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봄부터 퇴근길 브이로그를 찍어서 올리는 중임.
회사에서 지하철역까지 15분, 그날 있었던 일을 떠들면서 걷는 영상.
조회수는 처참한데 제일 열심히 보는 구독자가 한 명 있음.
우리 엄마. 영상마다 "우리 딸 목소리 좋다" 고 댓글 다는 사람이 엄마임.
그래서 촬영 끝나고 엄마한테 전화하는 게 습관이 됐음.
근데 석 달 전부터 그 통화에서 엄마가 이상한 질문을 하기 시작함.
"근데 너, 어릴 때 우리 집 강아지 이름 뭐였지?"
처음엔 웃고 넘겼음.
"뭉치잖아. 갑자기 왜?"
"아니 그냥~"
근데 이게 한 번이 아니었음.
세어보니 석 달 동안 17번.
촬영 끝나고 거는 전화에서도, 택배 주소 물어볼 때도, 김장 날짜 잡을 때도, 심지어 내가 생신 축하한다고 전화했을 때도.
"뭉치 이름 말해봐."
여덟 번째 쯤? 그때부터 좀 무서워지기 시작함.
엄마가 올해 예순여덟임. 요즘 깜빡깜빡한다는 말도 몇 번 했었음. 같은 질문을 계속 반복한다는 게…
검색창에 치기도 싫은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음.
그래서 언니랑 몰래 상의해서 건강검진 핑계로 엄마를 모시고 신경과에 갔음. 인지 검사까지 해서 23만 원 나옴.
결과는 정상.
의사 선생님은 오히려 연세에 비해 기억력이 아주 좋으시다고 함.
안심은 됐는데 이번엔 다른 게 서운해짐. 기억력이 멀쩡하면 저 질문은 왜 하는 건데? 나를 못 믿는다는 거 아님?
결국 지난주에 터졌음. 그날도 촬영 끝나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이번 달 병원비 내가 보낼게" 했더니 또 그러는 거임.
"보내기 전에, 뭉치."
"엄마 진짜 왜 그래? 나 잖아!! 무섭게 왜 그래?"
엄마가 한참 조용하다가 그랬음.
"몰라. 뭉치"
순간 할 말이 없었음.
엄마는 "다음에 얘기하자" 하고 먼저 전화를 끊었음.
그날 밤 언니한테 카톡이 옴.
"너 엄마한테 화냈다며. 너 7월에 있었던 일 진짜 몰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언니가 은행 영수증 사진을 한 장 보냈음.
'송금 취소 / 4,80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