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사이에서 서로 경의를 표하는 수준은 보통 서구보다 훨씬 높다. 나는 계속 삼국 문화 교류 관련 내용을 올려 왔는데, 오늘은 이렇게 미학이 가득한 영화 클립을 공유하고자 한다. 1955년 일본 영화 「양귀비」(홍콩 합작)는 역사를 고증하지 않고, 백거이의 「장한가」를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다.
당 현종은 사랑하는 무혜비를 잃은 뒤 온종일 음악과 슬픔에 빠져 정사를 게을리했다. 주변 사람들은 새로운 총애를 찾아 그를 달래려 했고, 양씨 가문도 사람을 궁에 들여 권세를 다지려 했다. 안녹산이 양국충을 방문했을 때 부엌에서 양씨 가문의 시골 사촌 옥환의 미모를 보고, 그녀를 도사로 꾸민 뒤 태진이라는 이름으로 궁에 들여보냈다. 처음 황제는 어떤 미인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옥환이 진실한 거문고 소리와 소박함으로 그를 움직이자 둘은 음악을 통해 마음을 통하게 되었고, 그녀는 곧 삼천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양귀비가 되었다. 양씨 가문은 권세를 휘두르며 사치스러워졌고,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해지자 안녹산이 난을 일으켰다. 황제는 황급히 서쪽으로 도망치다 마외역에 이르러 병사들이 양씨 가문을 처단하라며 반란을 일으켰고, 양귀비는 황제와 사직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었다. 황제는 평생 그 후회를 안고 살았다.
백거이의 「장한가」는 「겐지 모노가타리」의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가 가장 좋아했던 시로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서는 아편 양귀비꽃이 그 아름다운 색 때문에 ‘양귀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관련 주제가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영상을 보며 음악(BGM: Snowflakes)을 들으면 쉽게 마음이 울린다. 마치 저 멀리 그리고 넓게 이어진 문화적 기억을 깨우는 듯하다. 꽃이 만발하던 그 장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