해하는 이가 없고 단말마가 증발한 여름을 기억하는 하늘도 없고
눈이 유독 늦게 녹는 동네에 살면 폭설처럼 내리치는 발자국들이 살얼음을 짓이겨도 자취는 남지 않는다. 내가 뭉쳐지지 않는 눈을 움켜쥐고 손이 베이는 동안 넌 너무도 쉽게 잊힐 겨울만 짓고 있었다. 문득 난 양 볼과 눈사람이 발갛게 물들어도 네 겨울을 산 적은 없었구나 싶었다.
겨울에는 난로 앞을 찾지 말기. 설원에서 태어난 소녀가 그랬듯, 살갗이 얼어 걸음 닿는 길목마다 발이 묶여도 나는 꼭 그렇게 박제되고 말 테다. 기다린 일이 잦고 뭐든 서둘러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은 유독 얼어 있는 시간이 길다는데, 난로는 체온을 닮아 녹는 일을 그다지도 두려워했다. 미련하게.
몹시 희던 날 추위보다는 손끝의 고동으로 알아챈 영하의 날씨 동사하지 않을 동사를 찾다가 입이 얼어붙은 사람들 그렇게 삐걱대는 밤에서 살아남은 사람만이 고하는 평생 너머의 영원 결코 진실일 수 없었던 거짓이고 싶지 않았을 그 말 벌써 여러 번 소급하여 초설처럼 녹아 없어진 그 말
겨울에는 좀처럼 점잖게 굴 수가 없어요 선생님 저물어 스러지는 초록도 더는 불쌍하지 않고 낡아 허물어진 상가들도 생동하는 것만 같아요 동사한 이들의 체온을 재려면 얼마나 더 많은 겨울로 전율해야 할까요 창백한 이들을 눈으로 오인하는 일을 언제가 되어서야 후회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