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국이 칠국의 심장에 집착하여 왔던 그간의 세월이 과연 무료히 정지되어 있는 설국에게 제공하는 유희거리로 보았다면 참으로 아둔하고, 가엾구나⋯⋯. 얼어붙은 심장은 뛰지 않지만 제 속의 생명은 영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거라, 500년 동안 부패를 직시한 내 구순은 침묵하지 않았어.
끊임없이 돌고 돌았지만 결국 그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 채 다시 그 곳으로 걸음하고 마는, 참으로... 잔혹한 운명이군. 그 즉슨, 이 곳이 정녕 내가 구하고자 하는 답이 있다는 것이겠지. 그 과정과 대가가 어떠하든 이 잔혹한 굴레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빛깔을 되찾아 비로소 안식을 얻으리.
계속해서 배회하던 발걸음이 비로소 이제서야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느낌이 드는군. 한 박자 건너뛰며 불안정하게 공명하던 심장도 제 끝을 마주하며 서서히 그 고동을 잠재우면, 그 때가 오면 500년 전부터 그려왔던 밤의 오묘한 오색빛깔이 하늘을 뒤덮을 것이다. —— 「... 드디어 밤이 왔군.」
끝없이 황폐한 이 길을 홀로 걷는, 살아남은 죄인의 동포들에게 내려진 벌은 시시포스의 형벌의 또다른 버전이나 다름없다. 안식없는 기나긴 고독을 어찌 그 누가 감당할 수 있으랴. 끝없는 방황을 되풀이하며 그대들이 나아갔던 길의 의미가 한 줌의 재가 되었음이 심장에 각인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