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불을 치고 지나가는 찬 기운이 새삼스레 바뀐 계절을 알렸다. 어제 퍼부었던 여름의 폭우는 꿈이었던가. 둔한 통증이 퍼지는 어깨를 풀기 위해 여러 차례 팔을 돌리던 것을 멈추고 블라인드의 조절 끈을 바라보다 시선을 거둬들였다. 불쑥 솟는 변덕이라고. 들을 이 없는 혼잣말이 낙엽처럼 물든다.
거품이 사그라든 액체가 싱크대 구멍을 따라 원을 그리며 사라진다. 술은 마시지 않았다. 한순간의 허전함으로 오래 만들어놓은 습관을 망치는 건 저답지 않은 일이니까. 다만 빈 맥주캔에 코를 가져가 대 냄새를 맡았고 창가로 걸어가 블라인드를 걷었다. 집안의 불을 모두 끈 채로 창문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