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왜 여전히 바쁘고 허덕이는 건지 의문이지만 결국 내 능력 부족의 문제. 요즘엔 이게 지속 가능할까, 내가 나아질 수 있을까 물으면 회의적인 생각이 들어 힘이 빠졌는데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씩 되살리고 느리더라도 제대로 나아지고 싶다. 더 좋은 시간이 찾아오리라 무턱대고 믿어보면서.
거의 1년 동안 몸 사리기 모드로 지낸 것 같다. 욕심 났던 일들도, 평소 같으면 맡았을 만한 일들도 고민 끝에 거절하면서. 하나라도 (이제라도) 정말 제대로 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어서였는데, 지금 보면 그건 전혀 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그만큼,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발레 수강권을 다 써서 이참에 몇 달 쉬기로 했다. 54회 수업 듣는 동안 워낙 뻣뻣한 내 몸은 그리 유연해진 것 같지 않지만 바 순서는 얼추 외워서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마침 좋아했던 선생님들도 다 떠나서 아쉬움은 덜한데, 천슈즈를 꺼낼 때 풍기던 강아지 꼬순내는 종종 생각날 것 같다.
“우리는 많이 죽는다. 스쳐 지나가는 기사들에서, 숨 쉬듯 죽는다. 우리의 죽음은 범상한 일이라 기자들도 일기 예보하듯 보도한다. ‘하늘에 구름이 끼고 가벼운 소나기가 내리는 한편, 지난 열흘 동안 팔레스타인인 3000명이 사망했습니다.’ 또한 날씨와 마찬가지로 오로지 신만을 탓할 수 있다
내 선택으로 내 가족을 꾸리는 과정에서 ‘원’가족이 주는 고통의 고비를 넘기며 이제는 정말 할 만큼 했다는 확신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결혼 절대 (적어도 한국인과는..) 안 한다 했던 내가 실은 다정하고 안정적인 가족 만들기를 많이도 바랐다는 점도 그 과정에서 인정했고.
다정한 사람을 만나고 나면 나도 설령 별것 아니라도 내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정도 여유와 여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알지. 반드시 여유와 여력이 있어야만 뭔가를 건넬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그 뭔가가 대단한 것일 필요도 없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