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엠의 각성에는 [이름]이 핵심이었음.
이름 없이 ‘왕’으로 불렸을 때는 그의 존재가 역할과 지위에만 묶여 있었지만, ‘메르엠’이라는 이름을 찾으며 비로소 자신을 고유한 존재로서 바라보게 됨. 이름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는 건 자신이 집단의 부품이 아닌, 독립된 자아를 가진 존재임을 자각했다는 것. 메르엠은 자기 이름을 알게 된 이후 점점 ‘왕’으로서가 아니라 ‘나’로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함.
자신을 대체 불가능한 ‘한 개인’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타인 또한 도구가 아닌 대체 불가능한 개인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고, 생물학적 본능을 초월한 철학적 자아가 깨어남.
이름은 관계 속에서만 기능하며, 타자에 의해 불려야 함. 그렇기에 내 이름을 궁금해한다는 건 세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묻는 행위임. 즉 메르엠은 자신의 이름을 찾음으로써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 즉 사회적 자아를 찾음.
메르엠은 죽기 전에 코무기에게 이름으로 불림으로써 고유한 인격적 주체로서 처음으로 인정받았고, 대체 불가능한 단 한 사람으로서 죽음을 맞이함.