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카즈야는 더이상 괴롭힘을 당하지도, 물건을 잃어버릴 만큼 어리지도 않게 되었지만⋯ 왠지 가끔은 굳이 가져오기도 할 것 같네요. 다소 뻔뻔한 얼굴로.
요루 쨩, 이거.
새 글러브는 왜? 내 손에는 안 맞는데.
아니, 그거 말고. 적어 줘, 이름.
참 나⋯.
누구나 비슷하긴 하겠다만, 중에서도 치요는 유독 제 물건에 큰 애착을 가지는 편이라 어릴 적에는 꼬박꼬박 네임펜으로 이름을 적어놓고는 했다네요. 그리고 이건 중학생 시절을 함께한 카즈야에게도 해당되었던 탓에⋯. 카즈야의 글러브, 장갑 같은 것들 안쪽에는 이름이 꼭 새겨져 있었어요.
닳지도 않은 글러브를 잃어버리고 아버지께 또 사달라고 할 만큼 철부지는 아니었으니까. 그 습관을 몇 년쯤 겪고 난 카즈야가 포장을 뜯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걸 치요에게 건네는 게 되지 않았을지. 치요가 신중히 새겨넣는 글씨나 거기 담긴 마음이 싫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거든요.
제아무리 번쩍이는 별일지라도 처음으로 우주에 내던져지는 날은 오는 법. 그런 날을 위해 존재하는 게 너른 품과도 닮은 광활한 우주. 이즈미 치요는 처음부터 당연하다는 듯 굴었어요. 그것이 깊은 밤으로 태어나 별을 사랑한 이의 역할이고, 이즈미 치요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인지라.
미유키 카즈야는 이즈미 치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해요. 실제로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에요. 치요는 카즈야에게 모든 걸 퍼내어 보여주고, 남은 게 없다면 무엇이든 만들어 낼 준비도 되어 있는 사람이니까. 무엇보다 두 사람이 오랜 시간을 함께한 건 사실이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죠.
치요의 감정을 온전히 뒤집어쓰는 날의 카즈야는 헛구역질을 할지도 몰라요. 그 감정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서, 처음 딛는 공간의 중력이 제가 나고 자란 곳과는 차원이 달라서. 그럼에도 싫지 않은 이유는⋯ 본인도 발생지만 다를 뿐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 감정을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